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온 라라랜드? 조커와 할리 퀸의 ‘미친 사랑’

영화 ‘조커: 폴리 아 되’.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지옥에서 온 ‘라라랜드’인가, 지루한 주크박스 뮤지컬인가.

지난달 말 개막한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뒤 호불호 반응이 홍해 갈리듯 극단으로 나뉜 ‘조커: 폴리 아 되’가 1일 국내 개봉한다.

2019년 개봉한 전편 ‘조커’는 베네치아영화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고, 주연배우 호아킨 피닉스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았다. 국내에서만 520만명 넘는 관객을 모으는 등 흥행과 비평면에서 두루 성과를 올린 작품으로 남았다. 이번 속편에 관심이 쏠린 이유다.

2편에서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은 범죄자를 수용하는 정신병원에 갇혀 있다. 1편에서 통제력을 상실한 아서는 조커로 바뀌어 여러 사람을 죽였다. 마지막에 티브이(TV) 생방송에서 진행자에게 총을 쏘고 체포된 뒤 재판을 기다리는 중이다. 무기력한 환자로 수감 생활을 하던 아서는 자신(조커)에게 매혹된 리 퀸젤(레이디 가가)에게 급속도로 빠져든다.

영화 ‘조커: 폴리 아 되’.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리는 디시(DC)코믹스에서 조커와 짝을 이루는 할리 퀸이다. 조커를 만나 자신 안의 광기를 끄집어내는 할리 퀸과 조커는 말 그대로 ‘미친’ 커플이다. 영화에서 리는 아서와 건물 밖으로 나가기 위해 서슴없이 불을 지르고, 아서가 억누른 조커를 끄집어내기 위해 그를 자극한다. 직역하면 ‘두배의 광기’를 뜻하는 ‘폴리 아 되’(Folie à Deux)는 한 사람이 다른 이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둘이 같은 정신장애를 앓는 상태를 의미하는 정신의학 용어다.

둘의 ‘미친 사랑’은 노래를 통해 스크린에 구현된다. 1편에서 그랬듯이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아서·조커의 머릿속이 리와 주고 받는 노래와 춤으로 펼쳐진다. ‘스타 이즈 본’, ‘하우스 오브 구찌’에서 안정된 연기력을 보여줬던 가수 겸 배우 레이디 가가의 캐스팅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1편에 이어 속편도 연출한 토드 필립스 감독은 음악적 요소를 적극 활용한 데 대해 “1편에서 아서가 화장실이나 계단에서 춤추며 보여줬던 면모의 연장선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6일 진행한 화상 간담회에서 “아서는 외톨이고 어설픈 면이 있는 사람이지만, 로맨틱한 면모가 있고 머릿속에서 항상 음악이 연주된다”며 “그가 사랑을 찾게 되면 눌려온 감성이 밖으로 표출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영화 ‘조커: 폴리 아 되’.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문제는 뛰어난 퍼포먼서인 레이디 가가와 합을 이루는 순간, 둘의 노래와 춤이 매끄러운 뮤지컬 공연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1편에서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아서가 멈출 수 없었던 기괴한 웃음은, 2편에서 그가 부르는 노래와 춤으로 대체된다. 열망과 좌절이 증폭된, 음울하고 고통스러운 아서의 표현과 대조적으로 리의 노래는 화려한 공연의 일부처럼 보여 두 사람이 빚어내는 광기의 온도를 뚝 떨어뜨린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조커가 아닌 아서의 내면으로 다가가는 후반부도 밀도가 쌓이기보다는 갈수록 특별할 것 없어지는 두 인물의 연애담이 끼어들며 에너지가 흩어진다.

호아킨 피닉스는 시리즈(속편)에 출연하지 않는다는 연기 철학을 처음으로 깨고 이번 작품에 출연했다. 그는 화상 간담회에서 그 이유에 대해 “1편을 찍을 때 캐릭터가 깊이 있고 예측 불가능해, 힘들었지만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며 “이 캐릭터를 가지고 풀어갈 이야기가 많이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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