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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북한 군부 1인자가 졸지에 마당 쓰는 신세로…간부들 벌벌 떨게 한 사건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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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버스터] 김정은 밑에서 살아남기, 북한 간부들이 사는 법 - 안정식 SBS 북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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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외교·안보를 꿰뚫다, '벙커버스터'.


김정은이 불같이 화를 냈다, 간부들이 처형됐다, 북한 매체나 우리 정보당국을 통해서 가끔씩 들을 수 있는 북한 소식입니다. 김정은 체제 하에서 북한 간부 사회는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고 있고, 북한 간부들은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행동하고 있을까요.

오늘은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와 함께 김정은과 북한 간부 사회의 실상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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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반말'은 당연?



김정은이 1984년생이니까 올해 만 40살입니다. 김정은을 수행하는 간부들은 보통 김정은보다 나이가 많고 아버지뻘 이상 되는 사람들도 있는데, 김정은은 이 사람들에게 보통 어떤 호칭을 쓸까요.
리일규ㅣ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말은 뭐 거의 다 반말이죠. 북한 사람들은 '나는 (수령 앞에 선) 전사고 저 사람은 수령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 수령 앞에 섰을 때 수령이 나한테 반말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오히려 나한테 존댓말을 하면 불안해지는 거예요. '아, 이거 갑자기 왜 이러지.'





북한 TV를 보면 김정은하고 눈만 마주쳐도 나이가 한참 많은 고위 간부들이 자동으로 일어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고위 간부들이 이렇게까지 얼어있는 이유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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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일규ㅣ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북한에서 김정은이 집권한 후에 제일 큰 사건이 장성택 처형이지 않습니까. 장성택이 처형된 기본 원인이 수령에 대한 자세와 입장 문제였거든요. 수령에 대한 자세와 입장이 바르지 않은 놈은 우리 사회에서 필요없는 놈이다, 반당분자고 종파분자고 이 사회에서 살 자격이 없다.

의도적인 건방짐이나 이런 태도로 (인식)되면, 김정은이 나를 감시하는 게 아니고 주변에 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일꾼들이 항시적으로 나를 감시하죠. '저 사람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느냐' (보고 있다가) 실제 처벌은 그 사람들 몫이거든요. 그 사람들이 무서워서 자세를 항상 바로 가지고. 북한에서는 김 씨 일가 제외하고는 조용원이든 최룡해든 그가 누구든 다 똑같은 전사입니다. 언제든 처형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죠.





이렇게 살얼음판 위에서 간부 생활을 하다 보니, 김정은 기분이 안 좋을 때에는 무조건 피하고 보는 게 상책이라고 합니다.
리일규ㅣ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김정은이) 현지 시찰 갔는데 뭐가 눈에 거슬렸어요. 막 화가 난 상태니까 뭐 누구한테 물어보려고 이렇게 머리를 돌리니까, 여기 있던 사람들이 막 이렇게 비킨다는 거예요. 또 이쪽을 보면 이쪽으로 (사람들이) 다 비키고, 그 정도로 사람들이 그 순간만큼은 '눈에 띄지 말아야지' 해요. (눈에) 띄면 바로 그 사람이 모든 책임을 쓸 판이니까.





보신주의가 우선일 수밖에 없는 김정은 정권의 간부 사회. 김정은 지시가 현실에 맞지 않더라도 다른 의견을 낸다는 건 상상할 수 없습니다.
안정식ㅣSBS 북한전문기자
김정은이 지시를 했는데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정말 충심을 담아서 '이건 이렇게 좀 해야 되지 않을까요'라는 진언을 올리는 게 가능합니까?

리일규ㅣ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불가능합니다, 절대적으로. 그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죠. (김정은) 말씀이 내려오면 그거는 절대성, 무조건성을 띠는 거죠. 그 어떤 경우에도 반박을 못 합니다.

그러면 그게 다 잘 되느냐. 아니거든요. 잘 안 될 때가 많죠. 그러나 잘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대로 해야 합니다. 왜, 내가 창발적으로 내가 생각해서 했던 게 잘 안 되면 내가 책임을 지지만, 이거는 (김정은이) '하라고 해서 한 겁니다', '그런데 해보니까 안 됩니다'라고 해서, 왜 안 된 이유를 반영을 해서 다시 보고하면 그걸로 끝나죠. '패배주의가 좀 있다' 이런 비판은 받겠지만 죽을 일은 아니거든요.

안정식ㅣSBS 북한전문기자
그러면 간부 입장에서는 일이 실질적으로 잘 되고 안 되고가 중요한 건 아니네요?

리일규ㅣ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이게 잘 되고 안 되고가 중요한 게 아니고 (김정은) 말씀대로 했냐 안 했냐 이게 중요한 거거든요.




황병서 사건, 도대체 무슨 일이?



2017년 말 북한 군부 1인자였던 황병서 당시 총정치국장이 모든 직위를 박탈당하고, 무려 6계급을 강등당했습니다. 군부 1인자가 갑자기 추락한 사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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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일규ㅣ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총정치국하고 김정은 사이에 문건을 보고하는 전산망을 관리하는 사무실, 총정치국 사무실에 화재가 나서 전소됐어요. 황병서가 김정은한테 전화하면서 "원수님, 원수님 사무실하고 연결된 전산망 사무실이 다 불타서 컴퓨터가 다 전소됐습니다. 그래서 당분간 이게 회복될 때까지는 원수님께 보고하는 문건을 프린트해서 당 중앙위원회 해당 부서에 넘겨줘서 원수님께 보고하는 걸로 지금 준비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알았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던 김정은은 곧 전화를 해서 황병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고 합니다. 김정은 집무실을 '사무실'로 표현한 것, 당 중앙위원회에 문건을 '건네준다'는 표현을 쓴 것이 잘못됐다는 것입니다.
리일규ㅣ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김정은이 황병서에게) 수령이 일하는 공간이 사무실이냐 집무실이냐, 두 번째 당 중앙위원회가 장마당이냐. 문건을 넘겨준다는 게 무슨 소리야. 당 중앙위원회에 문건을 보고하게 돼 있지, 네가 문건을 넘겨준다는 게 말이 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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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일하고 있는 당 중앙위원회를 존엄 있게 대하지 않았다는 이유인데, 이 일로 군부 1인자였던 황병서는 혁명화 처벌을 받아 졸지에 마당 쓰는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리일규ㅣ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황병서가, 거의 70이 되는 총정치국장이 해임이 돼가지고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 마당을 쓸었어요. 한 3개월 정도 쓸었다는 것 같아요. 혁명화로 좌천이 되면서 마당을 쓸었다는 거예요.





이른바 '황병서 사건'이 북한 간부 사회에 미친 여파는 컸습니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군부 1인자가 날아가는 판이니, 단어 하나하나에도 조심에 조심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입니다.
리일규ㅣ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전보를 보내잖아요. 해외대표부에서... (보통은) '어떤어떤 일을 했음' 하는데, 당 중앙위원회에 보내는 전보는 '어떠어떠한 일을 했음을 보고함' 이렇게... 당 중앙위원회를 존엄 있게 대하라고 그때 불호령이 떨어지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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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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