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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尹의 의료개혁은 '망한 정책'...의료민영화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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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청희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특위 위원
"정부, '행정 폭력' 수준...2025년 증원부터 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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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청희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특위 위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카페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국회=임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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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망한 정책이에요. 추진할 수가 없는 정책입니다."

강청희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특위 위원은 23일 <더팩트>와 만나 윤석열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이렇게 잘라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강 위원은 윤석열정부의 의료개혁을 현재의 의료시스템을 파괴하는 것에서 나아가 의료영리화(민영화)의 단초가 될 것이라 우려했다. 요약하자면 '건강보험을 약화시키고 민간보험을 육성하는' 방향이라는 것. 의료서비스를 시장화하고 병원이 본격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길을 열었다는 것이다.

의사 출신인 그에게 현재의 의료대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지난 2014년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로서 의료영리화 반대 투쟁의 선봉장에 섰던 그다. 그는 "정부의 대응에 이상한 포인트가 몇 가지 있다"고 했다.

강 위원이 꼽은 의료영리화의 '정황' 중 하나는 지난 추석 연휴 정부가 내놓은 응급실 대책이다. 당시 정부는 응급실 본인부담금을 늘리고 건강보험 재정이 들어가는 진찰료도 올렸다. 강 위원은 "이렇게 되면 민간보험인 실손보험으로 커버가 되는 사람은 부담 없이 가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못 간다. 민간보험의 필요성이 커지는 것"이라며 "건강보험 재정이 약화된다면 당연지정제도도 폐지하자 할 것이고 민간보험과 연계된 대형병원 쏠림 현상은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스템이 붕괴되어 생긴 공백에는 자본이 들어간다는 게 강 위원의 진단이다. 그는 특히 "정부가 문제가 생기면 병원에 돈을 더 주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방향은 정부의 의료개혁안에 그대로 반영됐다. 붕괴된 의료체계에 대한 해결책도, 필수의료 확충 방안은 '수가 인상'으로만 귀결됐다. 결국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강 위원은 "정부의 의료개혁안을 따라가면 건강보험 제도가 유지가 안 된다"며 "건강보험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각자도생 사회, 건강 불평등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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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위원은 "윤석열정부의 의료개혁을 현재의 의료시스템을 파괴하는 것에서 나아가 의료영리화(민영화)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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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위원은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무리하게, 급하게" 밀어붙이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했다. 그는 "10년 후에 의사 만 명이 부족하다고 5년 동안 2000명씩 뽑아야 할 이유가 있냐"고 되물었다. 그는 "전공의 공백이 위험한 게 전공의도 학생을 가르친다. 임상 실습을 맡고 있다. 2년 차가 1년 차를, 3년 차가 2년 차를 가르치는 도제식"이라며 "전공의가 이탈했다는 건 4~5년간 학생 교육에 공백이 생긴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강 위원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앞으로 이 시스템을 어떻게 복구할 것인가"다. 이탈한 전공의가 돌아온다 해도 복귀가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복귀는 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에서는 '내년 3월까지 버티면 이긴다'고 하는데, 이미 무너진 시스템은 복구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는 "물론 의사들의 대응도 미숙했다. 정치집단이 아니기 때문에 대응이 미숙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의 태도는 '행정 폭력'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의료대란 해결의 첫걸음은 "2025년 의대 정원 확대를 여·야·의·정협의체 테이블에 올려놓고 처음부터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강 위원은 밝혔다. 전날(22일) 민주당 의료대란특위가 의협과 간담회를 가진 뒤였다.

자리에 함께한 강 위원은 "의협도 여·야·의·정협의체에 안 들어오겠다는 게 아니다. 2025년 의대 정원 확대를 의제화한다면 이를 명분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 당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문제는 정부다. 그는 "정부가 워낙 완강하다"며 "24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만찬 회동에서 발전적인 대안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음은 강 위원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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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출신인 강 위원은 현재의 의료 차질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고 보았다. 그는 "한번 생긴 의료공백으로 시간이 지나면 생각지 못한 일들이 도미노처럼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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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 상황은 어느 정도인가.

이재명 대표가 어제(22일) 말했다. "국민이 가장 다급해하고 있다. 정작 다급해야 할 정부는 아무것도 안 한다." 처음 시작한 쪽에서 물꼬를 트지 않고 똑같은 얘기만 한다. '내년 3월까지 버티면 된다'고 한다. 잘못된 태도다. 제도를 바꿀 수 있는 쪽, 증원을 먼저 추진한 쪽에서 물꼬를 터야 한다.

이미 사고가 많이 생기고 있다. 의협의 얘기도 그렇다. 지금은 응급실 문제만 부각되지만 실제로 시간이 더 지난다면 중환자실도 무너질 것이다. 저는 의사 출신이라 병원이 돌아가는 걸 안다. 이렇게 한번 생긴 의료공백으로 시간이 지나면 생각지 못한 일들이 도미노처럼 일어날 것이다. 지금 전공의가 다 빠져나간 상태다. 특히 필수의료, 소아과 등 비인기과의 전공의들이 다 빠져나갔다. 전공의가 4년 과정인데 앞으로 4년이 걱정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백이 커질수록 전공의의 복귀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의대 정원 확대는 왜 문제인가.

증원 필요성은 있다. 하지만 증원의 방식이 문제다. 먼저 어느 경로를 얼마나 늘릴 것인가. 과거 문재인정부 때 400~500명의 증원을 이야기했었다. 기초의학 100명, 공공의료 종사가 300명으로 경로를 정했다. 정책 목표가 뚜렷했다는 방증이다.

