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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단독]‘유망 창업’ 지원 보증 96%가 의사·약사·세무사···제도 취지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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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직군, 전체 지원 금액 73.6% 받아

경향신문

지난 25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 응급실 앞을 한 의사가 지나가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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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유망 창업을 지원하는 취지로 도입한 ‘예비창업보증’ 제도 수혜대상 10명 중 9명은 의사·약사 등 특정 전문직 종사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가 유망 창업자들의 성장을 지원한다는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받아 29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신보기금은 올 1~8월 ‘예비창업보증’ 지원 건수 2495건 중 90.1%(2248건)를 의사·약사·세무사·안경사·수의사·변호사 등 6대 전문직에 몰아줬다. 지원금액으로 보면 전체 6483억원 중 95.9%(6214억원)를 6대 전문직이 지원받았다.

예비창업자보증 제도는 신보기금이 예비창업자의 유망성 등을 평가해 최대 10억원까지 은행 대출을 보증해주는 제도다. 박근혜 정부인 2014년 창조경제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돼 현재는 ‘유망창업기업 성장지원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운용되고 있다. 유망 창업자로 인정받은 예비창업자들은 담보력 없이도 정부 보증으로 창업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

이 제도의 전문직 쏠림현상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6대 전문직 창업자에 대한 예비창업보증 건수는 2019년 77.8%에서 해마다 늘어 올해 처음으로 90%를 넘어섰다. 지원금액 비중도 2019년 86.0%에서 해마다 늘어 지난해 95.4%를 기록한 데 이어, 올 1~8월에는 96%에 육박한다.

직종별로 보면 올 1~8월 의사가 전체 예비창업보증 금액의 73.6%를 지원받아 전체 직군 중 1위를 차지했다. 약사는 15.0%의 금액을 지원받아 2위였다. 그 뒤로 세무사 2.5%, 안경사 2.5%, 수의사 1.8%, 변호사 0.4% 순이었다. 건수별로 보면 올 1~8월 의사가 전체 건수의 57.2%를 차지했고, 이어 약사 17.8%, 세무사 6.7%, 안경사 4.6%, 수의사 2.7%, 변호사 1.1% 순이었다.

예비창업보증이 전문직군에 집중되는 이유는 이들 직종이 상대적으로 폐업할 확률이 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보기금은 내수 부진 여파로 이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신보기금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신해 금융회사에 갚아준 빚이 올해 상반기에만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스타트업 폐업 리스크까지 떠안기는 부담이 클 수 있다.

하지만 전문직군에 창업보증지원을 몰아주는 것은 ‘유망한 창업을 지원하자’는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신용과 담보가 부족한 창업자가 아니라 전문직에 보증 지원이 쏠리는 것은 제도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유망 창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에 맞게 예비창업자보증의 근본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신보기금은 “아이디어, 기술·지식 기업은 스타트업 전용 보증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전문자격 기업은 예비창업보증을 중심으로 운용 중”이라며 “해당 전문직군의 2023년도 예비창업보증을 제외한 유망창업기업 성장지원 프로그램 지원금액은 2798억원으로 전체 지원금액의 9.6%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경향신문

신용보증기금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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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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