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30일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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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과 관련한 국가기관 책임자 두 명에 대한 사법부 판단이 엇갈렸다. 모두 안전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됐지만, 법원은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에겐 유죄를,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에겐 무죄를 각각 선고됐다. 159명이 숨진 참사의 국가기관 책임이 일부 인정된 셈이다. 2022년 10월 29일 참사가 발생한 지 702일 만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 배성중)는 지난 30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서장에게 금고 3년을, 박 구청장에게 무죄를 각각 선고했다. 구형량은 모두 징역 7년이었다. 참사 당일 당직 근무했던 용산서 112치안종합상황실 송병주 전 실장과 박인혁 전 상황3팀장에게는 각각 금고 2년,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유승재 전 부구청장 등 용산구청 관계자 3명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유·무죄가 갈린 건 주요 혐의인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직접 책임 소재’ 여부가 달랐기 때문이다. 법원은 경찰에만 사전 대응, 사고 임박, 사고 이후 단계 모두에서 과실이 있다고 봤다. 경찰법과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에 국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할 의무가 적시된 반면, 지방자치단체에 적용되는 재난안전법 등에는 압사사고 등이 재난으로 분류돼 있지 않은 점에서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30일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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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 전 서장 등 경찰 측 책임을 인정하며 “이태원 참사는 자연재해가 아닌, 주의 의무를 각자 다했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던 인재”라며 “경찰의 정보보고, 용산서의 과거 핼러윈 치안 유지 등을 종합하면 대규모 인명 사상이라는 참사 결과 전부까진 아니더라도 군중 밀집에 의한 사고는 예견할 수 있었고 이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일 인파가 계속 늘고 112신고가 지속된 상황에서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반면 박 구청장 등에 대해서는 “사고 직접 원인인 인파 유입, 밀집 군중에 대한 통제 권한이 행정기관에는 없다”며 “별도의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 없다”고 판시했다. 또 “서울시의 상황 전파 메시지 등을 수신할 때까지 압사 사고와 관련된 신고나 민원이 접수되지 않았다”며 “사건 사고의 피해를 최소화한 조치가 무엇인지 특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이 인재 참사 발생 시 경찰과 지자체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척도가 될 것으로 법조계는 전망한다. 이 전 서장과 박 구청장 등은 이번 참사 과실범의 공동정범으로 기소됐다. 각자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결과가 모여 참사로 이어졌다는 법리다. 경찰 출신 박성배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책임이 커진 경찰에선 인파 밀집 예상 정도에 따라 적절한 경력 배치를 해야 한다는 예방 의무가 강조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매뉴얼 등이 세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찰 내부에선 “모든 상황에서 책임을 다 떠맡으면 일하는 경찰관 어깨는 너무 무겁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이번 판결에 불만을 터뜨렸다. 일부는 법정에서 오열하거나 법원을 떠나는 박 구청장의 차량을 가로막았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장은 “159명이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었는데 어떻게 구청장이 무죄가 나올 수 있냐”며 “정의를 위해 우리는 다시 싸워 반드시 박 구청장을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말했다.
이찬규·박종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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