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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육이 뭔지도 모르면서 자신있게 말하는 대통령, 이해할 수 없어”[박주연의 색다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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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경향신문

안철수 의원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의·정 갈등과 관련해 지난 2월부터 ‘증원 1년 유예’를 주장해온 그는 이날 국민의힘 소속으로는 유일하게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졌다. 성동훈 기자 zenis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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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의대 정원부터 재조정 필요…수험생 소송? 배상하면 돼
성태윤 정책실장 ‘2000명 수정 불가’는 대통령이 못 박아서일 것
딥페이크 범죄, 기술 흐름 못 읽고 대응 조직 없앤 정부의 책임 커

국민 의구심 풀어주는 게 지도자 역할…‘채 상병 특검’ 민심이 천심
한동훈 대표, 조직화 애먹어…지금 개혁 못하면 끝날 때까지 못해
윤 대통령 ‘공동정부 약속’ 빛의 속도로 깨버릴 줄은 몰랐다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7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 2월6일 정부가 2025년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한 때부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62)은 “증원을 1년 유예하고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2026년부터 증원 규모를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정하자”고 주장해왔다. 용산과 의료계 만남도 주선했다. 하지만 양측의 양보 없는 기싸움에 결과적으로 환자들의 고통만 가중되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 19일 국민의힘 소속으로는 유일하게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졌다. 21대 국회부터 세 번째 같은 선택을 했다.

특검법이 통과된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안 의원은 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쓴소리를 거침없이 했다. 그는 “대통령이 의과대학 교육이 뭔지도 모르면서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결국 의료시스템이 붕괴되는 길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 상병·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듭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대해선 “민심이 천심”이라며 “국민들이 어떤 의구심을 갖고 있다면 그것을 풀어주는 게 지도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인터뷰에선 지난 대선 당시 단일화 과정의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경향신문

안철수 의원이 지난 19일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을 누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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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의원은 내년 1500명 증원부터 원점 재검토하자는 주장인데, 이미 수시모집 지원이 끝났고 경쟁률도 공개됐어요. 백지화가 가능할까요.

“의료시스템이 붕괴되지 않게 하려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2025년 증원 재조정을 안 하면 이번 의료대란의 핵심인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 입시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은 어떻게 합니까.

“의료 붕괴와 수험생 피해, 이 두 가지 커다란 손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어요. 국가의 가장 큰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예요. 즉 국민의 죽고 사는 문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죠. 따라서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죽고 사는 문제인 의료시스템 붕괴부터 막아야 합니다.”

- 유승민 전 의원은 “(2025년도 증원을 백지화하면) 수험생이 소송을 제기할 것이고 정부는 질 게 뻔하다”며 “내년 정원을 건드리는 것은 무리하다”고 말했어요.

“(소송에서 지면) 배상하면 되죠. 유승민 (전) 의원이 의과대학에 대해 뭘 알아요? 대통령도 마찬가지고, 홍준표 시장도 그렇고, 의과대학 교육이 뭔지 모르면서 저렇게 막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걸 저는 이해를 못하겠어요. 내년에 1500명을 더 뽑는다고 해도 그렇게 입학한 학생들이 의사고시를 볼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어요. 제대로 교육받을 환경이 안 되기 때문이에요.”

- 정부는 의학교육 개선을 위해 2030년까지 5년간 5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했어요. 여기에는 국립대 의대 전임 교원을 3년간 1000명 증원하는 방안 등이 담겼고요.

“그걸로 안 됩니다. 내년 의대 정원이 종전 3000명에서 1500명 더 늘면 4500명인데, 여기에 3000명 유급생까지 더하면 7500명을 교육시켜야 해요. 두 배 이상의 신임 교수가 필요하죠. 그런데 의대 교수가 한 과목을 만드는 데 몇년은 걸리고, 한 번에 교수를 그렇게 많이 확충할 수도 없어요. 게다가 지금 지방 의대 교수들이 사표 내고 수도권으로 이직하고 있어요. 필수의료·지역의료 살리고 의사과학자 등 의학 인재를 양성하는 게 의료개혁인데 필수의료·지역의료가 먼저 망가지고 있는 거예요.”

- 정부는 해부 실습용 시신인 ‘카데바’를 병원끼리 공유하도록 법 개정도 추진한다더군요.

