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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진료실 풍경] 장례식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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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일산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이투데이

추석 다음날, 새벽 3시. 장인 어른이 세상을 떠나셨다. 간암으로 1년여 투병하신 끝에.

마지막으로 고인의 손을 잡고 작별 인사를 건네면서 주마등처럼 과거의 추억이 지나간다. 곧 정신을 가다듬고 일을 진행해야 한다. 자녀는 딸 다섯. 사위들이 상주가 되어야 한다. 난 둘째 사위다. 그 와중에도 ‘둘째라 다행히 부담이 좀…’ 하는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것을 느꼈다. ‘이런 속물 같은….’ 동시에 죄책감이 안도감을 눌러 버린다.

예전에 ‘빙부상’을 알리면, 전통에 어긋난다며 언짢아하던 몇몇 선배들의 모습이 스치고 지나간다. 그러나, 아들이 없으시니 부고를 지인들에 알려야 한다. ‘하, 게다가 추석 연휴인데….’ ‘장례식장도 경기도라 오기에 거리가….’

원래 타인에게 부담주는 걸 꺼려하는 성격이라 주저주저하면서도, 부고장을 열심히 보내는 중이다. 곧 화환,깃발 등이 속속 도착하니, 장례식장이 좀 환해지고, 속칭 ‘포스빨(?)’이 나는 것 같다. 바로 옆방은 화환이 거의 없는 것을 보니, 왠지 안도감과 우월감마저 느낀다. ‘이런, 한심한 놈, 이런 세속주의자 같으니.’ 다른 자아의 꾸짖음에 정신을 차리고, 이웃 상주에게 위로와 사과를 마음속으로 건넨다. 다음날은 연휴가 끝나 곧바로 병원으로 출근하여 회진을 돌고, 외래 진료를 하다 4시쯤 서둘러 식장으로 향하였다. 조문객을 받고 다음날 발인 일정을 논의하면서, 한편으론 ‘나는 갔었는데, 안 온 놈들이…’, 분노와 배신의 감정이 올라온다. ‘각자 사정이 있었겠지, 옹졸하게….’

셋째 날, 오전 진료를 취소했다. 발인을 하는 날이다. 화장장에 관이 들어간 순간, 뭔가 고인과 단절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상념에 잠긴 것도 잠시 뿔뿔이 흩어져 고인을 모실 명당 자리를 찾느라 식구들은 분주하다. 입원 환자가 내원하였다는 전화가 와 중간에 슬며시 자리를 이탈하여 11시 쯤 진료실에 도착한다. 가을 해가 어느덧 졌다. 계절이 지는구나. 어둠에 몸을 싣고, 집으로 운전을 하기 시작한다. 한강 주변의 고층 건물들은 변함없이 빛을 명멸하는 중이다.

‘산천은 의구하고 인걸은 간데 없고….’ 문득, 시조 한 구가 뇌리속을 스친다. 잠시 인생의 의미에 대한 성찰이 느껴진 듯. “따르릉” “자기 오늘 둘째 학원 픽업하는 거 잊지 않았지?” 정신을 퍼뜩 차리게 된다. 막내딸의 중간고사가 며칠 안 남았다는 생각에 운전대를 고쳐 잡고, 속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삶이 지속되는 동안은 계속 길을 나아가야 한다’는 평소의 신조로 다시 돌아가면서. 최영훈 일산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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