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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이중가격제 네 탓" 배민 vs 쿠팡이츠 상호비방전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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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의 한 대학가에 배달 라이더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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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서구에서 6년째 카페를 운영 중인 박금선(51)씨는 더는 배달 주문이 들어오는 게 달갑지 않다고 했다. 박씨는 “배달의민족(배민클럽 기준)과 쿠팡이츠 모두 수수료가 9.8%까지 올랐다. 예전엔 판매금액 한 건당 수수료 비중(배달비 포함)이 21% 정도였는데 이젠 30%로 계산하고 있다”며 “재료비(판매금액의 40~45%)와 인건비·월세 등을 내면 마진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대(배민·쿠팡이츠) 배달 플랫폼(이하 배달앱)이 입점업체에 부과하는 수수료율이 고공행진하며 자영업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배달앱 업체들이 이런 자영업자의 사정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수료 부담 커지자 '이중가격제' 도입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7월 정부 주도로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가 출범했지만 지난 24일 열린 5차 회의에서도 이렇다 할 중재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상생안 마련에서 수수료 인하 부분이 핵심인데 배달앱 업체들의 입장이 완고해 그간 유의미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상생협의체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던 업주들은 참다못해 ‘이중가격제’를 들고 나왔다. 매장 가격보다 배달 가격을 비싸게 책정해 배달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총대를 멘 건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다. 예컨대 맥도날드 빅맥 세트를 매장에서 사면 7200원이지만 배달앱으로 주문하면 8500원이다. 롯데리아도 배달 메뉴 가격을 세트메뉴는 1300원, 단품메뉴는 700~800원 수준으로 매장보다 높였다.



배민·쿠팡이츠, '네 탓' 공방만



중앙일보

박경민 기자


이중가격제가 시행되면서 소비자 원성이 커졌지만 양대 배달앱 업체는 여전히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배달앱 시장 점유율 2위인 쿠팡이츠(22.7%)는 지난 24일 쿠팡 뉴스룸을 통해 "자사는 (입점업체로부터 받는) 기존 수수료(9.8%)를 동결하고 무료배달에 따른 고객부담 배달비를 업주와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는다. 반면 타사는 무료배달에 따른 비용을 외식업주와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달 구독제 서비스인 ‘배민클럽’ 요금제를 시행하며 중개 수수료를 6.8%에서 9.8%로 인상한 배민을 사실상 직접 겨냥한 것이다.

점유율 1위인 배민(58.7%)은 즉각 반박했다. 배민은 배민라이더가 배달을 수행하는 자체배달 서비스인 '배민배달'과 업주가 배달대행사와 자율적으로 계약해 배달하는 '가게배달'을 구분해 운영하고 있는데 배민배달의 경우 경쟁사와 동일하게 고객 배달팁을 배민에서 부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민 측은 “(배민배달에서) 업주가 부담하는 중개이용료는 9.8%, 업주부담 배달비 2900원(서울 기준)으로 모두 경쟁사와 동일하다”며 “쿠팡이츠가 마치 같은 서비스인 것처럼 비교한 가게배달의 경우 6.8% 중개 수수료로 가장 낮은 요율을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29일엔 배민이 입점업체에 음식 가격과 할인율 등을 다른 배달앱과 통일하도록 강요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쟁사가 먼저 시작했고, 이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공개했다.



관건은 '수수료'…상생협의체서 상생안 도출할까



이런 두 업체의 충돌에 대해 자영업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모든 원인은 높아진 수수료 때문임에도 양측이 관련 문제에는 입을 꾹 다물고 서로에게 책임 떠넘기기로 본질을 흐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백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정책홍보팀장은 “중요한 건 소비자를 인질로 잡아 사실상 입점업체들에 건당 수수료 9.8%, 배달비 2900원을 강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누구 탓이냐 할 게 없다. 점주들 입장에선 둘 다 똑같다”고 말했다. 고장수 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지금이야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배달앱 업체들이) 무료쿠폰도 뿌리고 배달 수수료 지원도 하지만 시장을 장악한 다음에는 수수료를 점점 더 높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제 관심은 상생협의체에서 수수료 인하를 담은 상생안이 나올지에 쏠리고 있다.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면서 배달앱 업체들도 마냥 버티기 힘들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한 공익위원은 “결국 배달앱 업체가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타협점을 찾을 것이다.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수수료를 내리게 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향후 2~3차례의 회의를 더 연 뒤 10월 내 상생안을 도출해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공정위 관계자는 “수수료와 관련한 논의는 이제야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른 상황이다. 다음 달 8일에 열릴 6차 회의 때는 양측이 구체적인 상생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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