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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스라엘, 레바논 폭격 최소 270명 사망...지상군 투입 전면전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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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3일 이스라엘군이 폭격한 레바논 남부의 한 마을에서 연기가 구름처럼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내의 헤즈볼라 군사 시설물 300여 곳을 대대적으로 폭격했다. 이날 공격으로 최소 270명이 숨지고 1000여 명이 부상했다. 이 공습을 계기로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 단체 하마스와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헤즈볼라를 상대로 ‘두 번째 전면전’을 개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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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23일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 단체 헤즈볼라의 군사 시설 등을 집중 폭격해 최소 270명이 사망하고 1000여 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헤즈볼라가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 단체 하마스를 도와 이스라엘을 겨냥한 공격에 가세하면서 양측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한 이래 하루 공격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것이다. 양측의 충돌 수위가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전면전이 초읽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테러 조직 헤즈볼라가 여러 해에 걸쳐서 구축해 놓은 군사 시설을 무력화하기 위해 정확한 정보에 근거해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며 “최소 800여 곳의 목표물들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남부뿐 아니라 수도 베이루트 북동쪽 60㎞에 있는 ‘베카 계곡’까지 공습했다.

이스라엘군은 공습에 유도폭탄과 공대지미사일 등이 동원됐으며, 헤즈볼라가 식별하기 어렵도록 일반 가정집 사이에 숨겨놓은 미사일 발사 시설을 집중 공습했다고 밝혔다. 이날 헤즈볼라의 미사일이나 무기가 보관된 집이나 군사 시설 인근 거주 주민들에게는 이스라엘 공습 직전 “안전을 위해 즉각 대피하라”는 휴대전화 경고 메시지가 대량 발송됐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날 공격으로 레바논 남부 수백 곳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하면서 사상자가 속출했고, 놀란 주민들이 황급히 차를 몰고 피란길에 나서면서 수도 베이루트로 연결되는 도로가 차들로 넘쳐나는 등 곳곳에서 대혼란이 빚어졌다. 레바논 보건 당국은 이날 이스라엘 공격으로 최소 270명이 숨지고 100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상자 구조·후송 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인명 피해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공습 과정에서 민가도 파괴됐으며, 사망자 중에는 여성과 어린아이, 구급 요원 등도 포함돼 있다고 레바논 보건 당국은 밝혔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국경 지대에서 철수하지 않을 경우 본거지인 레바논 남부로 진격하겠다는 입장이다. 궤멸적 피해를 본 헤즈볼라 역시 “전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무한 전투를 벌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전면전 발발은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앞서 19일 “헤르지 할레비 참모총장이 (레바논 접경) 북부 지역에 대한 작전 계획을 승인했다”며 레바논에 대한 전면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어서 20일과 21일 연속으로 레바논 남동부와 수도 베이루트에 맹폭을 가해, 헤즈볼라 군부의 고위 지휘관이자 특수부대 사령관인 이브라힘 아킬 등 16명이 넘는 고위 지휘관을 폭사시키고 미사일 발사대 수백 곳을 집중 파괴했다.

이스라엘은 전면전 발발을 뜻하는 지상군 투입이 언제라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가리 대변인은 이날 지상군의 레바논 공격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스라엘군은 북부의 안보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지상군이 레바논에 진입할 경우 1992년과 2006년에 이어 세 번째이자 18년 만에 헤즈볼라와 벌이는 지상전이 된다.

헤즈볼라 역시 ‘지상전을 피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이다.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측근이자 헤즈볼라 2인자인 셰이크 나임 카셈은 전날 이브라힘 아킬의 장례식에서 “우리는 이 전쟁의 새로운 국면, 전면적 전투 단계에 들어섰다”며 “(지상전 등) 모든 군사적 가능성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6월 알자지라 인터뷰에선 “헤즈볼라의 입장은 확전 방지”라고 했었다.

헤즈볼라가 전면전에 나설 경우 어느 정도의 전력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헤즈볼라는 4만~5만여 명의 병력과 15만발에 달하는 포탄·로켓·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17일과 18일 연속으로 벌어진 무선호출기와 무전기 폭발 사고로 핵심 조직원 3000여 명이 죽거나 다치는 타격을 입었다. 또 이후 계속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고위 지휘관 상당수가 사망하고, 미사일 전력에도 큰 피해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헤즈볼라는 22일 새벽부터 이스라엘에 150여 발의 로켓과 미사일, 무인기(드론) 등을 동원해 보복 공격에 나섰다. 그러나 이는 규모 면에서 기존 공격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이스라엘 북부 최대 도시인 하이파 인근에서 민간인 부상자 4명을 냈을 뿐 아직 이렇다 할 전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스커드 미사일, 이란제 젤잘과 파테 미사일 등 헤즈볼라가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해 온 장거리 미사일들은 아직 등장하지 않아 의문을 낳고 있다. 이 미사일들은 이스라엘 중·남부까지 타격이 가능하다.

이스라엘 정부는 하루빨리 헤즈볼라를 무력화하고, 현재 피란 중인 북부 주민들을 귀향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22일 “우리는 북부 주민을 안전하게 귀환시키기로 결심했다”며 “헤즈볼라도 그 의미를 깨닫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 장관과 헤르지 할레비 참모총장도 “북부 주민들을 반드시 집으로 돌려보낼 것이고, 그때까지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이날 내각 회의에서 “이스라엘이 레바논 마을과 도시를 파괴할 계획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 등 영향력 있는 국가들의 개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고 CNN이 전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의 교전이 확대되면 더 큰 지역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리는 더 큰 전쟁이 발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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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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