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문고등학교. 연합뉴스 |
법원이 명예이사장의 횡령 등을 이유로 서울 휘문고등학교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위를 박탈한 교육당국의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 행정11-1부(재판장 최수환)는 25일 학교법인 휘문의숙이 서울특별시교육감을 상대로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휘문의숙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처분의 근거로 삼고 있는 시행령 규정은 법률이 위임한 내용을 구체화한 것에서 벗어나 자사고 지정 취소에 관한 새로운 입법을 한 것”이라며 “시행령 조항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 2020년 7월 서울시교육청은 회계부정을 이유로 휘문고의 자사고 지정을 취소했다. 김옥배 전 휘문의숙 명예이사장과 자녀인 민인기 전 휘문의숙 이사장 등이 교비 50여억원을 횡령하고 회계부정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고, 민 전 이사장 등이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았기 때문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자사고의 지정 취소 사유로 회계부정을 명시하고 있다. 운영성과 평가(재지정 평가) 없이 사학비리로 자사고 지정이 취소된 첫 사례였다.
이에 따라 휘문고는 2021학년도부터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될 예정이었지만, 2020년 9월 휘문고 쪽이 불복 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이 지정취소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함에 따라 자사고 지위가 유지됐다.
지난 2022년 9월 1심 법원은 서울시교육청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대규모 회계부정이 장기간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사립학교의 공공성이 상당히 침해됐으며 교육기관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못했음이 자명하다”고 봤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객관적 처분 사유에 대한 1심 판단은 수긍한다”면서도 처분의 근거로 삼고 있는 시행령 규정이 모법인 초중등교육법 61조의 세부적 사항을 규정하는 취지를 넘어서서 새로운 입법을 하는 등 과도해 무효라고 봤다. 재판부는 “항소를 받아들여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다만 원고가 초중등교육법 61조의 위헌성을 다투겠다며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과 관련해서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설세훈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은 판결 이후 입장문을 통해 “본 판결은 자사고가 존치된 상황에서 사학의 회계 부정을 용인하고 비리 사학에 면죄부를 준 것으로, 향후 사학의 부패행위 사전 차단 및 사립학교의 재정 투명성 확보를 위한 교육청의 관리・감독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상고 계획을 밝혔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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