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 : 이치동 연합뉴스 기자>
[앵커]
한 주간의 한반도 정세와 외교·안보 이슈를 정리해 보는 토요일 대담 코너 '한반도 브리핑'입니다.
국제, 외교·안보 분야 담당하는 이치동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이번 주 주요 사안부터 소개해주실까요.
[기자]
기나긴 폭염이 물러가고 찾아온, 가을 초입에 인사드립니다.
오늘 다룰 내용부터 정리하고, 조금 더 전해드리겠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 수장이, 북한의 사실상 핵 보유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대화에 나서자고 제안했습니다.
러시아는, 북한을 비핵화하자는 건, 이미 끝난 얘기라고 주장했습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올해도, 유엔 총회에 가지 않았습니다.
대신 러시아가 주최한, 브릭스 관련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오랜만에 담화를 냈습니다.
대북전단이나 쓰레기 풍선 문제엔 입을 닫고, 북한의 위성 감시 능력을 뽐냈습니다.
[앵커]
먼저 IAEA 사무총장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자는 건 아닐 텐데, 시점도 그렇고 굳이 이런 얘기를 할 필요가 있었나 싶기도 한데요.
[기자]
라파엘 그로시 총장이 유엔총회가 열리고 있는 뉴욕에서 AP통신과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죠.
현실적으로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고, 계속 더 만들고 있으니, 이제는 대화 테이블로 나오게 하는 데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는 건데요.
방점은 실질적인 대화를 해 보자는데 찍힌 겁니다.
이분이 아르헨티나 외교관 출신으로 영어로 인터뷰했는데요. 취지는 알겠는데, 뉘앙스가 해석의 여지를 남겨서 주목됐습니다.
이 부분 직접 들어보시죠.
<라파엘 그로시 / IAEA 사무총장> "북한은 합법적이진 않지만, 사실상의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앵커]
무엇보다, 불법적인 핵무기 개발을 감시하고 막는 유엔 기구의 수장으로서 공개적으로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잖아요.
[기자]
그렇죠, 메시지는 알겠는데, 메신저가 문제다 이런거죠.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으니까요.
자칫, 북한의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가 기정사실화 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현실화하면, 비핵화는 공식적으로 물 건너가고, 북한이 원하는 대로 군축 협상 국면으로 판이 바뀌는 거거든요.
대북 제재의 근거도 없어지겠죠.
이에 대해 IAEA 측은 그로시 총장의 발언이 유엔 결의 이행을 위한 대화를 강조한 거라고 해명했습니다.
이 와중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도 공개적으로 북한을 비핵화한다는 개념은 종결된 사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주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동맹국에 대한 러시아판 확장억제도 재확인했습니다.
앞서, 푸틴은 북한의 경우엔 이미 핵보유 중이어서 핵우산이 필요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앵커]
IAEA 사무총장의 발언의 여파는 좀 지켜봐야 할 거 같네요.
이번 주 유엔총회에 각국 정상과 외교 장관들이 참석했잖아요.
결국,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기자]
이번엔 혹시나 최선희가 외무상 신분으로 유엔 본부에 등장할 수도 있지 않나 하는 관측도 있었지만, 역시나였습니다.
대신, 지난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했는데요.
러시아가 올해 브릭스 (BRICS) 협의체 의장국으로서 주최한 거로 푸틴 대통령도 참석했습니다.
북한이 유엔 외교보다는, 현재로선 든든한 뒷배 러시아와 밀월, 더 나아가 반미 성향 국가들과 연대에 올인하겠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준 셈입니다.
[앵커]
이 브릭스가 중국, 러시아 등 신흥국 경제 협의체로 알고 있는데요.
북한이 참여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하던데요.
[기자]
당초 브릭스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이렇게 다섯 개 회원국으로 출범했죠.
최근 공격적으로 세를 불리고 있습니다.
작년에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그리고 이집트. 에티오피아까지 회원국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요즘엔 경제 외에도, 안보 등 다른 분야도 다루고 있습니다.
이번에 최선희 외무상이 참석한 포럼이 브릭스와 연계한 여성 지도자 회의인데요.
주제가 '미래의 브릭스와 협력 전망"입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 사이트 38 노스는 러시아를 매개로 북한의 브릭스 관련 활동과 관심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특히, 지난번 푸틴 방북 당시 체결한 북러 조약을 보면, "한쪽이 속한 국제 및 지역 기구들에 가입하는 걸 협조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결국, 북한이 브릭스에 일단 옵서버 형태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물론, 브릭스 공동 회장 격인 중국의 입장이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북·중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관측, 또는 징후가 나오는 상황이죠.
중국 없이 러시아가 원톱으로, 벨라루스와 카자흐스탄 등이 참여하는 '유라시아 경제 연합' 같은 데는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관련해서 전문가 의견 들어보시죠.