“공유는 말이 안 돼요. 카데바는 한 번 자르면 끝이에요. (의료개혁 정책 입안자들이) 너무 무식합니다. 어쩜 그렇게 모를 수 있는지. 국가 개혁에서 제일 중요한 게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는 일입니다. 당사자들이 나서야 제대로 개혁이 되죠. 그런데 의료개혁을 하겠다면서 의사들에게 아무 말도 안 하고 밀어붙이기만 하니 개혁이 실패하는 것이죠.”

- 대통령실은 ‘2025년은 의대 증원 재조정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요.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목적으로 (의료계가 요구하는) 2025년 의대 증원 문제 등 모든 안건을 열어두고 논의할 것을 제안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요청도 끝내 수용하지 않았고요.

“결국 의료시스템이 붕괴되는 길로 갈 수밖에 없겠죠.”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씩 5년간 늘리기로 한 것은 자신의 결정이라며 대통령실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했는데 어떻게 보나요.

“아니에요. 대통령이 결정한 겁니다.”

- 어떻게 확신합니까.

“2월6일 정부의 2000명 증원 발표가 있은 후 3월에 내가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방재승 서울대 의대 비대위원장을 연결해주는 등 의·정 간 많은 분들의 만남을 주선했어요. 의대생·전공의 간담회도 열었고요. 그럼에도 정부와 의료계의 합의가 끝내 도출되지 못한 이유는 성태윤 실장이 그 자리에서 2000명 증원 규모만은 절대 바꿀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에요. 뻔한 거 아니겠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2000명을 언급했기 때문이죠. 내부에서 논의할 때마다 (대통령이) 증원 규모는 바꿀 수 없다고 못 박았나 보죠.”

- 그래도 성 실장이 대통령에게 보고는 할 텐데요. 자기 의견도 낼 테고요.

“이번 정부에선 그런 분위기가 아닌 걸로 알아요.”

- 의료계의 한 치 양보 없는 ‘전면 백지화’ 요구를 정부가 수용하면 ‘떼쓰면 들어준다’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정부와 의료계 양쪽에 다 책임이 있어요. 처음부터 정부가 2000명까지 안 가고 500명 정도 증원을 이야기했으면 의사들의 저항이 별로 없었을 겁니다. 그 정도 규모 증원에는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거든요. 그런데 공론화 과정도 없이 갑자기 2000명으로 발표해 버리니까 진짜 황당한 거죠. 특히 의료대란 핵심은 MZ세대인 의대생과 전공의예요. 몇달 버티다 돌아올 거라 생각하면 안 돼요. 이들은, 자신들은 힘든 경쟁을 뚫고 진학한 의대를 누군가는 비교적 쉽게 입학하는 것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해요. 자신들의 미래 계획이 완전히 흐트러졌다고 생각해 참을 수 없는 거예요.”

- 안 의원도 기본적으로 증원 자체에는 찬성하는 것으로 압니다만.

“필수의료·지역의료 붕괴를 막고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려면 한 해 300~500명 증원은 필요하겠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은 바뀐 것이 하나도 없는데 국민들이 불편과 혼란을 겪으면서 국가 재정 수조원만 낭비했어요. 의료공백 사태 수습을 위해 의료보험재정 약 2조원이 투입됐으니까요. 구조개혁을 선행한 후 숫자를 내놔야 하는데, (현 정부는) 항상 거꾸로예요. 처음이 아니에요. 교육개혁 한다며 충분한 논의나 여론 수렴 없이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을 덜컥 발표했다가 반발에 부딪혀 물린 것이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대규모 삭감을 발표했다가 저항을 불러온 게 다 같은 패턴이죠.”

- 근본 원인이 대통령 문제일까요, 아니면 대통령 주변 누군가가 대통령의 눈과 귀를 잡고 있어서일까요.

“둘 다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대통령 밑에 전문가가 없어요.”

- 안 의원은 국민의힘 딥페이크 디지털성범죄대응특위 위원장이죠. 윤 대통령은 취임 5일 만에 서지현 전 검사가 팀장을 맡았던 ‘디지털성범죄 TF’를 폐지했고, 데이트폭력 등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줄지 않는 가운데 여성가족부 장관 자리도 수개월째 방치하고 있어요. 이래도 한덕수 총리의 말처럼 정부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나요.

“정부 책임이 있습니다. 단순히 어떤 부처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빠른 변화를 정치가 너무 몰라요. 저는 5~6년 전부터 딥페이크 문제를 짚고 제대로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어요. 정부가 기술의 흐름을 예측했다면 이에 대응할 조직을 안 없앴겠죠. 미래를 못 보면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거예요.”

