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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배민, 점주에 음식값·할인 혜택 강요 의혹"…공정위 조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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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7월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라이더유니온,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님모임,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관계자 등이 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 규탄 및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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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이 음식 가격과 할인 혜택 등을 다른 배달 애플리케이션(앱)과 같은 수준으로 맞추도록 입점업체에 강요했다는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들어갔다. 또 매장 판매 가격과 앱 판매 가격에 차이를 두는 ‘이중가격’을 사실상 제한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위법 여부를 들여다볼 방침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배민의 공정거래법 위반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이다.

배달앱 1위 배민은 무료 배달 구독제 서비스인 ‘배민 클럽’을 도입, 점주에게 다른 배달앱에서 판매하는 메뉴 가격보다 낮거나 같게 설정하도록 하는 ‘최혜 대우(자사에 최고의 조건을 요구)’를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정위는 최혜 대우가 배달앱 간 경쟁을 막고 수수료 상승을 초래하는 핵심 원인으로 보고 있다. 최혜 대우 조항이 없는 상황에서 특정 플랫폼이 수수료를 올린다면, 입점업체는 그에 맞춰 해당 플랫폼에 공급하는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예를 들면 모든 배달앱 수수료가 1000원인 상황에서 배민이 수수료를 3000원으로 올린다면, 입점업체는 배민에 판매하는 상품 가격을 1만원에서 1만2000원으로 올린다. 나머지 앱에서는 기존과 같은 1만원으로 판매하면 된다.

이 경우 멀티호밍(동시에 여러 개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행위)이 활발한 배달앱 특성상 소비자는 같은 제품을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는 다른 앱을 사용하게 된다. 이에 따라 배민의 이용자 수는 감소한다. 이용자 수를 유지하거나 늘리려면 배민은 결국 다시 수수료를 낮춰야한다.

공정위는 이러한 최혜 대우 조항이 이런 시장의 가격 조정 기능을 무력화시킨다고 본다. 배민이 수수료를 10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리더라도, 최혜 대우 조항에 동의한 입점 업체는 기존대로 상품을 1만원에 판매하거나 모든 앱의 판매 가격을 1만2000원으로 올려야 한다. 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부담이 소비자 또는 입점업체에 고스란히 전가되는 셈이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최혜 대우는 공정위가 앞서 추진하던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에서 자사 우대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과 함께 ‘4대 반칙행위’로 꼽히기도 했다.

공정위는 거듭된 배달앱 시장의 수수료 인상과 소상공인 부담 가중의 원인이 이 같은 불공정행위에 있다고 보고있다. 지난 7월에는 국내 배달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배민과 쿠팡이츠, 요기요에 조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도 했다.

중앙일보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정현식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이 기자 간담회를 열고 배달의 민족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다고 밝혔다. 오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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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행위와 관련해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은 지난 27일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을 공정위에 신고하기도 했다. 배민이 가격 남용, 자사 우대, 최혜 대우 등을 요구하며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이유에서다. 정현식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은 이날 “그간 가맹점주들은 배민이 이용료를 올리면 그대로 따랐다”며 “어느 순간 매출이 느는 속도보다 배민 이용료 오르는 속도가 더 빨라 이젠 더 물러설 수 없다”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밖에도 배민의 ‘동일가격 인증제’에 대해서도 최혜 대우 요구에 해당하는지를 따져보고 있다.

배민은 배달앱 내 음식 가격이 매장 가격보다 비쌀 수 있다는 소비자 우려를 불식시킨다는 명목으로 지난 7월 동일 가격 인증제를 도입했다. 매장과 앱의 가격이 동일한 것으로 검증된 업체에 ‘매장과 같은 가격’이라는 표시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입점업체들은 수수료 부담을 이중 가격으로 만회하려는 것을 막기 위한 배민의 ‘가격 통제’라고 주장한다. 공정위는 배민의 동일 가격 인증제가 온오프라인 간 같은 가격을 사실상 강제하는 최혜 대우 요구로 볼 수 있는지를 검토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혜 대우 요구는 시장 내 경쟁 질서를 저해하는 대표적인 불공정 행위”라며 “배달앱 시장의 최혜 대우 등 위법행위 여부를 조사하고, 적발 시 엄중히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민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최혜대우 요구는 경쟁사에서 먼저 시작했다”며 “수수료가 높은 경쟁사가 먼저 업주들에게 최혜대우를 요구, 이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또 동일가격 인증제에 대해서는 “가게들의 이중가격 운영으로 소비자 경험을 해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라며 “매장과 같은 가격을 운영하는 가게들이 자발적으로 요청하면 배지를 달아주는 방식으로, 일체의 강요나 통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비자원 또한 이중가격 운영을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며 “배민은 이중가격 뿐 아니라 식품위생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의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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