<이태림 교수 / 국립외교원 (러시아 연구 담당)> "지난해부터 북한 논평에서도 브릭스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관찰돼 왔습니다. 올해 의장국인 러시아가 북한을 옵서버로 초청할지 여부가 주목되는데요. 다만, 이런 기구가 반미연대의 색깔을 띠기 원치 않는 인도와 같은 나라들의 반대라든지, 중국의 입장에 따라서 북한의 가입에 난관이 있을 수 있어 보입니다."
[앵커]
한때 외교적 고립의 대명사였던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대외적으로 보폭을 넓히는 거 같습니다.
반미 전선에서 입지를 굳히려는 거 같기도 하고요.
[기자]
흐름을 잘 짚어주셨는데요.
김정은 정권이 요즘 역내 세력 불균형을 바로잡겠다면서 '전략적 축'이라는 말을 씁니다.
예전에 북한이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불리기도 했죠.
중동엔 반미 '저항의 축'이 있는데, '전략적 축'이라는 프레임을 들고나온 겁니다.
미국에 홀로 맞서는 그림 대신에, 우리도 우군이 있다, 외롭지 않은 싸움 중이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습니다.
주로 타깃으로 삼는 게 유엔군 사령부, 한미일 안보협력,
그리고 미국 주도 소규모 안보 그룹인 쿼드와 오커스인데요.
쿼드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멤버로, 지난주 정상회의 성명에서 북한의 핵무기, 탄도미사일 개발을 규탄했습니다.
오커스는 미국, 영국, 호주 간 협의체죠.
쿼드와 마찬가지로, 주로 중국 견제용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오랜 기간 외교적으로 고립됐던 북한이 이른바 신냉전 구도 속에서 반미 전선에서 존재감을 보이려 애쓰는 모습입니다.
아울러, 다른 나라와 네트워킹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모색하는 모양새입니다.
[앵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오랜만에 낸 담화에서 쿼드 정상회의 결과를 비판했잖아요.
[기자]
네, 7월 14일 대북 전단에 대한 성명을 내고 나서 두 달여 만에 처음인데요.
한미일 안보 협력과 쿼드에 대한 비난, 그리고 미국 핵 추진 잠수함의 부산 해군 기지 입항을 문제 삼았습니다.
특히, 이번 담화는 북한의 위성 감시, 정찰 능력을 과시하려는 거로 읽혔는데요.
김여정에 따르면, 김정은 직속으로 '항공우주정찰소'가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부산항의 상시 주목 대상 부두에 나타난 이상 물체를 포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탐지 시간도 공개했습니다.
23일 월요일, 10시 3분 10초라고.
다음날 한미 해군이 신형 핵 추진 잠수함인 버몬트함이, 부산에 왔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어 저녁에 김여정이 담화를 내서, 우리도 알고 있었다 이렇게 주장한 겁니다.
정확히 버몬트함인지는 몰랐겠지만, 특이 물체 출현은 파악했다는 거죠.
[앵커]
그러니까 뭔가 수상한 게 한반도에 온 걸 지난해 발사한 첫 정찰위성 만리경-1호로 파악했다는 거잖아요.
하지만, 이 위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게 우리 정부의 판단 아닌가요?
[기자]
그렇죠, 올해 초 신원식 당시 국방장관이 공개적으로 이 위성이 "일 없이 돌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군사적 효용이 없는 우주 미아 신세라는 건데요.
하지만, 만리경-1호가 살아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네덜란드 델프트 기술대에 마르코 랭브룩 교수라고 있는데요.
항공우주 분야 권위자로, 미 우주사령부의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만리경-1호가 주기적으로 특정 시간대에 고도 상승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북한이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통제, 조종하고 있다는 걸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위성이 죽어 있으면, 자동으로 하강해서 대기권으로 떨어지게 되는데, 이를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고도를 올려줘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은 만리경-1호가 보내온다는 위성사진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끝으로 중국 움직임도 좀 살펴보죠.
이례적으로 태평양에서 ICBM 시험을 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잖아요.
[기자]
중국 인민 해방군이 미국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태평양으로 시험 발사했습니다.
중국이 1980년에 처음으로 영외로 ICBM을 쐈는데요.
이후엔 주로 국내 서부 사막 지역에서 시험했습니다.
이번엔 대놓고 태평양으로 날린 거죠.
당연히 핵탄두 탑재용인데, 훈련이어서 모의 탄두를 썼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시점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대만 문제로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죠.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필리핀과도 갈등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대만해협 인근에 중거리 미사일 발사 체계를 배치한 거에 대한 대응 성격도 있겠습니다.
이 와중에, 앞서 말씀드린 대로, 푸틴은 핵무기 사용 기준 완화를 선언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 퇴임이 얼마 안 남았고, 미국이 대선 정국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사실상 임기가 무제한인 두 스트롱맨,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발톱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한지 20년이 돼 가는데요.
비핵화 원칙론가 현실론 간 간극도 커지고 있습니다.
답답하지만, 희망을 버릴 순 없겠습니다.
오늘 한반도 브리핑 여기서 마칩니다.
이치동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북한 #브릭스 #쿼드 #김여정 #중국 #러시아 #핵무기 #North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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