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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민주화 길 위에서, 신부님들의 50년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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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987년 5월18일 오후 6시30분 서울 명동성당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주최로 열린 ‘광주민중항쟁 7주기 미사’에서 김승훈 신부가 ‘박종철군 고문치사 경관 3명이 더 있다’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역사의 물길을 바꾼 결정적인 폭로의 한 장면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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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주주의 진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이 창립 50돌을 맞는다. 23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미사가 열린다. 박정희 유신정권이 폭압으로 치닫던 1974년 9월 지학순 주교 구속을 계기로 출범한 사제단은 1980년 광주의 진실을 알리는 데 앞장섰고,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 내용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폭로해 6월 항쟁에 불을 댕기는 등 한국 민주주의 역사의 주요한 고비마다 의미 깊은 족적을 남겨왔다. 2007년에는 김용철 변호사를 도와 삼성 비자금 의혹 폭로에 앞장서면서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사회 전체에 알리기도 했다.



사제단은 이날 ‘우리는 사제입니다’란 제목의 50돌 기념 성명을 통해 “사제는 어느 때나 고통의 사람이며, 타인의 고난을 자기 문제보다 긴급하고 중대하게 여긴다”며 앞으로도 역사와 현실 속에 함께할 것을 거듭 다짐한다. ‘박종철 고문치사 조작’의 진실을 알리는 데 기여한 전병용·안유 두 전직 교도관에게 감사패도 증정한다. 이날 미사에서 50년 사제단 여정에 뚜렷한 자취를 새긴 함세웅·문규현 신부가 각각 강론과 주례를 맡는다.



한겨레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신부들이 지난 2007년 10월 29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성당에서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가 증언한 삼성그룹 비자금 조성 및 차명계좌 실태를 밝히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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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 수원교구장은 “사제단은 산업화 과정에서 일어난 수많은 인권유린 사태와 사회적 부패 현상을 좌시하지 않고 정의로운 예언자의 목소리를 냈다”며 “힘없고 가난한 노동자 농민들과 연대하며 그들의 아픔에 동참했고, 남북 겨레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실천적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평가했다.



사제단은 다음달 18일 창립 50돌의 의미를 정리하는 심포지엄을 열고, 사제단 50년 역사를 정리한 책도 준비 중이다. 지난해 3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 14개 교구를 돌며 ‘친일매국 검찰독재 퇴진과 민족정기, 민주회복을 위한 월요시국기도회’를 개최한 사제단은 내년 2월 총회를 열고 새 대표를 선출한다. 김인국 사제단 50주년 준비위원장은 “어렵지만 누군가 꼭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사제단의 사명이 아닐까 싶다”며 “어느 때보다 암울해진 남북관계와 통일 관련 활동으로 방향이 잡히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버스 기사나 열차 기관사는 행로가 정해져 있지만 택시 기사는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어디로 갈지 모르는데, 새로운 50년을 향해 출발하는 사제단의 심경이 택시 기사와 비슷한 것 같다”고 비유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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