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장 접수, 범죄수익환수부 배당
수사땐 최태원-노소영 이혼訴 영향
지난 4월 16일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관련 항소심 변론기일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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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불거진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 원 비자금’ 진위를 수사해 달라는 고발장이 접수돼 검찰이 사건을 배당하고 기록 검토에 나섰다. 비자금 수사가 본격화할 경우 대법원 이혼소송 심리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19일 ‘선경 300억 원’ 메모에 관한 고발장을 접수해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유민종)에 배당했다. 범죄수익환수부는 부정부패나 불법행위 등 범죄로 얻은 수익을 추적해 국고로 환수하는 기능을 전담하는 부서다.
고발장은 이희규 대한민국헌정회 미래전략특별위원장이 개인 자격으로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위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고발 배경에 대해 “(300억 원 비자금은) 전부 범죄 수익이고 은닉 재산 아니냐”며 “국민 법 감정도 그렇고, 비자금을 국고에 전부 환수해 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자금을 은닉한 혐의와 조세포탈 혐의로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와 동생 재우 씨, 아들 재헌 씨 등도 고발했다. 이 위원장은 경기 이천시를 지역구로 3대 도의원과 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은 올 5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선고 직후 불거졌다.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는 SK주식회사를 비롯한 모든 재산을 최 회장과 노 관장의 공동 재산으로 보고 재산분할액을 1조3808억 원으로 늘린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노 관장 측이 자신이 SK그룹 성장에 기여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선경 300억 원’이라고 쓰인 김옥숙 여사의 비자금 메모를 증거로 제출했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메모를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 원이 최종현 전 SK 회장 쪽으로 유입돼 당시 선경(SK)그룹 성장의 발판이 됐다고 판단했다. 해당 메모는 노 관장이 법원에 제출하기 전까지 김 여사가 보관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선 검찰 수사에서는 비자금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고 이에 따라 추징금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은 고발 내용을 검토한 뒤 직접 수사 여부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5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세금 포탈이 확인되면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 있다”며 “조만간 법무부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앞서 심우정 검찰총장은 3일 인사청문회에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환수해야 한다’는 입장의 야당 측 질의에 “제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모르는 상황이고 법률상 가능한지도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 취임하면 한번 정확히 살펴보겠다”고 답한 바 있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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