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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딥페이크 처벌 목소리에…또 등장한 ’알페스 처벌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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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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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불법합성물(딥페이크) 성범죄가 알려진 뒤 ‘여성 혐오 범죄’라는 비판과 함께 처벌 강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왜 남성을 대상화하는 알페스는 처벌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딥페이크는 실제 성착취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알페스와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논점 흐리기식 반응은 디지털 성범죄 대책 마련만 지연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엔(n)번방 등 피해자의 주 성별이 여성인 성범죄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소셜미디어(SNS)와 커뮤니티 등에는 ‘남성 뿐 아니라, 여성도 가해자다. 이들도 함께 처벌하라’는 주장이 반복된다. 이번 불법합성물 성범죄 이후 다시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건 ‘알페스(RPS, Real Person Slash)’다. 실존 인물을 소재로 허구의 애정관계를 다룬 글이나 창작물을 뜻하는 알페스는, 일종의 팬덤 하위 문화로 여겨져 기획사 등에서도 달리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일부 묘사가 성적 모욕감을 줄 수 있어 팬덤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알페스의 주인공은 대개 남성 아이돌이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은 2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불법합성물을 이용해 피해자에게 금품, 성관계 등을 요구하는 범죄와 실제 성착취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는 알페스를 동일 선상에 두고 비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2021년 ‘알페스 처벌법’이 발의됐을 당시 법무부도 반대의견을 냈다. 법무부는 검토의견서에서 “사람의 얼굴·신체 등을 대상으로 한 영상물을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하는 행위와 소설·웹툰에 노골적인 성행위를 표현하는 것은 동일한 행위로 보기 어렵고, 이를 같은 조항에 일률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법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알페스 처벌 주장은 ‘남성중심주의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 문제를 가리기 위한 ‘백래시’(역습)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지학 소장은 “딥페이크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이 피해자임에도, 여성은 다시 협박을 당한다. 이런 구조는 남성중심주의 사회에서 벌어지는 대표적인 일”이라며 “(알페스 논란은) 남성에게 젠더 권력이 있다는 걸 무마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했다. 윤김지영 창원대 교수(철학과)는 “문제를 문제가 아닌 것으로 묻어버리면, 성착취 구조라는 문제의 사안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책이 만들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침묵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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