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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사설] 금투세 우왕좌왕, ‘역할극’ 아닌 ‘자해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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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4일 의원총회 겸 정책토론회를 열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문제를 다뤘다. ‘시행’·‘유예’로 편을 갈라 쟁점을 짚은 토론회였다. 유예팀장 김현정 의원은 “증시 밸류업과 자본시장 선진화가 우선”이라고 했다. 시행팀은 시장 투명화를 위한 조치라며 강행론을 폈다. 전날 ‘역할극’ 논란을 부른 이강일 의원의 문자대로 진행된 셈이다.

민주당은 의견을 더 수렴해 당론을 확정한다. 민주당은 그간 금투세 앞에서 갈팡질팡해 왔다. 원래 내년 1월 시행 예정이었으나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이재명 대표가 한발 물러섰다. 이 대표의 시행 유예 혹은 완화 구상에 대한 반발 기류가 없지 않지만, 러닝메이트를 자처한 김민석 최고위원도 최근 ‘유예’ 주장을 펼쳤다. 진성준 정책위의장 등이 여전히 반발하는 만큼 언제 어떻게 당론이 정해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주식시장엔 악재라는 사실이다. 설혹 쉽게 유예 당론이 확정된다 해도 국내 증시에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시행 시일만 미뤄질 뿐 불확실성의 먹구름은 걷히지 않는 탓이다. 민주당이 이른바 ‘역할극’에서 ‘폐지’ 팀은 없이 시행·유예 두 팀만 가동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적어도 폐지가 왜 요구되는지, 그 논리적 기반만이라도 살펴봐야 하지 않나. 1400만 개미들의 애간장 녹는 심정이 안중에 있는지 모를 일이다.

금투세는 주식, 펀드 등 금융투자로 얻은 이익이 연간 5000만 원이 넘으면 초과 액수에 대해 22∼27.5%의 세금을 물리는 것이 핵심이다. 2년 유예 기간을 거쳐 내년 1월 1일 적용된다. 하지만 세계 최하위 수준의 증시 수익률을 보이는 열악한 시장 한복판에서 금투세 폭탄이 터지면 무슨 불상사가 벌어질지 알 수 없다는 점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그래서 폐지론이 폭넓게 번지는 것이다. 상황은 이미 좋지 않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7월 말부터 8월 말까지 한 달간 코스피 지수는 2.33% 하락했다. 주요 20개국(G20) 중 대표지수 수익률이 이보다 낮은 국가는 전쟁 중인 러시아(-13.18%·RTS 지수)와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튀르키예(-8.03%·ISE 100)뿐이다.

미국·일본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는 동안 한국은 구경만 했다. 심지어 지난달 5일 미국발 ‘R의 공포’가 덮쳤을 때 코스피 지수는 역대 최대 하락 폭(234.64포인트)을 기록했다. 글로벌 증시가 동시에 출렁거렸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충격파는 유난히 크다.

근래 시장 안팎에선 ‘국장(국내 주식시장) 탈출은 지능 순’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3조605억 원으로 한 달 새 6조4000억 원 이상 줄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20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지난달의 2배 수준인 6조300억 원을 순매도했다는 한국거래소 집계도 있다. 금투세 시행이 아니라 논란만으로도 대규모 자금 이탈이 초래되고 있다. 그런데도 금투세 명줄을 쥔 민주당은 우왕좌왕만 계속한다. ‘역할극’이 아니라 ‘자해극’이다. 그것도, 1400만 개미를 볼모로 잡은 초대형 자해극이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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