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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현장의 시각] 통신비 인하 해법 해외 사례에서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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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전효진 기자./조선비즈




1901년 호주 우정국 전화통신부서로 출발한 호주 통신사 텔스트라(Telstra)는 부모님 세대에나 어울릴 법한 낡고 진부한 브랜드 이미지가 고민이었다. 이에 2010년대 민영화 이후 젊은 세대를 사로잡을 새로운 멤버십 서비스를 고안했다. 요금제 1달러당 실제 돈처럼 쓸 수 있는 10개의 텔스트라 플러스 포인트를 주는 고객 충성도 프로그램 ‘텔스트라 플러스’를 도입한 것이다.

텔스트라 고객은 포인트로 통신비 바우처를 사기도 하고, 기부금을 내거나 아이폰 같은 최신 IT 기기를 구입하는 데 보탤 수 있다. 외국인이나 단기 여행자가 동네 마트에서 선불 유심칩을 구매해도 영화 할인과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혜택 덕분에 텔스트라 고객들은 체감하는 통신비가 비싸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텔스트라는 현재 호주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1880만명)를 보유한 통신사로 성장했다.

텔스트라 사례는 제휴처에서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소폭 할인을 해주거나, 통신사 앱을 자주 열어보지 않으면 혜택을 놓치기 쉬운 한국 통신사와는 차이가 있다. 우리 정부는 소극적인 통신사들의 요금 인하 노력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등장 이후 줄곧 가계 통신비 인하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하지만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계 통신비(통신서비스+통신장비)는 12만9000원으로, 고물가의 주범으로 지목된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를 추진하면서, 법 폐지 전이라도 통신사 간 보조금 경쟁이 활성화되도록 통신업계에 협조를 요청했다. 또 단통법 시행령을 개정해 번호이동 고객에게 추가로 단말기 값을 보조하는 전환지원금도 도입했다. 아울러 5G(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를 중저가 중심으로 개편하면서 ‘데이터 중간 구간’에서 3만원대 요금제를 추가했다.

그런데도 통신비가 왜 내리지 않는 이유는 단말기와 요금제가 혼합된 독특한 시장 구조 때문이다. 이런 구조는 정부의 통신 정책들이 얽히고설켜 만들어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단말기 보조금을 확대하면서 단말기 구입(통신 장비) 비용은 줄었지만, 보조금을 많이 받으려면 고가요금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고, 통신사들은 눈치보기만 하고 있으니 시장은 바뀌지 않는 것이다.

해외 사례만 살펴봐도 당장 통신비 인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은 있다. 멤버십과 관련해 현행 제휴사 할인 체제를 통신요금 할인에 쓸 수 있게 하는 식이다. 현재 25%로 고정된 선택약정 할인에 대해서도 장기 및 충성 고객에게 추가로 인센티브 할인을 제공하는 방법도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국정감사 시즌이 돌아왔고, ‘가계 통신비 인하’라는 이슈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올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제4 이동통신은 방아쇠도 당겨보지 못한 채 무산됐고, 전환지원금 제도는 실효성 논란에 사장될 위기 상황이다. “통신비 인하 대안을 내놓으라”는 의원들의 고성에 말문이 막혀 “죄송합니다”로 끝나는 사과 대신 국내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면 해외 사례라도 배워 우리 실정에 맞게 써먹는 것은 어떨지 고민할 시점이다.

전효진 기자(oliv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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