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방첩부대장, 박정훈 단장 측 사실조회 요청에 부인 취지 답변
공수처가 확보한 김계환-방첩부대장 녹음파일과 모순된다는 시각도
사건 보고·이첩 보류 지시·사건 이첩-회수 등 주요 국면마다 통화
박정훈 전 단장 측·해병대연대, 사실조회 대상자들 '법적 대응' 검토
지난 5월 공수처로 출석하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김 사령관과 'VIP 격노설' 관련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진 해병대사령부 방첩부대장이 'VIP 격노설'을 부인하는 취지의 답변서를 군사법원에 낸 것으로 확인됐다. 〈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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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 3일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의 항명 혐의 7차 공판에서 박 전 단장 측이 요청한 사실조회에 이 같은 내용으로 답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박 전 단장 측이 A씨에게 물은 건 아래와 같습니다.
"항명 논란이 불거진 지난해 8월 2일 전후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지난해 7월 31일 오전 11시 57분쯤 국방부장관의 이첩보류지시는 대통령의 격노 때문이었다'는 취지의 말을 들은 사실이 있는가."
A씨는 "그런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군사법원으로 보냈습니다.
이는 앞서 알려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내용과 다른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VIP 격노설'과 관련한 A씨의 정확한 입장을 파악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7월 국회 청문회에서 답변하는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가장 왼쪽).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가운데)과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가장 오른쪽) 〈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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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김계환-A씨 'VIP 격노설' 통화녹음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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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공수처가 특정한 'VIP 격노설을 알고 있는 (김 사령관을 제외한) 세 번째 군 내부자'로 지목돼왔습니다.
애초 박 전 단장이 김 사령관에게 'VIP 격노설'을 들었다고 군검찰에 진술했고, 이후 공수처가 해병대 고위 간부 B씨로부터 "지난해 8월 1일 회의에서 김 사령관에게 'VIP 격노설'을 들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또 공수처는 김 사령관의 휴대전화를 복원해 '김 사령관-A씨' '김 사령관-B씨'가 각각 통화하면서 'VIP 격노설' 관련 대화를 한 통화녹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씨는 김 사령관과 박 전 단장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채 상병 순직 사건'을 보고한 지난해 7월 30일부터 사건 이첩-회수가 있었던 8월 2일까지 나흘 동안 김 사령관과 최소 4번 통화했습니다.
당시 주요 사건과 통화기록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7.30 16:30 김계환·박정훈, 이종섭에게 사건 보고
· 7.30 18:31 김계환 → A씨(★)
· 7.30 18:51 김계환 → A씨(★)
· 7.31 11:54 02-800-7070 → 이종섭
· 7.31 11:57 이종섭 → 김계환 (이첩 보류 지시)
· 7.31 12:31 김계환 → A씨(★)
· 8.2 12:07~12:57 윤석열 대통령 → 이종섭 (3회 통화)
· 8.2 13:00 김계환 → 임성근
· 8.2 13:03 김계환 → 유재은
· 8.2 13:26 김계환 → A씨(★)
· 8.2 13:42 유재은 → 이시원 (문자)
· 8.2 13:42 임기훈 → 유재은
· 8.2 13:51 유재은 → 경북경찰청 수사부장 (사건 회수 시작)
김 사령관이 A씨에게 전화를 걸었던 건 이 전 장관에게 사건을 보고한 뒤에 2번, 이 전 장관에게 이첩 보류 지시를 받은 뒤에 1번, 김 사령관이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통화한 뒤에 1번입니다. 그리고 30분 만에 사건 회수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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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와 진술 반드시 모순되는 건 아니지만…
━A씨가 박 전 단장 측의 질문(사실조회)에 "그런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답변하면서, 공수처가 확보한 녹음파일과 군사법원에 제출된 답변은 얼핏 모순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질문 자체가 (법원이 사실조회 요청을 수용할 때 매우 엄격하게 범위를 적용하는 점을 고려해) 특정 일자를 지정하는 등 범위를 매우 제한해 놓았기 때문에, A씨가 공수처 녹취와 모순되지 않게 부인할 수 있는 방법도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 김 사령관에게 'VIP 격노설'을 들었지만 그게 지난해 8월 2일 전후는 아니다.
· 김 사령관에게 8월 2일 전후 'VIP 격노설'을 들었지만 그 내용이 '지난해 7월 31일 오전 11시 57분쯤 국방부 장관의 이첩보류지시는 대통령의 격노 때문이었다'는 건 아니었다.
· 김 사령관과 'VIP 격노설' 관련 대화를 나눈 건 맞지만 A씨에게 'VIP 격노설'을 말해준 건 김 사령관이 아니었다.
등 여러 경우의 수가 있습니다. 박 전 단장 측은 'VIP 격노설'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는 취지로 질문을 보냈지만 A씨 입장에선 위의 어떤 경우라도 "사실과 다르다"고 답변할 수는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A씨의 답변을 놓고 군사법원에 거짓말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이 답변으로 공수처가 확보한 증거가 힘을 잃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진상규명을 위해 A씨가 누구에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어떤 내용의 'VIP 격노설'을 듣고 김 사령관과 통화했는지 밝힐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지난 5월 재판에 출석하면서 해병대 예비역에게 경례를 받는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 해병대 예비역 연대는 해병대사령부 방첩부대장 등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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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단장 측·해병대연대 법적 대응 검토
━박 전 단장 측은 A씨의 답변 내용을 분석하면서, 사실조회 요청을 한 4명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거짓 답변을 하거나 혹은 답변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정당한 재판을 방해하는 건 아닌지 등을 따져보겠다는 것입니다.
지난 2월 김 사령관을 모해위증 혐의로 고발한 해병대 예비역 연대 역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A씨 외에 사실조회 요청을 받은 윤석열 대통령, 김 사령관, 해병대 고위 간부 B씨의 답변서는 아직 군사법원에 도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조회 답변은 의무가 아니어서 이들 모두 답변을 거부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박 전 단장의 항명 혐의에 대한 8차 공판은 내일 열립니다. 내일 증인으로 채택된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은 '국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합니다. 그리고 채 상병의 동기들, 해병대 1292기는 모레 전역합니다.
유선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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