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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모바일 강자 퀄컴, 'PC 먹으려' 인텔 인수?...걸림돌은 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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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인텔의 구조조정이 반도체 업계를 휘젓고 있다. 모바일 칩의 강자 퀄컴이 PC·서버용 칩 강자인 인텔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그러나 반(反)독점 규제와 경제 안보, 기술·문화의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중앙일보

인텔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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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퀄컴이 인텔에 인수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인텔 주가가 올해 들어서만 60% 이상 폭락했기에, 퀄컴이 자사 시가총액(1880억 달러)의 절반 수준인 인텔(시총 933억 달러)을 삼키는 게 가능해졌다는 것. 앞서 지난 16일 인텔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사와 중앙처리장치(CPU) 사업 집중을 골자로 한 고강도 구조조정안을 밝혔다.



모바일 강자 퀄컴, PC 확장 기회



퀄컴은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의 36%를 차지한 세계 1위 업체다(카운터포인트리서치). AP 출하량 점유율로는 대만 미디어텍(32%)이 퀄컴(31%)을 앞서지만, 퀄컴은 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용 AP를 만들기에 매출에서 앞선다.

모바일 강자인 퀄컴은 PC용 칩과 자동차용 칩 시장에도 진출하려 한다. 인공지능(AI) PC 시장이 열리자, 지난 6월에는 AI PC 전용 칩인 스냅드래곤 X 엘리트/플러스를 내놓았다. 사세가 기운 인텔의 PC용 CPU 설계팀에 퀄컴이 관심을 가진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흘러나오던 차에, 인텔의 사업 개편안이 나오자 아예 회사를 인수할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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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전자박람회 컴퓨텍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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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은 영국 회사 Arm의 설계 지적재산권(IP)에 기반해 모바일 AP를 제작해 왔으나 최근 수년새 변화를 모색해왔다. 지난 2021년 반도체 스타트업 누비아를 인수한 후 PC용 칩에 오라이온 CPU를 적용하고 있고, 앞으로는 AP도 Arm 기반이 아닌 오라이온을 사용하겠다고 ‘Arm 탈출’을 선언했다. 퀄컴과 Arm은 누비아가 사용했던 Arm 기술을 퀄컴이 쓸 수 있느냐를 두고 3년째 특허 소송을 벌이는 중이다. 만약 퀄컴이 인텔의 소비자 컴퓨팅 사업부(CCG)를 인수한다면, 인텔의 풍부한 설계 기술을 흡수해 Arm으로부터 독립을 앞당길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성사되려면 산 넘어 산



그러나 반도체 업계에서는 성사 가능성을 미지수로 본다. WSJ도 퀄컴의 인텔 인수 소식을 전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거래가 확실한 것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라고 전했다.

가장 큰 산은 경쟁당국의 기업 결합 심사다. 인텔이 피인수에 동의한다 해도, 반도체 업계에서 인텔 정도의 거대한 기업 합병이 허가받은 사례가 드물어서다. 엔비디아가 2년간 공들인 Arm 인수도 각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통과하지 못해 지난 2022년 무산됐다.

반도체가 경제 안보와 직결된 산업으로 인식되면서, 반도체 대형 인수합병(M&A)은 미국·중국·유럽연합(EU) 등 주요 이해 당사국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지난해 인텔은 이스라엘 반도체 기업 타워세미컨덕터를 인수하려 했으나 중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불발됐다. 더구나 인텔이 미국 국방부와 최근 30억 달러어치 국방용 첨단 반도체 공급 계약을 맺는 등 미국 국가 안보에 직결된 회사란 점도 인텔 매각을 어렵게 하는 점이다.

인텔이 풀어야 할 선결 과제도 있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인 퀄컴은 자사 칩을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생산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인텔 파운드리 최첨단 공정으로 2024년 퀄컴 칩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감감 무소식이다. 지난해에는 인텔 파운드리의 기술적 결함으로 퀄컴이 해당 계획을 접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더구나 인텔이 변화에 느린 ‘칩질라(칩+고질라)’로 불리며 지적을 받는 상황이다. 한 반도체 업계 인사는 “인텔이 기업문화를 고치지 않는 한, 어느 회사가 인수해도 시너지를 얻기 어려울 거라는 여론이 업계에 있다”라고 전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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