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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연기금마저 국장에 질렸다…5년간 팔아치운 금액이 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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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이후 연속 순매도세
올해만 1조2146억 팔아치워

기금운용 수익률 제고 위해
삼성전자 팔아 韓비중 줄이고
해외주식 집중 투자한 영향


매일경제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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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의 ‘큰손’이자 대표적 기관투자자인 연기금이 한국 증시에서 5년 연속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밸류업 원년인 올해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15조원을 사들인 반면,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는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달 20일까지 연기금은 코스피에서 총 1조2146억원을 순매도했다.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자의 연중 코스피 순매도액은 6조2745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15조2188억원을 순매수한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주체별로 보면, 금융투자(3조6623억원)를 제외한 보험(-9090억원), 투신(-1조9963억원), 사모펀드(-1조7664억원) 등 대부분 기관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거 팔았다.

연초 정부가 밸류업 기조를 강화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할인) 해소를 자본시장 중점 정책으로 추진했음에도, 기관투자자들은 주식을 사들인 금액보다 판 금액이 더 많다는 것이다.

특히 기관투자자 중 국민연금을 대표로 하는 연기금은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이끄는 주요 투자주체로 평가된다. 자산 규모가 크고, 패시브 투자를 추종하기에 전반적인 증시 투자심리 개선·위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것도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의 순매도세 때문이란 분석이다. 실제 연기금은 지난 2019년 9조6574억원 순매수 이후 5년 연속 코스피에서 순매도 중이다.

2020~2024년 5년 동안 코스피에서 연기금이 팔아치운 금액 규모만 33조8673억원에 달한다.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3000포인트를 넘어선 해인 2021년엔 차익 실현을 통해 24조1438억원을 순매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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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연기금은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비중을 대폭 줄이고 있다. 2021년(-10조9070억원), 2022년(-4조3878억원), 2023년(-1조16억원), 2024년(-1조3098억원) 등 연속 순매도 중이다.

삼성전자는 코스피 시가총액의 20%에 육박하는 대형주로, 사실상 지수와 유사한 주가 추이를 보인다.

시장 평균 수익률을 추구하는 패시브 투자를 즐기는 연기금 입장에선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 한국 주식 비중을 줄이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증권업계에선 수익률에 예민한 연기금이 보다 고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으로 ‘엑시트’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자산 규모가 1200조원에 육박하는 국민연금의 경우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한 수익률 제고가 시급한 상황이다.

국민연금의 2019년 국내주식 자산가치는 132조원이었는데, 2024년 6월 말 기준 159조원으로 20.5% 증가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주식은 167조원에서 391조원으로 134.1% 급증했다.

최근 기금 운용규모가 늘면서 자연스레 국내주식 투자금액도 늘었지만, 비중을 의도적으로 확대한 건 아니다. 올해 상반기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수익률은 20.47%에 달한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 수익률은 8.61%에 그쳤다.

2029년 말 기준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보면, 국내주식은 14.9%에 그친 반면 해외주식은 35.9%로 비중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기금 건전성 유지가 최우선 목표인 연기금 입장에서 기대 수익률이 높은 자산군에 투자를 집중하는 걸 비판할 순 없다.

다만 연기금이 밸류업을 외면하고, 국내 증시에 주식을 지속 팔아치우는 건 부담이다. 내부적으로도 기금운용 수익률 제고와 밸류업 과제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기 위한 고심을 거듭 중이다.

연기금에 정통한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향후 연기금의 국내 증시 투자전략은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는 기업들에 투자를 늘리는 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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