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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잠행' 트럼프 부인 멜라니아, 연설 한 번에 수억 원 받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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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행사서 '연설료 명목 3억 원' 장부 기록
자금 출처 불분명… 정작 주최 측은 "지급 안 해"
후원자들에 '대리 모금' 주장도… "이해충돌 소지"
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2022년 11월 8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중간선거 투표를 마친 뒤 투표소를 빠져나오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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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한 보수단체의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연설한 대가로 수십만 달러(수억 원)를 수수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선 후보의 배우자가 '고액의 연설 보수'를 받는 것 자체도 이례적인데, 자금 출처도 의문을 낳고 있어서다. 남편의 유세장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으며 '잠행 모드'를 취하고 있는 멜라니아의 행보와도 맞물려 이를 바라보는 시선마저 곱지 않다.

미 CNN방송은 멜라니아가 지난 4월 보수성향 인권단체 '로그 캐빈 리퍼블리칸스'가 주최한 모금 행사에 참석해 23만7,500달러(약 3억1,700만 원)를 받았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캠프가 최근 공개한 재정보고서에는 이 돈이 '연설료 명목'이라고 적혀 있다.

문제는 해당 자금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행사를 주최한 단체는 '멜라니아에게 연설료를 지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캠프의 재정보고서에는 이 돈을 지급한 주체가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지 않다. 받은 사람만 있고, 줬다는 사람은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2017년 1월~2021년 1월) 주독일 대사를 지낸 릭 그레넬이 멜라니아를 대신해 주최 단체가 아니라, 이 단체의 후원자들에게 연설 보수금을 요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미국 시민단체 '책임과 윤리를 위한 시민들'(CRE)의 수석 고문 버지니아 캔터는 "이런 경우는 본 적이 없다"며 "자금 출처를 보고하지 않으면 이해충돌 규정 등의 준수 여부를 평가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CNN은 "선거 운동 중인 대선 후보의 배우자가 지지 단체의 모금 행사에 참여해 별도의 연설료를 받는 관행이나 전례도 없다"고 짚었다. 멜라니아 측과 그레넬은 이번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CNN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그간 멜라니아는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 참석 정도를 제외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 현장에 두문불출하며 선거 운동과는 거리를 둬 왔다. 대신 개인 사업에 매진했다. 트럼프 캠프 재정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온라인 보석 판매와 대체불가토큰(NFT) 발행 등을 통해 33만 달러(약 4억4,000만 원)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 다음 달 출간되는 자신의 회고록 홍보를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 일정과는 별개로 북투어에도 나설 예정이다.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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