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취 논란에 즉답 피한 정몽규 "심사숙고해 결정"

■축구협회장, 국회 문체위 출석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두고선

"특정인 선발 의도 전혀 없어

홍명보 감독 "공분 일으켜 죄송"

이임생 이사 울먹이며 "내가 사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4일 국회에 출석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논란과 관련해 “어떤 음모를 꾸미거나 실상을 감추기 위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나와 모두발언에서 “감독 선임 건에 대해 협상 과정의 모든 것을 다 밝히고 그때그때 상세히 설명하지 못했던 것은 우리가 어떤 음모를 꾸미거나 실상을 감추기 위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고, 불공정한 과정을 통해 특정인을 선발하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이 최근 행보가 연임이자 4선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고 질문하자 “내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심사숙고해서 결정하도록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내 모든 축구 관련 활동이 연임을 위함이라고 말씀하신 것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며 “결국 역사가 평가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공정성 논란과 그 과정의 난맥상에 대해 정 회장이 입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회장은 “결과적으로 이런 지난한 논의 과정을 통해 선임된 홍 감독에게는 개인적으로 미안한 감정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가 새 감독을 물색하는 현재 방식에 변화를 줄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전력강화위 회의에서 나온 감독 후보들의 이름이 실시간에 가깝게 언론을 통해 공개됐던 점을 언급하면서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유럽이나 남미와 달리 아직 전 세계 축구 시장에서 변방에 속하는 편”이라면서 “아쉽지만 국내 팬들의 눈높이를 충족시켜줄 지도자를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마음대로 뽑을 수 있는 축구 시장의 규모는 여전히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짚었다.

홍 감독은 선임 과정에 대한 논란과 관련해 “공분을 일으킨 점을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내가 이걸 (전무이사로) 한 번 경험해봤기 때문에 그 경험을 통해 말씀드리면 불공정하거나, 아니면 특혜가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력강화위에서 1순위로 올려놨기 때문에 감독직을 받은 거였다. 혹시 2위라든지 3위였다면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축구대표팀은 다음 달 10일 요르단과 원정 경기, 15일 이라크와 홈경기를 앞두고 있다. 홍 감독은 2026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으로 치러지는 두 경기에 나설 국가대표 선수 구성을 확정해 이달 30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홍 감독은 “본래는 지금 내가 유럽에 있어야 할 시간이다. 유럽에서 몇몇 선수를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자신의 선임에 대해 국민들이 품은 의구심을 풀기 위해 이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홍 감독이 “사퇴 의사가 없다”고 단언한 반면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는 사퇴를 선언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 이사는 자신이 주도한 홍 감독 선임 과정이 절차적으로 문제라는 위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울먹거리며 그만두겠다는 뜻을 전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력강화위원들에게 동의를 얻어내는 과정에서 중대한 흠결이 있었던 게 아니냐고 거듭 추궁하자 이 이사는 발언권을 요청한 뒤 “내 명예가 달린 일이라···내가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참고인으로 참석한 박주호 해설위원은 이 이사에게 동의를 해줬는지를 묻는 민 의원의 말에 “1분가량 통화한 것으로 기억한다. 동의를 구하는 얘기는 나눴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통보에 가까웠다”고 했다.

홍 감독 선임 논란을 두고 축구협회를 감사해온 문화체육관광부는 다음 달 2일 감사 결과를 중간 발표한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이날 현안 질의에 출석해 “홍 감독 선임 절차 문제에 대한 발표를 먼저 할 것”이라며 “잘못된 점은 분명히 지적하고, 감독 거취 문제는 축구협회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축구협회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10억 원 이상의 재정 지원을 받는 공직유관기관단체에 해당해 문체부 감사 대상이다. 축구협회의 자료를 받아 두 달 이상 감사를 진행한 문체부는 중간 발표에서 감독 선임 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는지 집중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문체부 당국자는 “대한배드민턴협회와 축구협회 감사 최종 발표도 차례로 이어질 예정이며 10월 중으로 체육 단체의 낡은 관행을 개선할 대책도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최수문기자 기자 chsm@sedaily.com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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