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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뒷말 무성 尹-韓, 빈손 만찬…동력 잃은 '여야의정 협의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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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이번주 협의체 윤곽 방침이지만
당정 이견에 미지수…친한-친윤 신경전까지


더팩트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을 마친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환담하며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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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빈손 회동' 여파로 여야의정 협의체가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정갈등 중재자를 자처한 한동훈 대표가 이번 기회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했지만 관련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당정갈등 악화로 긴장 관계가 고조되면서 그 여파가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5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의료계에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할 것인지 아닌지 물은 상태"라며 "주요 단체의 참여 여부를 알아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 조금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여러 방면으로 의료계와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전날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을 비롯한 집행부와 면담을 진행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주 안에 어떤 의료단체가 참여할지를 포함해 여야의정 협의체 관련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협의체 출범 난항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만찬에서 의정갈등과 관련해 정부를 설득하고자 독대까지 요청했지만 무산되면서 최종 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 정부와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의료계의 협의체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선 정부가 유연한 태도로 그들에게 명분을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점에서 의료계가 요구하고 있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재검토도 열어놓고 논의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입시가 시작된 만큼 이제 와서 내년도 정원을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대통령실 입장은 확고하다.

의정갈등을 포함한 주요 현안에 대한 해법은 찾지 못한 채 거듭되는 독대 요청에 당정갈등이 장기화할 조짐도 보인다. 한 대표는 "대통령과 중요한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또다시 독대를 요청했지만 아직 대통령실로부터 답을 받지 못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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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을 마친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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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 이후 또다시 떠오른 당정갈등이 계파갈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만찬이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 없는 식사 자리로만 끝난 것을 두고 당내에서 평가가 갈리며 이른바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사이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찬에 참석한 친한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한 대표에게 말할 기회를 안 주는 느낌이 들었다"며 "현안에 대해 이야기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대통령이 이야기 한창 하고 있는데 그렇게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 다른 의원도 "현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다"라며 "그런 분위기에서 갑자기 김건희 여사 관련 이야기나 의정 갈등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 대표에게 발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보도가 사실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한 대표는 말할 기회를 기다렸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한 대표가 일찍 도착했다. 혹시라도 독대를 안 한다고 했지만 대통령이 좀 일찍 와서 '한 대표 나하고 잠깐 얘기합시다' 이런 상황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친윤계 인사로 꼽히는 한 의원은 "한 시간 반 동안 마주 앉았는데 본인(한 대표)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지 말을 꺼내려면 꺼낼 수 있는 분위기였다"며 "다만 그런 이야기를 꺼내면 분위기가 경직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이야기 안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한 대표가 인사말도 못 했다는 보도가 나온다'는 질의에 "한 대표는 바로 대통령을 마주 보고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고 밝혔다. 만찬 직후 한 대표가 독대를 재요청한 것에 대해선 "양쪽이 다 곤혹스러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장기화한 의정갈등 해결을 위한 당정의 협의라는 본질은 사라져 협의체 출범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야당에선 정부를 뺀 '여야의 협의체' 출범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난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의 회동 자리에서 '여야의 협의체'를 먼저 출범하자는 의견도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측은 공식 제안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su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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