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9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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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생각보다 강합니다. 혼자일 때보다 함께할 때 더 강합니다.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유엔총회 ‘고별 연설’ 메시지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단합’으로 요약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9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종식 등 글로벌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촉구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대통령 재임 시절 유네스코(UESCO),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 기구에서 탈퇴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립주의 노선에 대한 우회적 비판으로도 해석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재선 도전을 포기한 만큼 이날 ‘23분 연설’이 대통령 재임 중 유엔총회에서 한 마지막 연설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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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변곡점에 서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사의 또 다른 변곡점에 서 있다”며 “오늘 우리의 선택이 앞으로 수십년간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침략에 맞서 싸울 것인가, 격화하는 분쟁을 끝낼 것인가, 기후변화 같은 전 지구적 도전에 맞설 것인가, 신기술의 기회와 위험에 대비해 무엇을 계획할 것인가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했는데, 11월 미 대선을 앞둔 미국 내 정치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우리는 지칠 수 없고 외면할 수도 없다”며 “우크라이나가 정의롭고 항구적인 평화를 얻을 때까지 지원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총회장에 있던 각국 지도자 등 고위 인사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9차 유엔총회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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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헤즈볼라 분쟁 ‘외교적 해결’ 촉구
그는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에 대해선 “무장 테러리스트 하마스가 주권 국가를 침공해 미국인 46명을 포함한 1200명 이상을 학살했다”며 “동시에 가자지구의 무고한 민간인들도 지옥을 겪고 있다. 그들은 하마스가 시작한 이 전쟁을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의 안전을 확보하고 이 전쟁을 끝내야 할 때”라고 말해 다시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전면적 충돌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의 분쟁과 관련해서도 “전면전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외교적 해결’을 촉구했다.
중국과의 경쟁에 대해서는 “갈등으로 치닫지 않도록 책임감 있게 관리하기 위한 원칙을 지켜야 한다”면서도 “불공정한 경제 경쟁과 남중국해 상 군사적 강압에 맞서고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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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등 북한 언급 이번엔 빠져
지난 3년간의 유엔총회 연설에서 빠짐없이 언급해 온 북한 문제는 이번에는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유엔 연설에서는 북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을 규탄하면서 “그러나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에 전념하고 있다”고 했고, 2022년 유엔 연설에서는 “우리의 외교 노력에도 북한은 계속 유엔 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취임 후 첫 유엔 연설이었던 2021년에는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추진을 위해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모색한다”고 했었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최근 개정된 민주ㆍ공화 양당의 정강에서 ‘북한 비핵화’ 목표가 빠지면서 차기 미 행정부에서 실질적 비핵화 의지가 흔들리거나 북핵 문제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이후 한ㆍ미 정부는 “양국의 북한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유엔 고별 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언급 자체가 빠지면서 미 행정부에서 북한 문제가 후순위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9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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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해서는 한 차례 언급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전 세계 4분의 1에 해당하는 국가들이 미래를 선택하는 선거를 치른다”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한국ㆍ가나ㆍ인도 등을 그런 사례 중 하나로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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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 포기 결정 관련 “조국을 더 사랑해”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이 전쟁, 기아, 테러, 기후위기, 인공지능(AI) 등 미래의 다양한 도전에 맞서려면 유엔 안보리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더 강력하고 더 효과적이며 더 포용적인 유엔을 만들어야 한다. 유엔은 새로운 목소리와 관점을 받아들이기 위해 적응해야 한다”며 “이것이 우리가 유엔 안보리 개혁과 회원국 확대를 지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 출마를 접은 결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저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지만 이 일을 사랑하는 만큼 조국을 더 사랑한다”며 “저는 이제 새로운 세대의 리더십이 조국을 발전시켜야 할 때라고 결심했다.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권력을 유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것은 바로 여러분의 국민”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날 유엔에서는 국제사회 현안을 둘러싸고 직ㆍ간접적 이해 당사국 간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안보를 주제로 열린 유엔 안보리 고위급 회의에 참석해 “이란과 북한이 무기 제공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죽이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땅을 훔치려는 것을 돕고 있다”고 비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안보리 회의에 참석해 북한ㆍ이란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에 대해 “푸틴이 무고한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학살하고 파괴하는 것을 돕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조치를 촉구했다. 중국을 겨냥해서도 “중국도 기계 공구, 소형 전자기기 등의 (대러시아) 최대 공급자”라고 비판했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중국은 우크라이나 위기를 만들지 않았다. 어느 한 편의 당사국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국 대표로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조태열 외교장관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핵무기) 비확산 체제의 창립국인 러시아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해 북한과 불법 무기 거래를 하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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