- 당은 본회의 불참 결정을 했는데, 왜 혼자서만 채 상병 특검법에 연거푸 찬성했나요.

“반드시 필요한 특검이니까요. 젊은 사람이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쳤으면, 그 죽음의 진상 규명과 함께 국가가 할 수 있는 최고 예우를 하는 게 제대로 된 나라의 모습이죠. 그리고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네 명을 추천하고, 야당이 이들에 대한 비토권을 가질 수 있는) 이번 법안은 확실한 제3자 추천 특검이라고 볼 순 없지만, 전보다 한동훈 대표 안에 접근한 진전된 안입니다.”

- 이번에 통과된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통령이 또 거부권을 행사할 텐데요. 전자는 윤 대통령이 직접 개입한 의혹이 제기됐고, 후자는 부인의 일이잖아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 모두 자신이나 가족이 관련된 의혹이 있을 때는 특검을 수용했어요. 민심이 천심입니다. 국민들이 어떤 의구심을 갖고 있다면 그것을 풀어주는 게 지도자의 역할 아니겠습니까?”

- 당 대표 출마 선언 때 대법원장 등 제3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 발의 의사를 피력했던 한동훈 대표가 이후 이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어떻게 보나요.

“한 대표가 정치에 입문하며 밝힌 선거공약인 만큼 지켜야 합니다.”

- 김건희 특검법에는 왜 투표하지 않았습니까.

“명품백 수수 건의 경우 증거가 이미 공개돼 있으니 특검까지 할 사안은 아니라고 봐요. 이미 검찰이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고요. 하지만 김 여사가 국민께 사과하는 게 맞죠. 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건의 경우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고요. 공천 개입 의혹 건은 만약 실제 개입했다면 수사 대상이죠.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의 반복을 막기 위한 견제 시스템의 작동이에요. 대표적인 게 특별감찰관 임명과 제2부속실 설치입니다.”

- 윤 대통령은 현재 제2부속실 설치를 준비하고 있고, 특별감찰관에 대해서도 “국회에서 정해주면 임명하겠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계속 끌고 있잖아요. 미적거리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대검 수심위 결론이 나온 후 김 여사가 활동을 재개했는데,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경찰을 대동한 마포대교 순찰은 너무 심했죠. 대통령 부인에게 주어진 영역과 역할은 따로 정해져 있어요. 과거 영부인들이 그에 따라 역량을 보여주셨듯이, 그런 일들을 하시면 되는 거예요.”

- 김건희 여사뿐만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에요. 대권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부인 리스크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어요. 안 의원의 배우자 김미경 교수의 경우 안 의원의 정치적 행보에서 중요한 변곡점마다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더군요

“그건 엉터리예요. 완전히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나는 거예요. 제 아내는 순수하게 저를 돕겠다는 생각이지, 정치에 대해 전혀 몰라요. 관심도 없고요.”

- 임기 반환점을 앞둔 대통령의 지지도가 총선 이후 20%대에 고착돼 있어요. 집권 3년차 대통령 지지율로는 최저치인데, 가장 큰 원인이 뭐라고 보나요.

“집권연합을 스스로 깼잖아요. 김영삼 전 대통령만 해도 금융실명제 등 과감한 개혁을 하는 것을 보고는 보수·중도 가릴 것 없이 찬사를 보냈어요. 그런데 윤 대통령은 대선 때 지지해준 보수·중도층을 넘어 지지세력을 더 확장하기는커녕 중도는 물론 보수층까지 떨어져 나가게 하면서 20%대 지지율로 내려앉은 거예요.”

- 안 의원은 윤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었는데, 인수위 그림대로 나라가 운영되고 있는 건가요.

“(고개를 강하게 가로저으며) 아니요. 가장 큰 충격은 R&D 예산 감축이었어요. 대한민국이 앞으로 먹고살 길은 과학밖에 없어요. 미·중이 과학기술 패권전쟁 시대에 접어들었는데 우리에겐 굉장히 큰 기회예요. 중국에 기술 경쟁력을 다 빼앗길 수 있는 상황을 미국이 차단해주고 있으니까요. 지금이야말로 산업정책을 통해 제2의 과학기술 입국과 제2의 한강 기적을 만들 때예요. 에너지, 방산·우주항공, 인공지능, 바이오, 탄소중립 대응, 스마트농업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 투자해야 해요. 그런데 그건 안 하고 엉뚱하게 의대 정원 문제를 가지고 싸우고 있으니. 휴…”

-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하는 과정에서 완주 기자회견까지 해놓고 왜 막판에 마음을 바꿨습니까.

