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5 (수)

국민연금, 이재용 상대 손배소…“삼성물산 불법합병 피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부당합병 의혹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뒤 법정을 나오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민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에 손실을 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삼성물산 불법 합병 관련자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국민연금공단(공단)은 삼성물산 불법 합병 관련 재판이 완결된 지 2년여 만인 지난 13일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국민연금 피해액 5억? 6천억?





24일 보건복지부와 공단 설명을 종합하면, 공단은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이재용 회장 외 8명을 상대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피해를 보상하라는 취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대상은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최치훈·김신·이영호 전 삼성물산 사장, 법인 삼성물산 등 삼성 관계자 7명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등이다.



이에 따라 이 회장 등이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얼마를 배상할지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불법 합병으로 입은 손해액은 수천억원대지만 기관이나 단체가 산정한 액수는 제각각이다. 2019년 국민연금공단은 국회에 6815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보고한 바 있다. 또 참여연대는 피해액을 5200억~6750억원으로, 경제개혁연구소는 2021억~2212억원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6750억원으로 계산하면 연금 수령자의 절반가량인 200만명의 한달치(2022년 월 41만3천원 기준)에 이른다.



공단은 우선 소송가액을 5억100만원으로 책정했다. 향후 전문가 감정 등을 통해 피해 금액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소멸시효 코앞에서야 소송





이 회장 등 이번 소송 대상들의 합병 관련 재판은 일찌감치 끝났다. 이 회장 등의 뇌물 제공 혐의(삼성 쪽)는 2019년 8월에, 문 전 장관 등의 전 정부 인사들의 직권남용 혐의는 2022년 4월 대법원 판결이 완료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해까지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검토 중”이라고 했다가 지난 7월에서야 “연말 전에 소송 제기”로 입장을 바꿨다. 그러곤 추석 연휴 직전에 소를 제기했다.



공단이 염두에 둔 소멸시효의 기준점은 2014년 12월 제일모직의 상장 시점을 뜻한다. 삼성물산 합병은 2015년 5월 이사회 합병 안건 의결을 거쳐 같은 해 7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완성됐지만, 이보다 앞서 또다른 합병 당사자인 제일모직이 합병을 위해 상장한 시점으로 책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보수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소송 제기가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공단이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 수년이 지나서야 삼성물산 합병 관련자들에게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공단 승소 시 배상은 누가?





공단은 피해액을 나중에 산정할 계획이지만, 수천억원이 넘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재용 회장이 삼성물산 합병으로 가장 큰 이익을 얻은데다, 막대한 배상액 납부의 실효성을 감안하면 이 회장의 책임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이재용 회장의 승계를 위해 합병이 이뤄졌던 만큼 부당한 이익을 취한 이 회장에게 더 책임을 묻는 것이 마땅하고, (배상액을 받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강정민 연구위원도 “손배소송의 경우 관련자들이 연대 책임을 지는 경우가 많지만, 배상할 수 있는 능력을 감안하면 이 회장밖에 없어 소송이 그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 불법 승계 재판 영향은?





이재용 회장은 현재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또다른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진행 중인 소송이 손해배상 소송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이다.



시민사회에선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보도록 한 ‘외압의 유무’가 이번 손해배상 소송의 핵심 쟁점이어서, 이에 대한 판단은 2019년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상황이라서 손해배상 소송 결과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당시 대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뇌물공여 사건’에서 이 회장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위한 그룹 차원의 승계 작업’이라고 봤다. 김은정 협동사무처장은 “1심에서 무죄가 난 이 회장 불법승계 사건 항소심 결론까지 보지 않더라도 국민연금이 삼성합병 과정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찬성 의결을 부당하게 행하면서 손해를 봤다는 사실은 대법원 판례를 통해 이미 확인이 됐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국민연금이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충분히 다퉈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배소송 재판부가 손해배상 책임 근거를 합병과정의 위법성 여부로 본다면 소송이 지연되는 등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한 경제 전문 변호사는 “(합병 과정의 위법성을 직접적으로 판단한) 이 회장의 부당합병 사건 항소심 재판 결과가 이 손해배상 소송 중에 나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재판부가 그 결과를 지켜보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