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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스리랑카 대선, 상위 2명을 놓고 2차'개표'에 돌입…3순위까지 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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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개표서 마르크스주의자가 42%로 야당 대표 32% 앞서

현 대통령은 3위로 탈락…'라자팍사' 가문은 5위

뉴시스

[AP/뉴시스] 스리랑카 대선 1차개표에서 1위를 차지한 디사나야케 후보가 21일 투표소를 나와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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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21일(토) 대통령선거를 치렀던 스리랑카는 1차 개표를 거쳐 22일 오후 역사상 처음으로 1차개표 상위 1위와 2위 후보에 대한 즉각 2차 개표에 들어갔다.

1차 개표 최상위 두 명 후보가 모두 50% 플러스 1표의 득표를 이루지 못한 후속 절차다. 흔한 2차 결선투표가 아닌 2차 '개표'로 스리랑카 대선이 이전부터 후보 단 1명에 투표하는 대신 후보 3명에게 선택순위 투표를 하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2차 표헤아림은 1차 종료 직후 즉시 실시된다.

1차 개표는 전날 투표된 1700만 표의 1위 선택 표만 헤아려 이날 정오 직후 결과가 나왔다. 1위는 50년 동안 정계 주변에 머물렀던 마르크스주의 당(자나타 비무크티 페라무나 JVP)을 이끌어온 순수 좌파 정치인 아누라 쿠마라 디사나야케(55. AKD) 후보로 득표율 42.3%를 기록했다.

2위 후보는 본격 야당 대표인 사지트 프레마다사(57)로 32.76%를 얻었다. 현 대통령인 라닐 위크레메싱게(75)는 17% 득표로 2차 개표에 나가지 못하고 완전 탈락했다.

1차 개표에서 마르크스주의자 디사나야케가 앞서 있으나 전날 투표 때 1차순위로 이 상위 2명을 찍지 않았던 유권자들의 2위선택과 3위선택을 살펴서 일일이 가중치를 부여해 이 상위2명의 기존 득표율에 더해 합산하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1차개표가 끝나기 전 현 정부의 외무장관 등이 벌써 AKD에게 축하 전화를 했다고 한다.

스리랑카가 공화국으로 전환한 1972년 이후 실시된 이전 8번의 대선은 1차 개표에서 당선자가 가려졌는데 이번에 최초로 2차 개표까지 갔다. 어떤 면에서 거의 처음으로 다당제 시스템이 제대로 발동해 스리랑카의 민주 역량이 깊어졌다고 볼 수 있다. 대선에 모두 38명의 후보가 나왔다.

1차 개표 진행 중 야간에 22일 정오까지 통행금지령이 내렸다가 2차개표 전에 해제되었다. 정국 불안보다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조치이며 이번 투표는 평화롭게 치러졌다는 것이 해외 평가다. 아직 2위인 프레마다사는 1993년 비행 추락사한 라나시게 대통령의 아들이다.

그러나 만년 주변에 머물던 순수 좌파 후보가 선두로 질주해 그만큼 경제적 사회적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드러냈다. 디사나야케 당은 현 의회에 단 3석만 가지고 있었으나 AKD는 야당 연합과 다른 '전국민의 힘'이라는 연합체를 구성하는 데 성공해 대선 선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가 당선되면 45일 안에 조기 총선이 실시돼 스리랑카의 정치가 대변화를 하게 된다.

인구 2300만의 스리랑카는 2022년 4월 250억 달러의 외채를 갚을 능력이 없어 석유, 의료품 및 조리용 연료까지 수입할 돈이 없는 경제 위기에 빠졌다. 분노한 국민들이 봉기해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관저를 급습해 불을 질렀다. 고타바야는 간신히 국외로 도망갔으며 총리직의 위크레메싱게가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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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스리랑카 한 가족이 21일 투표 후 손가락에 묻힌 지워지지 않는 잉크를 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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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스리랑카는 라자팍사 가문에 의해 좌우되었다고 할 수 있다. 도망간 고타바야의 형인 마힌다 라자팍사는 2005년 대통령에 당선되어 2014년까지 철권을 휘둘렀다. 스리랑카는 국민의 3분의 2가 불교도 싱할리족이고 북부의 3분의 1이 힌두교의 타밀족이다.

타밀족이 분리무장 투쟁을 벌여 1980년대 말부터 정부군과 싸웠다. 2009년 마힌다 대통령과 국방장관 직의 동생 고타바야가 6개월 동안 4만 명의 반군과 타밀족을 무참히 처단하는 잔학한 결전을 성공시켜 타밀족 반란을 완전 진압했다. 국민의 성원을 이용해 이때부터 라자팍사의 가문이 대통령, 국방장관은 물론 국회의장, 재무장관 직 등을 독차지했다.

헌법을 고쳐 조기 퇴임하고 3연임 대선을 실시했던 마힌다는 2015년 휘하 보건장관 출신 후보에게 뜻밖에 패하고 말았다. 라자팍사 가문 비리 척결이 신정부의 화두가 되었으나 신정부는 총선에서 지고 2년이 못돼 마힌다 라자팍사 전대통령을 총리로 기용하는 안을 내놓았다가 야당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2019년 대통령선거에서 동생 고타바야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고타바야는 형인 마힌다를 총리로 앉혔다. 이로부터 3년 못된 2022년 초 경제난 민중봉기로 대통령 국외 탈출이 일어났다.

그럼에도 라자팍사 가문은 여전히 정치 기반을 가지고 있어 이번 대선에 전대통령들의 조카인 라말 라자팍사(38)가 대선에 출마해 5위 득표했다.

대통령이 된 위크레메싱게는 국제통화기금(IMF)과 29억 달러의 구제금율 협약을 맺었고 이때부터 스리랑카 경제는 회복세를 보였지만 국민들은 강력한 긴축 경제에 허리띠를 졸라야 했다.

AKD는 물론 중도좌파의 프레마다사 등 대선 후보 거의 모두가 긴축 완화 및 감세를 약속하면서도 IMF 협약 준수를 다짐하고 있다.

스리랑카 경제는 올해 3년 만에 처음으로 플러스 성장이 기대되고 있으며 70%까지 치솟았던 인플레는 현재 0.5%에 그친다.

☞공감언론 뉴시스 k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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