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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고려아연 “정당” 영풍 “위법”...법정서 자사주 취득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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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거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주요 쟁점 중 하나인 ‘자사주’ 취득 관련 공방이 법정에서도 이어졌다.

조선일보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왼쪽부터), 김병주 MBK 대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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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김상훈)는 27일 영풍 측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을 상대로 낸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에 대한 심문 기일을 열었다. 심문 기일은 당사자의 주장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을 때 당사자와 이해관계인 등의 진술을 듣고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는 절차다. 양측은 이날 프레젠테이션 발표 자료를 준비해 각자 입장을 피력했고, 심문 기일은 1시간 10분 정도 소요됐다.

이 사건의 본질은 경영권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 설립한 영풍은 1974년 고려아연을 설립했다. 영풍은 장씨 집안이, 고려아연은 최씨 집안이 경영해왔다. 고려아연은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으로 성장했고, 70여 년간 두 집안의 동업 관계가 이어져왔다. 하지만 2022년부터 양 집안 갈등이 표면화·심화됐다.

이 와중에 국내 1위 사모 펀드 MBK파트너스가 최근 영풍 측에 가세했고, 영풍·MBK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19일 법원에 ‘영풍의 특별관계인인 최윤범 고려회장 측은 공개매수 기간(9월 13일~10월 4일)에 공개매수가 아닌 방식으로 지분을 늘리는 것은 법 위반’이라는 취지로 자기주식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자본시장법 제140조에 따르면 공개매수자와 그 특별관계자는 공개매수 기간 공개매수 대상 회사의 주식을 공개매수 외의 방식으로 매수할 수 없다.

이날 심문에서 영풍 측은 “고려아연은 영풍에 속한 계열사로 영풍과 지분 관계가 있는 특별관계자에 해당한다”며 “공개매수는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해 수익성과 재무구조를 급격하게 훼손한 최윤범 회장의 잘못된 경영을 바로잡아 고려아연을 정상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자기주식 취득을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했다.

고려아연 측은 “더 이상 고려아연이 영풍의 특별관계인이 아니라고 공시하면서 이는 공식화됐다”며 “별도 매수 금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은 수십 년 넘게 최씨 일가가 안정적으로 운영했다. 약탈적 의도가 (영풍 측) 공개매수의 본질”이라며 “자사주 취득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가처분 사건의 특수성과 주말 휴일 등을 감안하면, 이르면 다음 주 초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법원이 영풍 측 주장을 받아들일 시 최 회장 측은 자사주를 매입해 경영권을 방어하는 선택지가 사실상 사라진다.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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