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거버넌스가 AI의 선로 이탈을 막아줄 가드레일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정재헌 SK텔레콤 대외협력담당(사장·CGO)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지속 가능한 AI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AI 기술의 개발 및 활용에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SK텔레콤은 AI를 하나의 사업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개인과 기업, 사회가 함께 인류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엄청난 혁명으로 시장의 안착을 도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이동통신 1위 기업 SK텔레콤이 '글로벌 AI 컴퍼니'로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업종을 불문하고 많은 기업이 AI를 통한 서비스 개발과 사업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SK텔레콤은 기업 자체 역량 강화는 물론 우리 사회의 달라질 AI 패러다임(한 시대의 인간 사고를 규정하는 인식체계)을 보다 앞서 준비하려는 모습이 강하다.
그 일환으로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임원인사를 통해 ESG(환경·책임·투명경영)와 CR(대외협력), PR(홍보) 기능을 총괄하는 대외협력담당을 신설했다. 기존 사업과 더불어 미래 먹거리로 대두되고 있는 AI를 바탕으로 해외 사업 확장을 지원하기 위함이었다.
20년 가까이 법원에 몸담았던 정 사장이 판사 출신의 법률 전문가에서 이제는 SK텔레콤의 최고거버넌스책임자(CGO)로 이 조직을 주도하게 된 것도 아직 정비되지 않은 AI 무대를 하나씩 갖춰 나가려는 회사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이 SK텔레콤에 합류한 것은 2020년이다. 현재 그는 SK 최고의사결정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의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도 겸하고 있다.
정 사장은 "AI에 대한 그룹 차원의 관심이 지대하고, 특히 최태원 회장이 SK텔레콤에 제일 먼저 주문했던 것은 AI로 어떻게 돈을 벌 것인지가 아닌 AI 거버넌스였다"면서 "AI산업 초기 단계에 들어선 이 시기 어떠한 기준과 가치관에 따라 AI를 활용하고 관련 개발을 해야 하는지 명확한 지침 없이는 AI 사업의 지속 가능성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가 크게 와닿았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국내 AI기본법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선제적으로 기업 차원의 뚜렷한 방향성을 그려놓으면 그 흐름 안에서 사회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향후 준법의 기틀 안에서 자유로운 사업 개진 역시 가능할 것이란 최 회장의 진단이 그룹 내에서 공유가 됐다는 얘기다.
정 사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SK텔레콤의 AI 거버넌스 원칙인 'T.H.E. AI'를 공개했다"면서 "'T.H.E. AI'는 통신사업자로서 특성과 '글로벌 AI 컴퍼니'라는 SK텔레콤의 지향점을 반영한 것으로, SK텔레콤 AI의 특성(통신사·Telco)과 목표(인간애·Humanity), 가치(윤리·Ethics)에 부합하는 AI를 만들자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AI 거버넌스 원칙에 기반해 SK텔레콤은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준수해야 할 내부 기준 등을 수립하고 시행에 들어간 상태"라고 덧붙였다.
특히 SK텔레콤 내 AI 거버넌스 전담 조직은 추가 개편을 앞두고 있다. 정 사장은 "현재 임시 조직 형태로 움직이고 있는 AI 관련 준법 담당 파트를 정규 조직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컴플라이언스 관점에서 AI가 미칠 윤리적·법적·사회적 영향에 대한 충분한 선제적 고려 없이 개발된 AI는 이용 및 확산 과정에서 잠재적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회사에 막대한 재무·비재무적 임팩트를 야기하게 될 것"이라며 "SK텔레콤이 AI 기술과 서비스 개발 및 확산 과정 전반에 걸쳐 거버넌스 원칙을 최우선으로 중요시하는 것도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행보로 SK텔레콤은 지난 4월 국내 통신사 최초로 'AI 경영시스템' 국제표준인 'ISO/IEC 42001' 인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고민서 기자 / 사진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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