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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헤즈볼라서 멀어지라” 폭격 전 주민들에 의문의 문자…레바논 정보부 장관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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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 등 일부 지역 주민들 대상

이스라엘, 통신 인프라에 침투 의혹

전문가들 “2007년부터 수집한 듯”

경향신문

한 레바논 남성이 23일(현지시간) 베이루트에서 자신의 휴대폰으로 수신된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 메시지의 내용은 ‘헤즈볼라가 무기를 숨겨놓은 곳에서부터 대피하라’로, 이스라엘이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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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레바논의 통신 기반시설에 침투하고 주민의 정보를 몰래 수집해 온 정황이 드러났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2007년쯤부터 통신 정보에 접근해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3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0분쯤 레바논 베이루트와 남부 일부 지역 주민은 ‘헤즈볼라 거점에서 멀어지라’는 내용의 연락을 받았다. 일부는 휴대폰이나 유선전화로 녹음된 음성이 나오는 전화를 받았으며, 일부는 문자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내용은 “헤즈볼라의 무기가 있는 건물에 있다면 별도의 통지가 있을 때까지 마을에서 벗어나 있으라”로 동일했으며 발신 번호는 레바논 번호로 돼 있었다. 지아드 마카리 레바논 정보부 장관도 이러한 전화를 받았다고 알려졌다. 몇 시간 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이 시작됐고 이로 인해 492명 이상이 숨졌다.

이스라엘이 이처럼 광범위하게 레바논 주민에게 연락한 것이 일종의 심리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자지구 주민을 전단지 살포, 문자 메시지 전송, 전화 등으로 압박했듯이 레바논 주민에게도 같은 전략을 쓴다는 것이다. 알자지라는 “(가자지구 문자메시지 전송 등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당신들이) 어디에 있는지 언제든지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것을 팔레스타인인에게 상기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양상이 레바논까지 확대됐다”고 짚었다.

문제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주민의 전화번호, 위치 같은 정보를 어떻게 알고 연락을 취했느냐다.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7일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하기 훨씬 전부터 레바논에서 불법적으로 통신 정보를 수집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동 분석전문가 엘리자 마니에르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정보 수집이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2006년 이스라엘·레바논 전쟁을 치른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대비에 나섰다는 것이다. 마니에르는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서 자신이 원하는 누구에게든지 연락할 수 있을 정도로 유선전화, 자동차 번호판, 휴대폰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장비를 가지고 거리를 지나는 것만으로도 수천개 IP를 수집할 수 있다. 특정 지역에서 평소보다 많은 휴대폰이 감지되면 헤즈볼라 회의와 같은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통신 인프라에 침투한 정황이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레바논은 2018년 이스라엘이 통신회선을 해킹해 민간인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고 규탄한 바 있다. 이스라엘 정치분석가 오리 골드버그는 최근 매체 기고에서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을 놓치긴 했지만 여전히 주변 적에 비해 완벽한 정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알자지라는 “특정 지역에 있는 개인에게 경고를 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건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실시간 정보에도 접근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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