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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가 도둑놈보다 낫다” “그래도 파란색이제”···재보궐 격전지 영광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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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광 재선거 현장 르포

경향신문

10·16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를 앞두고 야당 대표들이 총출동했다. 지난 23일 영광터미널시장에서 시민들과 인사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24일 영광군 한 교차로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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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부터 (선거)운동 시작하면 봐봐. 조국 바람이 불거여.” “무슨 소리. 그래도 우리는 파란색이제.”

약 3주 앞으로 다가온 10·16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조국혁신당 지도부가 영광 재선거에 올인하면서 더불어민주당도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지도부가 총출동해 영광 민심잡기에 나섰다. 지난 23일 영광 전체인구의 45%가 거주하는 영광읍 일대를 돌며 유권자들을 만나 민심을 들었다.

민주당 후보 지지를 밝힌 이들은 장현 혁신당 후보를 ‘철새’라고 비판했다. 영광종합버스터미널 앞에서 만난 택시기사 한모씨(52)는 “얼마 전까지 민주당 예비후보로 뛰던 사람이 혁신당 점퍼만 바꿔입고 나오는 게 말이 되냐”며 “철새 이런 거 딱 싫어한다”고 했다. 지난 선거에선 무소속 후보에 투표했다는 조모씨(65)는 “교수하다가 정치하겠다고 당 바꿔가며 출마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며 “차라리 장세일 후보를 찍겠다”고 말했다.

반면 강종만 전 군수(무소속)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직위를 상실하면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후보의 도덕성을 강조하는 이들도 많았다. 선거사무소가 밀집한 칠거사거리에서 특산품 도매업을 하는 A씨(66)는 장세일 민주당 후보의 2014년 사기·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벌금 900만원) 이력을 언급했다. A씨는 “선거를 두 번 치르게 된 데 부끄러운 마음이 있다”며 “혁신당이 좋아서 지지하는 게 아니다. 정말 깨끗한 후보를 찾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당원이라는 김모씨(58)는 “도둑놈보단 철새가 낫다”고 했다. 그는 “누가 되든 첫째는 도둑질 안 하는 놈이 돼야 한다. 이제는 바꿔보자 이런 분위기가 있다”며 혁신당에 표를 주겠다고 했다.

현재 민주당과 혁신당은 어느 쪽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접전을 벌이고 있다. 추석 연휴 전인 지난 10~11일 남도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벌인 여론조사에서 장세일 민주당 후보는 29.8%, 장현 혁신당 후보는 30.3%를 기록했다. 이처럼 혁신당이 ‘터줏대감’ 민주당을 위협하게 된 배경에는 영광 군민들의 서운함과 아쉬움이 있었다.

백학리 이불 가게 사장 B씨(66)는 “그동안은 큰판이 벌어졌을 때 국민의힘에 대항을 한다고 하니 민주당을 어쩔 수 없이 많이 밀어왔다”며 “정치적인 면에서 민주당이 내세우는 것이 진보적이고 새롭지 않다. 여당이 일을 엉망으로 해도 반사이익조차 챙겨 먹지를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식당 사장 박모씨(71)는 “이개호(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민주당 국회의원)가 지금 4선인데 지역에 해놓은 게 뭐가 있냐. 민주당은 작대기만 꽂아도 된다, 이런 걸 바꿔야 지역이 산다”고 했다.

경향신문

지난 23일 전남 영광군 영광읍 칠거사거리 인근 건물에 붙은 10·16 재보궐 영광군수 선거 예비후보들의 현수막. 왼쪽부터 장세일 더불어민주당 후보, 장현 조국혁신당 후보, 이석하 진보당 후보.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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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선거전은 야당 지도부의 전면전 양상을 띠고 있다. 조국 혁신당 대표는 호남 한달살이 중이다. 혁신당은 지난 19일 영광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도 한준호 최고위원이 영광 한달살이에 나섰고, 지난 23일에는 지도부가 총출동해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영광터미널시장에서 수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씨(47)는 “이재명 대표가 영광을 직접 찾은 걸 보고 민주당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그는 “한 번 바꿔볼까 했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래도 파란색”이라고 했다. 떡집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조국 대표의 ‘월세살이’에 마음이 움직였다. 한수원 사택 앞에 나와 매일 출근인사를 하는 걸 보고 마음이 갔다”고 말했다. 당만 보이고 후보들은 보이지 않는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한 군민은 “인물로 봐선 군수감이 없다”며 “차라리 진정성 있는 선거운동을 하는 진보당에 마음이 간다”고 말했다.

일부 군민들은 선거전이 지나치게 과열되는 데 대한 불편함도 드러냈다. 영광군청 인근에서 만난 장모씨(56)는 “경기도 안 좋고 나라가 엉망인데 이런 데 군수선거에 신경 쓰지 말고 정치나 잘하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약사 C씨는 “서울에서 몰려오니 외지에서 지지자들도 같이 들어와 동네 물을 흐리고 있다. 군수선거는 군민들이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둬야 한다”고 말했다. 카페 사장 김모씨는 “옛날에는 이렇게 싸우다가 선거 끝나면 (군민이) 하나로 합쳐졌는데 이제는 한 번 갈라지면 안 합쳐진다”며 분열을 우려했다.

영광 |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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