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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한국 여성 딥페이크 피해는 세계 여성의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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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서 규탄 시위 주도한 한국 유학생과 중국인

경향신문

지난 21일 시위에 참여한 샘 리(활동명·31)와 모니카 딩(활동명·26)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샘 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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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 곁에 서고 싶다”
“중국서도 불법촬영물 적발”
여성들 연대 각국으로 확산

“여성에게 국경은 없다.” “한 명의 딥페이크 피해는 우리 모두의 피해다.”

한국의 딥페이크 성범죄를 규탄하는 여성들의 움직임이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최근 한국·중국 페미니스트 여성들을 중심으로 영국·일본·캐나다·미국 등에서 규탄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서는 한국인·중국인을 비롯해 세계 각국 여성 10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라고 외쳤다. 지난 7일에는 일본 도쿄 한국대사관 앞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시위가 열렸다.

지난 21일 서울 혜화역에 5000여명이 집결해 국가와 정부의 책임을 따져물은 날,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중국인·한국인 유학생과 이주민 등이 모여 한국어·중국어·영어로 목소리를 더했다. 28일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도 같은 목소리의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이들은 “딥페이크 성범죄에 분노하는 것은 한국 여성뿐만이 아니다”라며 “한국 여성과의 연대는 앞으로 더 확산할 것”이라고 했다.

캐나다에서 사는 한국인 유학생 샘 리(31·활동명)와 중국인 모니카 딩(26·활동명)은 토론토에서 규탄 시위를 주최했다.

시작은 모니카 딩이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우연히 한국의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글을 접하면서였다. 런던에서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한목소리를 냈다는 소식도 SNS에서 빠르게 퍼졌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이뤄진 범죄에 크게 분노한 그는 “캐나다에서도 피해자를 위로하고 응원하고 있다고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모니카 딩의 제안에 샘 리도 소리칠 힘을 얻었다. 그는 소라넷·n번방·딥페이크 등 반복되는 디지털성범죄에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한국 여성들의 곁에 서고 싶다.” 모니카 딩이 내민 연대의 손길이 샘 리를 거리로 이끌었다.

두 사람을 중심으로 모인 중국인·한국인 유학생과 이주민 등 20여명은 한인타운, 차이나타운을 거쳐 토론토 시청으로 2시간30분가량 행진하며 “한 명의 딥페이크 피해는 우리 모두의 피해”라고 외쳤다.

모국의 부끄러운 모습을 공론화하는 데 대한 부담도 있었다. 샘 리는 “‘왜 여기서 나라 망신시키냐’는 반응이 나올까 두려웠지만 범죄 피해자들의 일상 회복이 곧 한국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용기를 냈다”고 했다.

토론토 시민들은 한국 문제를 남의 일이라 여기지 않았다. 주변을 지나던 이들이 ‘응원한다’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다’라며 동의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차량 경적으로 지지를 보낸 사람도 많았다.

이들이 시위 날짜를 21일로 정한 것도 ‘혜화역 시위와 함께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었다. 모니카 딩은 “최근 중국에서도 한 남성이 해외 사이트에서 불법촬영물을 판매했다는 뉴스가 나왔다”며 “디지털성폭력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페미니즘은 국경 밖 여성들에게 큰 영감이 되고 있다”고 했다.

샘 리는 서울 강남역 살인사건 당시 유학생 신분으로, 한국에서 함께 연대하지 못한 것이 마음의 빚으로 남았다고 했다. 그의 사무실 한쪽에는 ‘우리의 두려움은 용기가 되어 돌아왔다’고 적힌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 시위의 손팻말이 붙어 있다. 마음의 빚을 잊지 않겠다는 그만의 다짐이다.

이들은 국경을 넘어선 여성들의 연대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모니카 딩은 “시위에 나서는 것이 두려울 때도 있지만, 우리는 여성으로서 국경을 넘어 서로 연결될 것”이라 말했다. 샘 리는 “매일 무너지게 하는 세상에 잠시 무기력해져도 괜찮으니 ‘내일도 함께 나아가자’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당부했다.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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