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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스리랑카, 국가부도 이후 첫 대선…"IMF 재협상" 좌파 성향 후보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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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대선 승리 후 선관위 사무실을 떠나며 손을 흔들고 있는 아누라 디사나야케 스리랑카 인민해방전선(JVP) 대표/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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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국가부도 사태 2년여만에 실시된 스리랑카 대통령선거에서 좌파 성향의 야당 총재 아누라 디사나야케(55) 후보가 승리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에 따르면 스리랑카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대선 개표 결과 인민해방전선(JVP) 대표인 아누라 디사나야케 후보(55)가 42.3%의 득표율로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중도 성향 제1야당 국민의힘연합(SJB) 사지트 프레마다사(57) 대표는 득표율 32.7%로 2위에 머물렀다. 재선을 노렸던 라닐 위크레메싱게(75) 현 대통령은 득표율 17.2%로 3위에 그쳤다. 전날 실시된 대선에서는 유권자 1710만여 명 중 약 76%가 투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디사나야케 후보가 1차 개표에서 과반 이상 득표하지 못해 스리랑카는 선거 사상 처음으로 2차 개표에 돌입했다. 2차 개표 결과 50% 이상 득표해 당선을 확정지은 디사나야케 당선인은 23일 오전 취임한다.

디사나야케 대표는 승리 확정 뒤 엑스(X)를 통해 "이 승리는 우리 모두의 것"이라며 "함께, 우리는 스리랑카 역사를 다시 쓸 준비가 됐다"고 환영 입장을 냈다.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은 "이 나라의 미래를 새 대통령에게 넘긴다"며 대선 패배 승복 의사를 밝혔다.

디사나야케는 지난 2019년 대선에서 3% 남짓한 득표율로 3위에 그쳤다. 당시 대선에서 승리한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코로나19 팬데믹 대처와 경제정책에 실패하며 국가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갔다.

분노한 시민들이 수도 콜롬보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점령했고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2022년 5월 국가부도(채무불이행) 선언 후 해외로 도주, 하야했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도피 전 총리로 지명한 위크레메싱게는 라자팍사 가문의 정당 스리랑카인민전선(SLPP) 지지를 등에 업고 의회에서 대통령에 선출됐다.

전임자의 잔여임기를 채우며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지원을 추진한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은 작년 3월 29억 달러(약 4조원)의 구제금융 지원을 확보한 뒤 IMF 요구에 따라 증세 등 긴축정책을 펼쳤다. 올해 3% 성장 달성이 전망되는 등 경기가 회복되는듯 보였지만 긴축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며 IMF 재협상을 통한 민생고 해결과 부패척결 등을 내세운 디사나야케에 대한 젊은층과 농민·빈민들의 지지가 높아졌다.

2019년 대선에서 득표율이 3%대에 머물렀던 다사나야케를 다음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 역시 대대적 개혁을 바라는 민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다사나야케 대표는 2022년 시위로 산산 조각난 스리랑카 정치 지형의 중심으로 올라섰다"며 "그가 얻은 강력한 득표율은 국민들에게 극심한 고난을 초래했던 현 정부 리더십에 대한 유권자의 피로감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1968년 11월생인 디사나야케는 육체노동자인 아버지와 가정주부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대학에 입학한 뒤 1987년 JVP에 입당하며 일찌감치 정치활동에 뛰어든 그는 2000년에 국회에 입성한 뒤 지금까지 의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2004년부터 1년간 농업부 장관도 맡았다.

디사나야케의 앞엔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공약대로 국민들의 고충을 줄이기 위해 IMF 구제금융 지원에 대한 스리랑카의 이행 조건에 대한 재협상이 그것이다. JVP 관계자가 AFP통신에 "디사나야케는 IMF 합의 자체를 파기하진 않고 조건들을 (재)조정할 것"이라 전했듯 IMF 지원이란 큰 틀 자체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 채권국이자 투자국인 인도와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외교도 큰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친중정책을 펼쳤던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중국 차관으로 대형사업을 벌였다가 빚더미에 올랐던 전적이 있는 만큼 디사나야케 당선인에게도 외교 문제는 경제 문제의 연장선상에 놓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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