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에두아르도 샘파이오 독일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학&진화’를 통해 일부 문어가 물고기와 함께 무리를 지어 사냥에 나선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이스라엘 남부 아일라트 해안의 암초 지대에서 한달가량 스쿠버 다이빙을 하며 카메라 여러 대로 문어 13마리를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총 13번의 무리 사냥 활동을 확인했으며 무리 사냥 활동 시 문어는 한 마리당 2~10마리의 물고기들과 무리를 이뤄 행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리 사냥에는 고트피쉬(goatfish)나 참바리(grouper) 등 여러 종의 물고기가 참여했다.
문어가 이 무리를 이끄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무리 안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물고기를 타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고기가 사냥감을 찾아 계속 움직이도록 주의를 주는 셈이다. 주로 블랙팁 그루퍼(홍바리)가 문어에게 꼬리를 맞는 일이 많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에두아르도 샘파이오 박사는 “움직임이 둔하거나 문어 근처에만 모여 있을 때 문어는 펀치를 날린다”며 “물고기들이 먹이를 찾아 움직이면 누구에게도 펀치를 날리지 않는다”고 했다.
연구진은 문어와 물고기가 무리 사냥에서 역할을 분담해 모두 무리 사냥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보고 있다. 분석 결과 물고기는 무리의 이동 경로를 안내하고 문어는 이동 여부나 시기를 결정해 주도적으로 사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블루 고트피쉬라는 종은 무리를 이끌고 가다가도 문어가 바로 뒤따라오지 않으면 자리에 멈춰 있는 모습을 보였다.
샘파이오 박사는 무리 사냥에서 문어의 역할을 최고경영자에, 물고기를 회사 연구개발팀에 비유했다. 문어가 다른 물고기를 시켜 먹잇감의 활동을 파악하게 한 다음 사냥 방향을 정하는 것이 시장 상황을 연구한 뒤 회사의 방향성을 정하는 경영과 비슷하다고 샘파이오 박사는 설명했다.
다만 문어가 특정 물고기를 알아보는지, 무리 사냥을 선호하는 지 등의 여부는 밝혀내지 못했다. 또 문어가 이 같은 사회적 사냥 활동을 학습한 것인지, 아니면 타고난 것인지도 의문으로 남아 있다.
샘파이오 박사는 “직감으로는 문어들이 배우는 것 같다”며 “작은 문어는 큰 문어보다 물고기와 협력하는 데 더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조사한 무리 사냥이 동물계에서 극히 드문 현상”이라며 “동물의 사회적 상호작용과 리더십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혀준다”고 말했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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