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12년만에 단일화 성공…진보도 단일화 불참 후보와 속속 통합
극명한 교육정책 대결…조전혁 "교권의 수호자" vs 정근식 "혁신교육 강화"
서울시교육감, 보수와 진보 단일후보 |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10월 16일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보수와 진보 진영이 서울시교육감 단일 후보를 내며 사실상 대진표를 완성했다.
보수진영은 2012년 보궐선거 문용린 후보 이후 12년 만에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을 단일 후보로 냈고, 진보진영도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를 중심으로 한 통합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했다.
양강 구도로 판이 짜면서 양 진영의 정책과 이념 대결도 한층 더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조 후보는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의 핵심 정책인 혁신학교와 학생인권조례를 '실패'로 규정하며, '가르치는 학교'를 만들고 '교권의 수호자'가 되겠다고 천명했다.
반면에 정 후보는 '혁신교육'을 계승·강화하겠다면서 혁신교육의 가치를 알리고, 교사와 학부모, 학생 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소통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후보 등록 위해 서울시건관위 찾은 조전혁 |
◇ 서울교육감 대진표 '보수' 조전혁 vs '진보' 정근식
26일부터 이틀간 서울시교육감 후보 등록이 이뤄지는 가운데 진보와 보수진영은 하루 전날인 25일 단일후보를 추대하며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25일 보수 측 단일화 기구인 '서울시교육감중도우파후보단일화통합대책위원회'는 조 후보를, 진보 측 단일화 기구인 '2024서울민주진보교육감추진위원회'는 정 후보를 최종 단일화 후보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예비후보로 등록한 후보 중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는 후보들도 속속 단일 후보와 손을 잡고 있다.
26일 오후 조 후보는 김영배 성결대 교수와, 정 후보는 김재홍 전 서울디지털대 총장과 통합을 발표했다.
진보 진영의 방재석(필명 방현석)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한 언론 유튜브에 출연해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조기숙 전 이화여대 교수와 최보선 전 서울시 교육위원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지만, 물밑 논의는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조전혁 대 정근식'으로 서울시교육감 대진표가 짜인 셈이다.
양 진영은 후보 확정과 함께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며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조 후보는 이날 오전 일찌감치 후보 등록을 마쳤다.
정 후보는 추진위 경선에 참여했던 강신만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위원장, 안승문 전 서울시 교육위원, 홍제남 전 오류중 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통합선거대책위 출범을 알렸다. 후보 등록은 27일에 한다.
이후 각종 인터뷰 등과 함께 선거운동 기간(10월 3∼15일) 유세 활동을 하면서 공약을 알리고 표를 모으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기자회견하는 정근식 예비후보 |
◇ 보수-진보 선명한 색채만큼 교육정책 '판이'…"교권 수호" vs "혁신교육"
두 후보는 '교수'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성향에 있어서는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보수 진영에서도 가장 색채가 강한 것으로 평가받는 조 후보는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0년 4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전교조 조합원의 정보를 공개하며 전교조와 대립각을 세웠다.
이와 관련한 법원 판결로 전교조 교사들에게 손해배상금을 낸 바 있다.
정 후보는 제주 4·3 평화재단 이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장,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해직교사를 부당하게 특별채용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교육감직을 상실한 조 전 교육감에 대해 "법을 위반한 것은 유감이지만, (행위)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을 아니다"라고 옹호하기도 했다.
교육정책에 대한 생각도 판이하다.
조 후보는 조 전 교육감의 교육정책을 '실패'로 규정하며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등을 폐지하고 '교권의 수호자'가 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조 후보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조희연표 교육정책 내지는 좌파 교육정책의 대표적인 2개는 혁신학교와 학생인권조례"라며 "둘 다 처참한 실패로 끝난 실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르치는 곳'으로서 학교의 역할을 공고히 하고 학교 수업의 질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반면에 정 후보는 혁신교육을 계승·발전시키겠다는 정반대의 공약을 내걸었다.
정 후보는 "대입에서도 오지선다형 시험 방식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늘 질문이 있는 교실, 독서와 현장 수업을 통해 창의적 질문을 할 수 있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교육 현장에서는 보궐선거에 치르니 투표율이 낮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올바른 교육감의 선택을 위해 후보자의 교육 비전과 공약, 자질을 꼼꼼히 살피고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독려했다.
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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