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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저커버그 공개한 AI 안경에, 젠슨황 “훌륭해”...韓디스플레이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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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가 인공지능(AI)을 더한 ‘증강현실(AR) 안경’을 밀자, 젠슨 황도 ‘훌륭하다’며 거들고 나섰다. 무겁고 비싸 애플도 성공하지 못한 AR 헤드셋의 단점을 보완했다면서다. AR 기기에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이 쓰이기 시작한 가운데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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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현지시간)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커넥트에서 AR 글래스 오라이온 시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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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커버그 “스마트폰 다음은 AR 안경”



페이스북 운영사인 메타는 25일(현지시간)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커넥트 2024’에서 AR 스마트 안경 ‘오라이온’의 시제품을 공개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기조 연설에서 “지금까지 AR 기기로 헤드셋, 고글, 헬멧을 시도했으나 스마트폰을 대체할 다음 기기는 오라이온”이라고 말했다.

두꺼운 일반 뿔테 안경처럼 생긴 오라이온은 착용하면 문자 메시지 전송이나 사진 촬영은 물론, 유튜브 동영상 시청과 화상 통화도 가능하다. 안경테 안에는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가 내장돼, 렌즈를 통해 눈 앞에 그래픽을 비춰준다. 화상 통화 상대방의 아바타를 입체 홀로그램으로 띄우는 기능도 시연됐는데, 저커버그 CEO는 “텔레포트(공간이동)를 하듯, 멀리 있는 사람을 거실에서 만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안경 무게는 98g으로, 렌즈는 유리가 아닌 실리콘 카바이드로 만들어져 더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이날 메타가 공개한 오라이온 체험 영상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등장해 “밝기와 색상 대조가 훌륭하고, 시야각도 뛰어나다”라고 말했다. 메타는 이날 제품 출시 일정이나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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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메타의 AR 글래스 오라이온을 시착해보고 있다. 메타가 이 동영상을 25일(현지시간) 개발자 컨퍼런스 메타 커넥트에서 공개했다. 사진 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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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부활시킨 AR 안경



AR 안경은 지난 2011년 구글이 ‘구글 글라스’를 내놓으며 화제를 모았지만, 가격은 비싸고 기능은 적어 시장에서 자리잡지 못했다. 그러나 AI 음성 비서 등 AI 서비스가 확대되고 소비자 기기에서 AI를 직접 구동하는 온디바이스 AI 시대가 열리면서, 꺼졌던 AR 안경도 살아나는 분위기다.

지난 5월 구글은 AI 비서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시연 영상에서 구글 글라스를 등장시켰고, 구글·삼성·퀄컴이 공동 개발하는 확장현실(XR) 기기가 안경 형태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애플도 안경 테와 다리 내부에 전자 장치를 열고 닫을 수 있는 힌지(이음새) 관련 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오포와 슈퍼헥사 등 중국 업체들은 AI 번역과 음성비서 등을 장착한 안경을 이미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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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메타의 오라이온은 안경과 얇은 손목 밴드, 무선 컴퓨터 ‘퍽’ 등 3종 세트다. 영상·이미지 합성 같은 작업을 안경이 아닌 퍽에서 수행해 안경의 무게와 전력 소비를 줄였는데, 퍽은 안경과 12피트(약 3.6미터) 이내에 둬야 한다. 손목 밴드는 안경의 시선 추적 기능과 결합해 마우스 역할을 한다. 눈이 마우스의 포인터고, 손가락을 살짝 움직이면 클릭 버튼처럼 작용한다. 여기에는 시선 추적 기술과 근전도(EMG, 뇌가 신경을 통해 근육에 보내는 신호) 감지 기술이 활용되는데, 메타의 지난 10년간 연구 개발 성과다. 메타는 ‘컴퓨터, 스마트폰, 그다음’을 선점하기 위해 칼을 갈며 장기 투자해 왔다.



韓 디스플레이, 차세대 공급망 들어갈까



애플이 지난 2월 출시한 AR 헤드셋 ‘비전 프로’는 무게(약 600g)와 비싼 가격(3499달러, 약 466만원) 때문에 대중적 인기를 얻지 못했고, 메타도 같은 이유로 AR 헤드셋 중 고가 모델인 ‘퀘스트 프로’의 생산을 중단했다. 반면 AR 안경은 머리에 뒤집어 쓰는 헤드셋이 아니라 일반 안경처럼 눈에 착용하기에 시야가 보장되며, 증강현실 화면이 있어 레이밴-메타 같은 기존 스마트 안경보다 활용처가 다양하다.

관심을 모으는 건 디스플레이다. 초소형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 기술은 액정을 사용하는 엘코스(LCoS, 실리콘 위 액정)와 LED를 사용하는 레도스(LEDoS, 실리콘 위 LED) 및 올레도스(OLEDoS, 실리콘 위 OLED)로 나뉜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도 이 시장을 노리고 뛰어들었다. 지난 8월 국내 업체 사피엔반도체는 미국 빅테크 기업과 공동 개발 및 납품 계약을 맺고 AR 안경용 디스프레이 구동 반도체(DDI)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 이명희 대표는 “AR 헤드셋에 주로 올레도스가 쓰인다면, 야외 햇빛 아래서도 사용해야 하는 AR 안경에는 크기가 작고 밝은 레도스가 적합하다”라고 말했다. 애플 비전 프로는 올레도스를, 메타 오라이온은 레도스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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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가 공개한 AR 글라스 오라이온으로 증강현실 화면을 띄워 화상통화를 하는 시연 모습. 사진 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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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는 SK하이닉스와 올레도스를 공동 연구개발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반도체(DS) 부문 LED 사업팀이 레도스를, 시스템LSI의 DDI담당 팀과 삼성디스플레이가 올레도스를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격과 부피 등 기술별 장단점이 뚜렷해 한 회사가 모든 기술을 갖출 필요는 없지만, 최종 수요처 기업과 어떻게 협업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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