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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AI버블 위기설에 정신 번쩍 … 기술 있어야 투자도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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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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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혜성같이 등장한 오픈AI의 '챗GPT' 이후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투자 업계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AI 관련 기업이 전체 신규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22년 25%에서 2024년 45%로 늘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유니콘이 되려면 AI 사업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제로 생성 AI 기업에 대한 스타트업 투자는 급증했다. 중소벤처기업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AI 분야 벤처 투자액은 2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7% 늘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생성 AI 투자 규모는 254억달러로 전년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착시현상'을 지적한다. 오픈AI, 앤스로픽, 미스트랄AI 등 거대 유니콘 기업에만 투자가 몰리고 있고, AI 생태계의 풀뿌리 역할을 하는 초기 스타트업 단계에서는 투자가 메마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작년 투자금의 3분의 2 이상은 오픈AI와 앤스로픽, 두 기업이 차지했다.

특히 빅테크 기업들이 천문학적 투자를 이끌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알파벳,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매그니피센트 7' 기업의 AI 투자금은 2022년 44억달러에서 지난해 246억달러로 5배 이상 급증했다. 이들 빅테크 기업은 당장 기술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유니콘급 AI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상황이 이렇자 초기 스타트업들은 기술 경쟁뿐 아니라 '쩐의 전쟁'에서도 거대 기업에 밀리고 있다. 피치북 조사에 따르면 시장 진출 준비 단계에서 유치하는 '시리즈 A 투자'에 성공하는 생성형 AI 스타트업 비율이 2022년 3분기 37%에서 올해 1분기 12%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을 확보한 거대 기업들이 기술 격차를 벌리고 시장 선점에 나서면서 후발주자들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수익성에 어려움을 겪는 AI 스타트업들은 재정난을 겪기도 한다. 일부 스타트업들은 필사적으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이미지 생성 AI로 유명한 스태빌리티AI는 경영난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누적 투자금이 15억달러에 달하는 인플렉션AI는 사업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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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거품론'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천문학적인 자금과 인재가 AI 업계에 몰렸지만 기업들의 수익성에 물음표가 붙으면서다. 골드만삭스 등 대형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이 같은 지적이 제기됐다. AI 투자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골드만삭스는 생성형 AI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기술인 데 반해 수익과 생산성 측면에서 회의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개인용 컴퓨터(PC), 인터넷, 스마트폰 등 혁신 기술들은 필연적으로 '거품 시기'를 거쳐 발전했다는 주장도 있다. AI 분야 4대 석학 중 한 명인 얀 르쾽 뉴욕대 교수는 최근 한국 기자들과 만나 AI 과잉 투자 논란에 대해 "10년 내 획기적 성과가 나온다면 낭비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거대 벤처캐피털(VC)들은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VC들의 스탠스는 '관망'으로 보인다. 결국 기술은 살아남을 것이고, 시장 상황이 어려울수록 '옥석 가리기'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만난 맹두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사장은 "이제 AI를 빼놓고 비즈니스를 생각하기가 어려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작년을 거쳐 올해까지 (AI 버블의) 바운더리를 관통하고 있는 상황이고 이는 시장에 건전한 위기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학박사 출신인 맹 사장은 국내 벤처투자 업계에서 최고의 기술 투자 심사역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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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 사장은 "AI 버블이 지나가고 있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VC의 인식뿐 아니라 창업자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 수익 창출이 가능한 현실적인 모델을 만들고 이를 향해 성장을 하는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AI 버블에 대한 위기의식이 투자자들의 인식 변화와 스타트업 경영자들의 운영 방식 변화를 가져왔고, 이는 결국 기술 발전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맹 사장의 생각이다.

과거처럼 투자를 먼저 유치하고,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사업을 키워 캐시플로(현금 흐름) 경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사업 성과(마일스톤)를 시장에 보여야만 다음 투자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최근 달라진 분위기다. 맹 사장은 "과거 닷컴버블 시기에서도 결국 수익 모델을 만들어낸 회사들이 살아남고,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며 "AI 기술과 유동성 변화로 인해 벤처 생태계가 큰 변화를 맞이했고, 또 하나의 시작점을 맞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맹 사장은 20대의 나이에 최연소로 서울대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을 거쳐 벤처투자 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한국 기술 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엔지니어와 투자자 사이의 교두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맹 사장은 작년 말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딥테크 부문 대표로 선임됐다. AI뿐 아니라 로봇, 반도체 등 산업 현장의 효율을 높이고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은 모두 그의 관심사다.

에이티넘은 작년 말 8600억원 규모의 메가 펀드를 조성했다. 국내 VC가 결성한 단일 펀드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원펀드다. 특히 한 번 투자한 포트폴리오에 지속적인 팔로온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원펀드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6명의 딥테크 부문 심사역을 이끌고 있는 맹 사장은 딜을 발굴하고 창업자와의 심층 인터뷰 등을 통해 투자까지 직접 현장을 뛰고 있다. 맹 사장이 투자를 결정함에 있어 가장 크게 고려하는 것은 '창업자의 자질'이다. 맹 사장은 "기술적인 역량과 사업 센스, 새로운 것을 습득하는 학습 능력이 중요하다"며 "투자에 앞서 창업자와 여러 번 만나 사업에 임하는 태도, 그리고 있는 그림과 진실성 등을 살핀다"고 말했다. 맹 사장은 "한국의 유망 기술 스타트업들이 스케일업하고 해외 진출을 하는 것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맹두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사장

△1970년생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업(1992년) △서울대 기계공학 박사(1998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2000~2002년) △아이텍인베스트먼트(2002~2005년) △네오플럭스(2006~2014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2014년~현재)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딥테크 부문 사장(2023년~현재)

[황순민 기자 / 정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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