“범죄자와 초보자 대결 상황에서, 또 TV토론을 4번 했음에도 제가 선택이 안 된다면 우리나라 선거제도하에서는 3당을 하는 게 의미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단일화 조건 자체가 공동정부였어요. 차라리 공동정부를 만들어 제가 잘 아는 의료나 과학기술, 산업에서 역할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런데 (윤 대통령의) 약속이 빛의 속도로 깨졌죠(웃음). 상상도 못한 일이었어요. 최소 공동정부가 몇년은 가거든요.”

- 배신감과 함께 정치에 비애감을 느꼈겠어요.

“국민이 불쌍하죠. 그런데 이상하게 원망하는 마음은 없습니다.”

- 왜요.

“살면서 배운 것 중 하나가 권한의 크기와 책임의 크기가 같다는 거예요. 제가 아는 과학자, 의사, CEO(최고경영자)도 많고 과학, 의학, 산업에 대해선 자신 있었거든요. 그런데 1차 내각을 구성할 때 제가 추천한 사람들을 안 뽑고 100% 본인(윤 대통령) 사람들로 채우더라고요. 일이 잘못됐을 때 책임까지 지겠다는 거구나, 생각했어요.”

- 단일화 과정에서 본 윤 대통령은 어땠나요.

“당시만 해도 공정과 상식의 아이콘이었잖아요. ‘종이조각이 뭐 중요하냐’며 호탕한 모습을 보였죠. 하지만 종이조각이 있어도 쓸모없었을 거예요. 그런 것들이 모여 결국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20%가 된 거죠.”

-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할 여지는 전혀 없었습니까.

“제가 2012년 대선 때 후보 사퇴 후 문재인 후보의 유세를 도왔음에도 이후 5년간 그쪽 사람들로부터 끊임없이 들은 말이 안 도와줘서 졌다는 거예요. 그럼에도 2014년 민주당과 합당(새정치민주연합)을 했는데 또 약속을 안 지키고 금방 대표 자리에서 쫓아내더라고요. 2017년 대선 때는 드루킹 댓글 공작으로 저를 공격해 가장 큰 피해자가 됐고요. 그렇게 세 번 연속으로 배신당했는데, 민주당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 잦은 막판 포기에 ‘안철수방지법’을 제정해달라거나 ‘철수정치’라는 조롱까지 듣는데, 뼈아프지 않나요.

“안 그래요. 3당을 안 해본 사람은 몰라요. 독일은 사표(死票)가 0%예요. 자기가 좋아하는 정당을 찍으면 득표 비율만큼 의원이 나오니까요. 반면 한국은 소선거구제, 다수대표제여서 2등 이하를 찍은 표는 모두 사표가 되잖아요. 그걸 우려해 정의당 지지자가 민주당을 찍는 경우도 많고요. 한국은 사표가 50%가 넘는 굉장히 나쁜 선거제도를 갖고 있어요.”

- 대권 잠룡으로서 존재감이 이제는 희미하다는 평가가 많아요. 여권에선 한동훈 대표, 오세훈 시장에게 밀립니다.

“앞으로 (대선까지) 2년 반 더 남았잖아요. 그래도 운이 좋아 대선에 몇번 나왔는데 저는 항상 저 밑에 있다가 치고 올라갔어요.”

- 한 대표나 오 시장 정도는 제칠 수 있다고 자신하나요.

“못할 것도 없죠(웃음). 이제부터 시작인 것 같아요. 앞으로 2년 반 동안 자기 실력들을 드러낼 수 있다고 봅니다.”

-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는 건가요.

“대권 자체보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할 겁니다. 그건 국회의원으로서도 마찬가지고요.”

- 정치 새내기인 한동훈 대표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합니까.

“조직화 문제에서 좀 곤란을 겪는 것 같아요. 보통 당대표가 되면 조직화를 잘하는데, 잘 안 되고 있어요. MBA를 하다 보면 90일 법칙이란 게 있어요. CEO가 돼 90일 동안 한 일이 자기 임기가 끝날 때까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라는 얘기예요. 당대표 취임 두 달을 맞은 한 대표도 나머지 기간 동안 개혁과제들을 제대로 수행해내지 못하면 임기가 끝날 때까지 못한다고 봐요.”

경향신문

박주연 논설위원


박주연 논설위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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