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제8조)은 공직자 배우자가 1회에 100만원, 1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하지 못하도록 한다. 다만 수수한 금품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 없는 선물이라면 배우자에게는 청탁금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에서 검찰이 무혐의 결론을 내린 근거로 '대통령 직무관련성'을 꼽은 이유다. 2022년 8월 최재영 목사가 건넨 명품백은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성이 없고, 이에 따라 김 여사는 300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았어도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란 게 검찰의 수사 결론이다.
2022년 5월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 기념 국빈 만찬 당시 김건희 여사와 최재영 목사. 사진 서울의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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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논리는 지난 6일 김 여사의 기소 여부를 심의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에서 위원 15명이 만장일치로 무혐의 불기소를 권고한 이유이기도 하다. 재미교포 목사에게 명품백을 받은 것은 “현명하지 못한 처신”(5월 윤 대통령 기자회견)이지만 현행 청탁금지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게 검찰과 수심위의 공통된 견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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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입법" 우려해 직무관련성 조항 삽입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에 대해 직무관련성과 관계 없이 부정 금품 수수를 금지한다. 이와 달리 배우자에 대해 직무관련성 요건을 넣은 것은 배우자의 금품 수수를 전방위적으로 금지할 경우 민간인에 대한 지나치게 광범위한 제약이자 과잉 입법이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 결과였다. 청탁금지법 설계 과정에 참여했던 한 정치권 인사는 “공직자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직무관련성과 무관하게 금품 수수를 금지·처벌할 경우 그 배우자는 그 누구에게도 1회 100만원이 넘는 선물을 받지 못하는 과잉 입법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컸다”고 전했다.
그러나 ‘명품백 사건’ 이후 청탁금지법의 배우자 금품수수 조항에 대한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직무관련성이 없으면 공직자의 배우자는 금품을 수수해도 청탁금지법을 적용할 수 없어서다. 더욱이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더라도 이를 처벌하는 조항도 없다. 이 때문에 지난 6일 열린 수심위는 김 여사가 받은 명품백이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불기소 의견을 냈다.
반면에 지난 24일 최 목사에 대해 열린 수심위는 명품백 선물에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해 최 목사에 대한 기소를 권고했다. 직무관련성에 대한 상황 인식에 따라 법 적용 판단 여부가 정반대로 달라진 것이다.
청탁금지법은 직무관련성의 개념을 따로 정의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는 뇌물죄 판례를 통해 축적된 직무관련성의 개념을 일부 차용해 개별 사건의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 청탁금지법에서 공무원 본인이 직접 담당하는 직무는 물론 업무 처리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간접적 직무, 담당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직무까지도 직무관련성의 범위에 포함되는 이유다. 더구나 대통령의 직무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단 점에서 최 목사 측은 명품백이 직무관련성이 있는 선물이라고 주장해 왔다.
다만 검찰은 2022년 8월 김 여사가 명품백을 선물받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최 목사가 주장하는 청탁 역시 실체가 불분명하거나 제대로 된 청탁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제2기 청탁금지법 해석자문단이었던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부인에 대한 명품백 선물이 청탁금지법상 직무관련성을 갖기 위해선 대통령 본인이 영부인에게 명품백이 전달된 사실을 인지해야 하고, 또 부정한 청탁의 내용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며 “다만 청탁금지법은 배우자가 직무관련성이 있는 금품을 받아도 처벌하는 조항은 두지 않고 있는데, 이는 청탁금지법 입법취지가 공무원의 부정부패 방지인 만큼 민간인인 배우자에 대해선 최소한의 규율만을 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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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사, 최목사 모두 불기소 전망
심우정 검찰총장은 지난 26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김건희 여사와 최재영 목사를 모두 무혐의 불기소 처분해야 한다는 수사 결과를 보고받았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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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4개월간의 전담수사팀 수사와 두 차례의 수심위를 거쳐 검찰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을 무혐의 불기소 처분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26일 김 여사와 최 목사를 모두 무혐의 불기소해야 한다는 최종 수사결론은 심우정 검찰총장에게 보고했다. 심 총장은 조만간 수사팀의 결론을 토대로 최종 결재에 나설 예정이다.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장면을 손목시계형 몰래카메라로 촬영해 최초 보도하고 김 여사를 검찰에 고발한 서울의소리 측은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할 경우 사건을 다시 판단해달라는 취지로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할 예정이다. 또 최 목사 수심위에서 도출된 기소 결론을 토대로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를 신고하지 않은 윤 대통령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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