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헤즈볼라 650차례 융단폭격…지상전 위기 고조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와 동부 지역뿐 아니라 수도 베이루트까지 폭격했다. 사진은 무너진 베이루트 남부의 한 아파트 잔해를 치우며 생존자를 찾고 있는 구조요원들.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지난 23일(현지시간)에 이어 24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해 레바논 전역에 융단폭격을 감행, 민간인을 포함해 2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은 필요시 지상군 진격까지 언급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사실상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23일 ‘북쪽의 화살(Northern Arrows)’로 명명된 작전을 통해 레바논 남부와 동부 일부 지역은 물론 수도 베이루트의 헤즈볼라 시설 1600곳에 약 650차례의 공습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다니엘 하가리 수석대변인은 “주요 공격 목표는 헤즈볼라의 순항미사일, 장·단거리 로켓발사대, 공격용 드론 발진기지였다”며 “헤즈볼라를 국경 인근에서 멀리 밀어내기 위해 모든 조치를 할 것이며, 필요하면 지상전을 감행할 준비도 돼 있다”고 말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24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어린이 50명, 여성 94명 등을 포함해 최소 558명이 사망하고 1835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발표했다. 2006년 7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34일간 치른 2차 레바논전쟁(일명 7월전쟁)으로 1191명이 숨진 이후 최대 피해 수치다.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공격은 말 그대로 ‘말살 전쟁’이자 레바논의 마을과 도시를 붕괴시키려는 파괴적인 계획”이라며 “유엔과 영향력 있는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침략을 억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영옥 기자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24일 오전 2시39분부터 10시33분까지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로켓 80여 발로 대응 공격을 했고,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표적 수십 곳을 또다시 폭격했다.

연일 계속되는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레바논 남부에선 최소 10만 명이 넘는 피란 인파가 쏟아져 나오면서 베이루트로 가는 고속도로가 극심한 정체현상을 보였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레바논인들이 사용하는 휴대전화와 일반전화에 “이스라엘군은 당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 설치된 테러 관련 시설을 파괴할 예정이며, 당신들을 해치고 싶지 않으니 당장 집을 떠나라”는 아랍어 메시지를 보냈다. 부인과 4명의 자녀를 태우고 베이루트에 도착한 한 남성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아이들은 굶주려 있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헤즈볼라의 후원국이자 ‘저항의 축’을 주도하는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23일 미국 뉴욕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확전을 노리고 있으며, 이란을 분쟁에 끌어들이려고 “덫을 놓았다”고 비판했다. 다만 지난 7월 대선에서 승리한 온건 성향의 대통령인 그는 “모두를 전쟁으로 끌어들여 역내 불안정을 초래하길 원하는 건 이스라엘”이라며 “우리는 중동에서 전쟁과 무력 충돌이 확대되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중동 국가들도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에 동참했다.

개전 이후 확전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온 미국은 이날 중동에 소수의 미군 병력을 증파키로 결정했다. 현재 중동에는 미군 약 4만 명이 주둔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 소통보좌관은 24일 ABC방송에 나와 자국민들에게 레바논을 서둘러 떠나라고 촉구했다. 프랑스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를 요청했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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