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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축협 "감독 선임 전권 이임생에게 위임"…박주호 "동의보다 통보에 가까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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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위 대한축구협회 현안 질의…감독 선임 절차 논란

양문석 "정몽규 회장이 무슨 자격으로 전권 위임하나"

홍명보 '빵집 특혜 면접' 의혹…외국인 후보와는 달라

정몽규 거취 결정 질문엔 "모든 가능성 열고 고민할 것"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대한축구협회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감독 선임의 전권을 위임받는 과정이 다뤄졌다. 이 총괄이사가 전력강화위원회로부터 권한을 받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으니 홍명보 감독을 선임한 것도 불법이라는 취지다. 이 총괄이사로부터 동의 요청을 받은 전력강화위원도 절차적 하자를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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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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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위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국회에서 이 총괄이사에게 "지난 7월8일 언론브리핑에서 전권을 위임받았다고 얘기한 것 맞나"라며 "(전력강화위원) 다섯 명 모두에게 동의를 받았나"라고 물었다. 이 총괄이사는 "그 부분에 대해 확실히 말할 수 있다"며 "다섯 명의 위원과 통화를 해서 동의를 구했다"고 답했다.

민 의원은 이 총괄이사가 동의를 얻었음에도 개인 메신저를 통해 한 전력강화위원에게 '동의를 받았다고 기자에게 컨펌(확인)만 해주면 된다'고 말한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이 총괄이사에게 해당 메시지를 받은 위원은 동의한 사실이 없다고 말한 것도 공개했다. 그러면서 당시 동의를 했다던 다섯 명의 위원 중 한 명으로 현안 질의에 참석한 박주호 전 위원에게 동의한 것이 사실인지를 물었다. 박 전 위원은 "(이 총괄이사와) 1분가량 통화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동의를 구하는 이야기를 나눴지만, 제가 느끼기엔 통보에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이 총괄이사는 다섯 명 모두에게 동의를 구했다고 했지만, 당사자인 박 전 위원은 이를 사실상 부인한 셈이다.

앞선 오전 질의에서 양문석 민주당 의원은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홍 감독을 포함한 세 명의 감독 후보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게 추천한 뒤 돌연 사임한 후 이 총괄이사가 감독 선임의 전권을 위임받은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정 회장에게 "이 총괄이사에게 전권을 위임했나"라고 물었고 정 회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양 의원은 "회장이 무슨 자격으로 전권을 위임하나"라고 재차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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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실질적인 결정은 사임한 정 전 위원장이 마쳤고 이 총괄이사가 감독 후보 세 명을 면담했다는 입장이다. 정 회장은 이 총괄이사에게 "이 총괄이사의 판단을 전적으로 믿으니 잘 정해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전력강화위원회가 이 총괄이사에게 전권을 위임한 건 11차 회의였는데, 정 회장과 홍 감독은 10차 회의에서 사실상 결정이 끝났다는 취지로 답했다. 정 회장은 11차 회의가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양 의원은 11차 회의록을 직접 읽으며 "김정배 축구협회 상근 부회장도 (11차 회의는) 자격이 없는 불법 회의였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문체위 위원들은 홍 감독이 선임되는 과정에서 이 총괄이사와 면접한 것이 특혜 면접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총괄이사는 다른 두 명의 외국인 감독 후보들과는 유럽까지 가서 정식적인 절차로 면접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홍 감독과는 홍 감독 자택 근처의 카페에서 저녁 11시경에 만나 면접을 진행한 것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박수현 민주당 의원은 "이 부분에 대해 홍 감독을 의중에 두고 형식적으로 면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갖기 충분하지 않나"라며 "이 총괄이사에게 면접과 감독 선임 권한을 줄 수 있는 근거가 있나. 정 회장이 일방적으로 기술 이사에게 위임할 권한 자체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이기헌 의원도 '빵집 면접'에 대해 "아무리 좋게 봐도 황제면접 아니면 접대 면접"이며 "공정해야 할 인사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 문제가 공정하지 않다면 대단히 큰 절차상 하자가 생긴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지적했다.

이날 질의에선 홍 감독의 선임 과정의 적법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정 회장과 홍 감독은 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가 감독을 선임하는 투표 과정에서 홍 감독과 다비드 바그너 감독이 7표로 공동 1위를 했음에도 홍 감독을 최다 득표로 보고한 이유를 지적했다. 이에 당시 감독 선임 작업을 이끌던 정 전 위원장은 "두 명이 동표로 7표가 나왔다고 (정 회장에게) 보고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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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의원은 또 참고인으로 나선 박 전 위원에게 "(투표) 1순위가 당연히 감독으로 결정되는 과정은 아니었다고 이해를 한 건가"라고 물었다. 이에 박 위원은 "그렇게 이해했다"고 답했다. 박 위원은 투표권을 가진 위원들이 각자 선호하는 감독을 복수로 투표하는 과정이었을 뿐 감독 선임에 최종 영향을 미치는 투표는 아니었다고 이해했다는 것이다.

이에 정 회장은 "10차 회의에서 바그너, 거스 포옛, 홍 감독 세 명을 추천했고, 정 전 위원장이 저와의 면담에서 홍 감독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그래서 저는 바그너와 포옛에 대해 비대면으로 면접을 했다길래, 홍 감독으로 정하더라도 셋을 모두 보고 나서 공평하게 추천하면 어떻겠냐고 했다"고 설명했다. 정 전 위원장도 이날 정 회장이 '비대면 말고 대면을 한 번 더 만나고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정 회장은 감독선임 절차가 국민의 의혹에 불과하고 하자가 없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홍 감독은 본인이 감독으로 선임되는 과정이 공정했냐는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의 질문에 "저는 뭔가 저한테 불공정하다거나 특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전력강화위원회에서 1순위로 올려놨기 때문에 감독직을 받은 것"이며 "제가 혹시라도 2위라든지 3위라든지 했으면 저는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체위 위원 일부는 정 회장이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도 던졌다. 정 회장은 4연임 가능성을 묻는 일부 위원의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고민하겠다"는 답을 반복했다. 정 회장 스스로 사퇴와 연임 모두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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