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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나비 박사 석주명’ 곤충 표본, 90년 만에 일본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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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돌아오는 표본 가운데는 북한의 고산지대에서 채집된 ‘차일봉지옥나비’와 ‘함경산뱀눈나비’ 등과 같은 희귀종도 포함되어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국내 곤충 연구의 선구자로 불리는 석주명 선생이 1930~40년대 한반도에서 수집한 곤충 표본 120여 점이 9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다.



24일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오는 25일 일본 후쿠오카의 규슈대로부터 석주명 선생이 한반도 전역에서 수집한 곤충 표본을 기증받는다고 밝혔다. 석주명(1908~1950년) 선생은 1908년 평양에서 태어나 개성의 송도고등보통학교에서 공부했다. 이후 일본 가고시마 고등농림학교를 졸업한 뒤 모교인 송도고등보통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나비 연구에 몰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나비 표본을 수집해 나비 변이를 연구했으며 1939년 영국 왕립아시아학회에 ‘한국의 동종이명 나비 목록’을 출간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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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증은 지난 3월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이 일본 규슈대 연구실에 소장된 ‘석주명 표본’을 최초로 확인하며 성사됐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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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출간한 ‘조선 나비 이름의 유래기’에서는 우리나라 나비의 이름을 순수 우리말로 지어 소개했다. 책에는 나비 날개 뒷면이 서울의 시가지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시가도귤빛부전나비’, 노란빛이 노랑 저고리를 닮았다는 의미의 ‘시골처녀나비’, 조선 아가씨의 수줍은 모습을 닮았다는 뜻의 ‘봄처녀나비’ 등이 수록되어 있다.



있던 그의 표본 15만여점이 6·25 전쟁 당시 폭격 등으로 완전히 소실돼 지금까지 남아있는 표본은 그의 동생인 석주선이 피난 때 가져온 32점이 전부였다. 이 표본들은 국가등록문화재 610호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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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곤충 연구의 선구자로 불리는 석주명 선생이 1930~40년대 한반도에서 수집한 곤충 표본 120여 점이 일본 규슈대에서 한국으로 돌아온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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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증은 지난 3월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이 일본 규슈대 연구실에 소장된 ‘석주명 표본’을 최초로 확인하며 성사됐다. 연구진은 대학 쪽에 여러 차례 그의 표본이 국내 곤충학계에 차지하는 의미와 기증의 필요성을 설득했고 마침내 국내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이번에 발견된 120여 점의 표본은 당시 일본의 곤충학자와 교류했던 석주명 선생이 기증 또는 표본 교환 등의 형태로 규슈대 연구실에 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돌아오는 표본 가운데는 북한의 고산지대에서 채집된 ‘차일봉지옥나비’와 ‘함경산뱀눈나비’ 등과 같은 희귀종도 포함되어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은 규슈대 연구진과 함께 모든 표본 정보를 정리해 생물학 전문학술지 ‘저널 오브 스피시즈 리서치’(Journal of Species Research) 겨울호(12월 발행 예정)에 관련 논문을 투고했다. 또 ‘석주명 표본’의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한 특별 전시 및 학술대회를 오는 11월 개최할 계획이다.



서민환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석주명 선생 표본의 귀환으로 역사적·학술적으로 의미가 있는 귀중한 표본을 다수 입수했다”며 “이번 기증을 계기로 규슈대 곤충 연구자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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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표본 가운데는 북한의 고산지대에서 채집된 ‘차일봉지옥나비’와 ‘함경산뱀눈나비’ 등과 같은 희귀종도 포함되어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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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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