지금은 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시작한 정책이 필수의료를 죽이는 꼴이다. '비인기과'가 왜 비인기겠나. 의료사고의 위험성은 높고 보상은 적다. 윤석열정부는 '무조건 2000명 증원'을 밀어붙였다. 2000명을 뽑아놓으면 알아서 분산될 거란 식이다. 그런데 비인기과가 돈 안 되고 힘든 건 그대로다. 갈 이유가 없는 건 2000명이 늘어나도 마찬가지란 의미다. 정책목표 설정, 추진 과제 모두 잘못 만들어졌고 '2000명 증원'의 근거도 못 댔다. 배출한 인원들을 필수의료나 공공의료 쪽으로 유인할 방안도 없다.

-의사들의 '밥그릇 지키기'라고 보는 시각도 상당하다.

저도 10여 년 전에 의사로서 정부에 투쟁한 적이 있다. 의사들의 집단 투쟁이 서너 번 된다. 다 밥그릇 지키기 싸움이라고 할 수는 없다. 가령 의약분업 파동 때는 보험료가 갑자기 증가되어 건강보험에 우려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런 부분들에서 의사들의 목소리가 반영됐다. 의사와 약사의 의견을 조율하면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협의가 됐다. 또 의료영리화(민영화) 반대 투쟁이 있었다. 제가 의협 집행부를 할 때였다. 의료산업을 활성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공공성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세계의사회에서도 의사들이 정부정책에 반대해 단체행동을 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대신에 "환자의 생명이 직결된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적 및 응급의료 서비스와 치료의 연속성은 제공"돼야 한다. 제가 당시 세계의사회의 사태조사 때 그런 선언을 받아냈다. 그다음에, 공정위에서 조사가 들어왔고 하루 파업 뒤 형사재판이 걸렸다. 저희가 이겼다. 왜냐하면 수익을 늘리려고 한 게 아니라 손해를 보면서 잘못된 정부 정책을 막으려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것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정부의 의료개혁안 제목만 보면 옳다. 그러나 방식과 목적이 잘못됐다면 그 부분에 의사들도 단결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를 받고 안 받고는 타협과 협상을 통해 이뤄질 부분인데 이 자체를 정부가 사전에 봉쇄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못 만들게 하고 행정명령 내리고 검찰 수사가 들어갔다. 맞는 얘기는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데 정부가 문을 닫고 시작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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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부의 의료개혁은 '제목'만 옳다고 했다. 강 위원은 "방식과 목적이 잘못됐다면 그 부분에 의사들도 단결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를 받고 안 받고는 타협과 협상을 통해 이뤄질 부분인데 이 자체를 정부가 사전에 봉쇄했다"고 말했다. /임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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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응은 어떤가.

갈라치기, 낙인찍기를 하고 있다. 처음엔 국민과 의사를 갈랐고 의사들을 개업의와 전공의로 갈랐다. 의사는 이 문제의 이해관계자이자 안고 가야 할 국민이기도 하다. 성의껏 타협하고 대화하고 소통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말 안 들으면 반개혁세력'이라고 규정해 버린다. 나간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돌아오게 하려면 요구를 어느 정도는 수용해 줘야 한다. 2025년 의대 증원의 의제화가 바로 그것이다.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 같다.

소통창구는 의협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 전공의를 만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의료계 내에서 조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정부가 정부 산하 사단법인을 만든 이유는 정부가 편하려고다. 정부의 파트너로서 의협을 만든 거다. 대전협은 의협의 산하 단체로, 대전협 회장이 의협의 정책이사로 참여한다.

전공의가 이탈했다고 전공의에 개별 접촉하는 건 잘못이라고 본다. 의사 사회는 유기적이다. 전공의는 4~5년의 일시적인 상태이고 전공의가 전문의가 되고 개업의가 된다. 의협은 다양한 직역이 참여하는 종주 단체인데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나. 그런데 이번에 의협 대의원 총회에서 증원 문제는 전공의가, 제도 문제는 의협이 하기로 의결했다고 한다.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졌다고 본다.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될까. 의료계에서 들어올 수 있겠나.

어제(22일) 의협과 만나 얘기를 들어봤는데 안 들어오겠다는 게 아니다. 2025년 의대 증원을 의제화한다면 이를 명분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게 의료계 입장이다. 우리 당 지도부도 2025년 증원부터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기 때문에 크게 입장이 다르지 않다.

증원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증원 여부를 테이블에 의제로 올리자는 것이다. 여·야·의·정협의체가 '2025년 증원 유예는 불가능하다'면 안 할 수도 있다. 의제조차 못 올리게 한다면 여·야·의·정협의체가 아예 출범을 못 할 것 같다. 문제는 정부다. 정부가 워낙 완강하다. 24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만찬 회동에서 발전적인 대안이 나왔으면 좋겠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가졌지만 야당이기 때문에 정책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계를 당연히 느낀다. 행정권이 있는 당과 없는 당은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차이가 크다. 정책을 주도한 쪽이 정부·여당이다. 정부·여당이 생각을 바꾸지 않으니 의정갈등이 극으로 가고 있다. 야당은 정부·여당의 생각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제1야당으로 입법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고 국정조사 등으로 진실을 파헤치는 작업을 국민을 대변해서 할 수 있다. 행정부가 느낄 수 있도록 영향을 미쳐야 한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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