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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인터뷰] 김지희 작가 "알쏭달쏭 인물 표정… 감정 숨기는 현대인 닮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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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작가 '실드 스마일' 시리즈

복잡 미묘한 각 개인의 무게 담겨

다양한 음료로 작품 즐기는 재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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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션 수정 부탁드립니다~~ 김지희 화가 인터뷰[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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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살인지,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 수 없다. 언뜻 보면 소녀 같지만, 어떤 그림은 소년 같고 어떤 그림은 중년 여성 같다. 입은 웃지만 커다란 안경이 얼굴 절반을 가려 웃는지 우는지 분간하기도 어렵다. 김지희 작가의 ‘실드 스마일’ 시리즈 얘기다.

지난 5일 서울 강남 라운지희움에서 만난 김 작가는 “동시대 인물을 그리고 있다”며 “(작품 속 인물의 표정에는) 명료한 답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작품 속 인물의 표정이 모호하다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소통하고 있더라도 그 사람의 진짜 내면에는 들어갈 수 없지 않으냐”며 “울타리를 치고 허용하는 범위에서 소통하는 관계에 대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실드 스마일 시리즈는 인물의) 감정이 물음표로 남는 작품”이라며 “복잡 미묘한 각 개인의 무게”라고 덧붙였다.

김 작가의 컬렉터 중 상당수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성이다. 그들은 “자화상 같다" "나 같다" "그림 속 인물의 마음에 공감된다"고 입을 모은다. 눈을 감추고 감정을 숨기는 그림 속 인물에 스스로를 투영하는 것이다. 김 작가는 “코로나 시기 마스크를 써서 표정을 감추니 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며 현대인들이 감정을 드러내는 데 부담을 느끼기에 그의 작품에 공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작가의 초기 작품 속 인물들은 치아 교정기를 꼈다. 그는 “삐뚤삐뚤한 치아를 일렬로 맞추듯, 사회적 기준에 맞춰 가는 인물을 치아교정으로 표현했다”며 “아픔을 참으며 사회의 기준에 맞춰야 하는 개인의 희생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고통을 참으면서 욕망을 꿈꾸는 걸까. 안경에는 범선, 에로스와 프시케 등 욕망과 관련된 신화나 역사적 이미지를 담았다. “카르페디엠과 메멘토모리는 연결돼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유한한 삶 속에서도 욕망하면서 살아가는 인물들을 표현했다.

그림 속 인물의 표정은 보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다지만 ‘라운지희움’에서 작가의 의도는 다양한 감각으로 제시된다. 라운지희움은 김 작가의 아틀리에이자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카페다. 6개월에 한 번씩 김 작가의 작품 3개를 선정해 차와 주스, 커피 등 다양한 음료를 통해 작품의 맛을 구현한다. 시각, 후각, 미각 모두를 통해 작품을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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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희움 [사진=윤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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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토끼, 청룡 등을 모티브로 한 세 가지 음료가 차례대로 나왔다. 화려한 안경을 쓴 토끼를 모티브로 한 투명한 체리빛 음료는 토끼털처럼 새하얗고 부드러운 솜사탕과 섞어 마시도록 제공됐다. 한 모금 마시자 입안에 달콤함이 가득 퍼지며 작품 속 토끼가 사랑에 빠진 듯 보였다.

김 작가는 바리스타와 함께 작품을 선정하고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 등을 상의해 음료와 디저트의 맛을 구현했다. 김 작가는 “바리스타가 도슨트가 돼 맛을 통해 작품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작가는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 기획으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콘퍼런스홀 ‘디 어젠다’에서 열린 ‘서울 마이 소울 인 두바이(Seoul My Soul in Dubai)’에 참가해 직접 ‘이터널 골든(Eternal Golden)’ 작품에 드로잉을 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현재는 중국 선양 K11 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하고 있다.
그는 후배 작가들에게 말했다. “누가 뭐라 하더라도 흔들리지 마라. 본인의 언어를 흔들림 없이 지속해라."
아주경제=윤주혜 기자 jujus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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