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살인 첫 재판
검찰 “심신미약 보기 어려워”
방청석에 있는 유족들 오열
검찰 “심신미약 보기 어려워”
방청석에 있는 유족들 오열
지난 8월 1일 서울 은평구 소재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일본도 살인 사건’의 가해자 백 모씨(37)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살인 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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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아파트 단지에서 ‘일본도’로 이웃을 무참히 살해한 백 모씨(37)가 첫 재판에서 “국가 권력이 나를 3년간 사찰 및 위협했기에 내 살인은 정당방위다”라고 주장했다. 백씨는 모든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서부지법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권성수)는 30일 오전 살인 혐의를 받는 백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백씨는 지난 7월 29일 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담배를 피우러 나온 40대 남성을 총길이 102cm의 일본도로 10여차례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 시작 전 방청석에는 일부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피고인 백씨가 법정에 들어오자 피해자의 유족들은 “살인자를 왜 묶지 않고 있습니까?”라는 분노에 찬 듯한 외침이 이어졌다. 백씨는 수형복을 입었지만 손은 자유로웠다. 백씨의 표정은 어떠한 감정적인 동요도 없는 평온한 상태로 보였다.
재판이 시작되고 검찰이 공소사실을 얘기하자 이를 듣던 유족들은 하나둘 흐느끼기 시작했다.
백씨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전부 부인한다는 입장이다. 백씨는 “김건희, 한동훈, 윤석열, CJ가 나를 3년 동안 죽이려고 위협하였다. 이 모든 전제 사건이 있었기에 (이후 살인이) 발생한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8월 1일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출석하면서도 “나라를 팔아먹은 김건희와 중국 스파이를 처단하기 위해 이 일을 했다. 김건희와 중국 스파이는 중국과 함께 한반도 전쟁을 일으키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백씨는 재직 중이던 회사에서 약 3년 전 퇴사한 이후 정치·경제 기사를 섭렵하다 중국 스파이가 한국에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는 망상에 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아파트 단지에서 마주친 피해자가 자신을 감시하는 중국 스파이라 생각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백씨의 범행을 심신미약 범행이 아닌 ‘치밀하게 계획된 이상동기 범죄’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백씨의 망상이 범행 동기로 작용할 수도 있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그에 따른 책임을 판단할 수 있다고 봐 ‘심신미약’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 백씨는 모든 정신감정을 거부하고 있어 정확한 정신상태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족은 재판 과정에서 “우리는 너무 억울해서 약을 먹으며 살아가고 있는데, 저놈이 밥을 먹고 산다면 너무 불공평하다”라며 “이 한을 재판부에서 꼭 풀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피고인이 마지막 발언으로 “전방위 사찰로 인한 제 억울함과 기본권 말살에 대해 밝혀달라”고 말하자 이를 듣던 유족은 오열하며 “네가 뭐가 억울해. 우리가 더 억울하지” “저놈 사형시켜주세요. 제가 피해자 엄마입니다”라고 소리쳤다.
재판부는 백씨에게 “피고인은 본인의 기본권이 말살됐다고 주장하는데 본인이 앗아간 한 생명에 대해서는 기본권 말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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