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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일)

"죽어도 살린다는 각오.. 파업에도 쉰 적 없어" 간절함 듣는 의사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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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열전(信醫列傳)-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불가능을 가능케 한 심장이식 수술로 정평..성공률 100%

환자·보호자 내 가족이란 생각에 마음 읽는 의사로 '엄지척'

의사파업에도 쉰적없어.."나만 바라보는 환자 저버릴수 없어"

"지역필수의료 인력난 허덕이는 구조....

<편집자 주> 의정갈등 속 필수의료 분야에서의 의료공백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묵묵히 의료 현장을 지키며 중증 및 희귀질환 환자들을 위한 의술에 땀 흘리는 대한민국 의사들을 조명하고자 ‘신의열전(信醫列傳)’을 연재합니다.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국내에서 이뤄지는 심장이식 수술은 연간 199건(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3년 통계)이다. 이 중 10%인 20여건이 인천세종병원에서 이뤄진다. 이곳의 수술 성공률은 100%를 자랑한다. 이식수술한 환자를 모두 살려낸 것이다.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은 “심장이식의 경우 누군가가 죽어야 환자가 살기 때문에 환자와 뇌사자, 대기환자까지 3명의 목숨에 대한 책임감이 크다”며 “팀웍도 경험도 중요하지만 우리 병원은 모두가 기도하며 정성으로 환자를 보기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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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심장이식센터장이 인천 세종병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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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센터장은 중증 심부전과 심장이식을 전문으로 하는 심장내과만 15년차 전문의다. 하루 24시간 중 20시간 이상을 환자만 생각하며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6일 만난 김 센터장은 전날에도 환자가 위독해 새벽 2시에 퇴근했다가 오전 6시에 출근하는 바람에 채 2시간을 못 잤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 진행하는 인터뷰 중에도 환자 상태를 체크하느라 눈도 마음도 바쁘게 움직였다. 밥때를 놓치는 일이 다반사다. 하지만 김 센터장은 “환자가 좋아지면 제가 밥 먹는 것보다 좋다”며 활짝 웃었다.

김 센터장은 1986아시안게임과 1988올림픽을 앞두고 ‘환경미화’의 일환으로 길거리 노점상, 판자촌 주민 등이 강제 철거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힘없는 사람을 돕는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단 한 번도 1등을 내주지 않을 정도로 공부하며 심장내과전문의가 됐다. 이후에도 끊임없이 연구 논문을 발표해 아시아 최초로 국제심폐이식학회 의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심장은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심장만 보며 달려 왔다”며 “내가 맡은 환자는 죽어도 살린다는 각오가 있었다”고 말했다. 제대로 치료하면 환자를 반드시 살릴 수 있을 것이란 믿음으로 늘 온 힘을 다한 것이다.

그는 의사들의 파업 기간 중에도 한 번도 쉰 적이 없다. 허리 시술을 받은 날에도 마취가 풀리자마자 환자를 찾았다. 애타게 그를 기다리는 환자의 마음을 저버릴 수 없어서다. 김 센터장은 “바이탈을 하는 의사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환자들을 바라볼 때 내 가족이면 어떻게 할까, 어떤 결정을 내릴까를 수없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환자와 보호자를 만난다”고 말했다.

이런 마음으로 환자들을 살려내다 보니 2차병원이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상급 대학종합병원에서 치료를 거절당한 환자들이 이곳을 찾는다. 이곳에 오면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간절함을 의료진이 알아주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추가 치료가 어려워진 환자를 직접 데려왔다. 혈연, 지연, 학연이 전혀 없는 70대 환자였다. 50일 넘게 중환자실에 있던 환자의 치료를 막막해하던 보호자가 이차 의견을 구하기 위해 세종병원을 찾았던 것이다. 이미 중환자실에서 기관삽관을 한채 너무 오래 있었던 상태라 의료진 모두가 회의적이었다. 보호자의 간절함에 김 센터장은 환자가 있는 병원을 직접 찾아갔다. 그리고 환자 손을 잡고 ‘어르신! 손잡아 보세요’라고 했다. 환자는 그의 손을 꼭 잡고 한번 바라봤다. 이후에는 제대로 반응이 잘되지 않았다. 그는 “누군가의 아버지, 배우자였을 환자를 생각하니 만약에 나의 가족이었다면 한번은 더 노력해봤을 거 같았다”며 “그래서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환자를 세종병원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환자의 심장기능이 30%밖에 안 됐지만 아주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모든 의료진의 협업으로 환자에 매달렸다. 다행히 해당 환자는 이젠 면회온 가족들과 입 모양으로 말하고 평소 좋아하던 음악을 이어폰으로 듣게 됐다. 최근엔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겼고 퇴원도 고려 중이다. 모두 기적이라고 했다. 그는 “한 사람만의 노력으론 어려운 일이었다”고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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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세종병원 김경희 이식센터장이 26일 인천광역시 계양구 세종병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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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식센터는 병동, 수술실, 적출실, 마취과, 중환자실 등 50명이 넘는 인원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성공적인 이식을 위해 움직인다. 김 센터장은 “회복 후 재활, 영양, 정신과, 감염 호흡기 등 어느 것 하나라도 잘못되면 환자가 나빠질 수 있어 모든 분야에서 환자를 위해 애쓴다”며 “중증 심부전 환자를 보려면 모든 과가 협업하고 서로 톱니바퀴같이 굴러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개혁도 이런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병원의 청결을 관리하는 환경미화원부터 간호사, 의사들이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잘 움직이고 유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트레이닝을 받고 나면 대형 종합병원으로 빠져나가다 보니 지역필수의료시스템은 늘 인력난에 허덕이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젠 누군가가 빠져나간다고 해도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게 해야 더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선 충분한 보상도 따라야 한다고 봤다.

그는 “항상 이식 때마다 힘들지만 겨우내 앙상한 가지 같던 환자가 아름답게 꽃피우고 살아서 다시 봄을 맞이하는 모습은 늘 감동과 보람”이라며 웃어 보였다. 김 센터장은 인터뷰가 끝나자 마자 다시 이식수술 준비를 위해 수술방으로 돌아갔다.

■김경희 센터장 △서울대병원 순환기 내과 전임의 △2013~현 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심장내과 진료과장 △2017~현 인천세종병원 심장내과 진료과장, 특수 검사 센터장 겸임 △2019~현 국제 심폐이식학회 프로그램 위원, 심장이식 가이드라인 위원장 △2021~현 보훈심사위원회 비상임위원 △2022~현 국립 장기 조직 혈액 관리원 심폐전문가 자문위원 △2023~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사 △최우수 전공의상·아시아태평양심장학회(APCC) 최우수 초록상·대한심장학회 기초부분 젊은 연구자상·대한심초음파학회 최우수 구연상 ·대한심초음파학회 젊은 연구자상·LG 미래 의학자상·이데일리 글로벌 헬스케어상 ‘의료 24시 헌신’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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