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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핵교리 다시 쓰는 푸틴···“핵보유국 무기 지원 ‘공동 공격’ 간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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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군사적 위협 출현"

핵무기 사용 조건 담은 핵 교리 개정 선언

서방무기로 러 타격 꾀하는 우크라 겨냥

"구체적인 위협" VS "여느 때 같은 허풍"

핵무기 사용 위협에 전문가도 의견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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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사용 원칙을 담은 핵 교리 개정을 공식 선언했다. 핵보유국이 아니더라도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할 경우 ‘공동 공격’으로 간주해 공격자 모두에 대한 핵무기 사용 권리가 생긴다는 내용이 골자다. 러시아와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가 미국·프랑스·영국 등 핵보유국에 지원받는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서방은 개입하지 말 것을 위협하는 셈이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국가안보회의에서 “핵 억제 분야 정책이 현실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며 “핵무기 사용 조건을 다루는 교리 변경 작업이 진행돼 왔고, 군사적 위협에 관한 내용이 보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핵 교리 개정을 선언하고 실무적인 명령을 내린 셈이다.

러시아의 핵 교리는 핵무기로 무장한 적의 직접 공격이나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재래식 무기 공격을 받을 때만 핵 무기로 대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교정 중이지만 우크라이나는 핵보유국이 아니므로 핵 교리의 적용을 받지 않는 셈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서방 무기 지원을 받으며 공격 수위를 높이자 “자국 안보의 심각한 위협”이라며 핵 교리를 바꿀 가능성을 여러 차례 내비쳐왔다.

실제 이날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군사적 위협과 위험의 출현”을 핵 교리 개정의 필요성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비핵 국가가 핵보유국의 참여 또는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할 경우 러시아 연방에 대한 공동 공격으로 간주된다”고 규정했다. 아울러 전투기와 순항 미사일, 드론 등을 활용해 공중 및 우주에서 러시아 국경 안으로 대규모 공격을 개시한다는 신뢰할 만한 정보를 받을 경우도 핵무기 사용이 고려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핵 국가가 재래식 무기를 써도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았다면 핵 무기 대응이 가능한 공격자로 여기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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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핵 교리 수정은 우크라이나를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가 미국 패트리어트 미사일이나 영국 스톰 섀도우 등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고, 서방 국가도 허가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방에 경고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앞서 러시아는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서방 무기로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한다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공격으로 간주해 미·유럽과 핵전쟁을 벌일 수 있다는 위협도 해왔다.

푸틴 대통령의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조심해야 할 경고’라는 의견과 ‘여느 때와 같은 허풍’이라는 식으로 엇갈린다. 카네기러시아 유라시아센터의 알렌산더 가부에프 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매우 공격적이고 가장 구체적인 신호”라며 “러시아가 핵 교리를 실제 어느 정도까지 개정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전 세계를 지옥으로 만들겠다’는 위협 등보다는 더 구체적인 위협”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분석가인 안톤 게라쉬첸코는 텔레그래프에 “푸틴이 핵무기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할 때는 러시아가 잘 안 풀리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러시아는 실제로 핵 공격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핵 교리 개정 사항에 자국에 대한 위협뿐 아니라 맹방인 벨라루스에 대한 공격도 핵무기 대응을 고려할 요건으로 넣을 것을 주문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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