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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블랙리스트 작성 전공의 감싸는 의료계···시민·환자 인식과 동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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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임현택 의협 회장이 21일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의사 명단을 작성·게재한 혐의로 구속된 사직 전공의를 면담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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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사직 전공의가 구속되자 의료계가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본 의료진은 물론, 의료현장 정상화만을 기다리는 시민과 환자들의 인식과도 동떨어진 반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의료계 입장을 종합하면 전공의 집단행동 등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들의 신상 정보를 담은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게시한 사직 전공의 정 모 씨가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뒤 의사단체들은 일제히 정부 조치를 비판하고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지난 21일 “구속된 전공의와 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입은 분들 모두가 정부가 만든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철창 안에 있는 전공의나 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당한 전공의나 누구라도 돕겠다는 게 협회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사회도 같은날 “독재 정권 때처럼 공안 정국을 펼치는 것도 모자라 정부의 실정으로 사지에 몰린 개인의 행위를 두고 마치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이 전공의들에게 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전가하고 있는 현 정부의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경기도의사회는 서울 이태원 인근에서 ‘전공의 구속 인권 유린 규탄’을 주제로 집회를 열고 “투쟁과 의사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국가의 기본 요소이고, 이런 정도의 소극적 의사 표현조차 말살하는 것은 북한 수준의 인권 유린”이라고 주장했다.

의료계 내에서 블랙리스트 작성을 비판하고 자성하는 목소리는 극소수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의사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배포하시는 분들은 스스로 얼마나 부끄러운 일을 하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보시기 바란다”며 “당신들의 행동이 정부의 폭압과는 다르다고,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커다란 착각”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도 지난 21일 “집단괴롭힘의 대상을 의료농단이 제공하기는 했겠으나…적법한 구속이기는 한 것일까?”라며 구속 자체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의사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간 일부 피해 의사들은 이번 사건으로 대인기피증까지 겪으며 정신적 고통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의사 커뮤니티에서는 구속 전공의를 감싸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같은 의료계의 폐쇄적 반응이 정부의 일방적 의대증원 방식을 비판했던 사람들에게조차 의료계를 향한 부정적 인식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자들과 시민들의 의료계를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회장은 “대다수의 환자는 블랙리스트 문제로 격앙된 상태”라면서 “참담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고 본다. 단 한명의 전공의라도 의료현장으로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한테 정말 충격적인 소식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 따끔하게 충고를 하고 바른 길로 가도록 하는 게 선배이자 스승으로서 해야 할 일이지 잘못된 행위조차도 감싸려고 하는 태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20대 시민 박형민씨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많이 배운 사람들이 이러는게 맞나 싶다”며 “의사라는 직업을 뭐라고 생각하고 선택한건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30대 직장인 지서현씨는 “의료계 블랙리스트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찾아가야 할 의사 리스트가 아닌가 싶다”면서 “의사들의 입장이 국민들이 생각하는 정서나 기준이랑은 거의 반대인 것 같다. 블랙리스트를 옹호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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