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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국민 마음 돌본다더니···상담기관 ‘강남 37곳 vs 보령·고성 0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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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투자 지원사업' 서비스 제공기관 조사 결과

지역간 불균형 심각···서비스기관 절반, 수도권에

대면상담만 비용 청구되는데 시군구 58개는 전무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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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 사업'마저 지역간 불균형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의 경우 심리상담 서비스 제공 기관이 37개소에 달하는 데 반해 충청남도 보령시, 강원도 고성군 등 58개 시군구에는 한 곳도 없을 정도로 격차가 컸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공받은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총 1026개 심리상담 서비스 제공 기관 중 27.3%(280개)는 서울에, 21.1%(216개)는 경기도에서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은 5.6%(57개), 경상북도는 5.2%(53개), 전북특별자치도는 4.8%(49개) 등의 순이었다. 전체 서비스 기관의 절반가량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셈이다.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은 정서적 어려움이 있는 국민에게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해 마음 건강을 돌보고 만성 정신질환으로 악화되거나 자살, 자해 시도 등을 예방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올해 7월부터 시행됐다.

윤 대통령은 작년 12월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 정책 혁신위원회' 설치를 공식화했다. 올해 6월 서울 광진구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열린 척 회의를 주재할 당시에는 “이제 국민의 마음을, 정신건강을 돌보는 문제가 매우 중요한 국정과제가 됐다”며 “임기 내에 정신건강 정책 대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일상에서의 우울과 불안이 정신질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기에 발견해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임기 내 총 100만 명에게 심리상담 서비스 패키지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정신건강복지센터, 대학교상담센터, 정신의료기관 등에서 심리상담이 필요하다고 인정되거나 국가건강검진에서 중간 정도 이상의 우울 증상이 확인되는 등 대상자로 인정받으면 일대일 대면 심리상담 서비스를 총 8회 받을 수 있는 이용권(바우처)이 제공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올해만 472억 4900만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했다. 2025년 정부안에는 508억 3000만 원 수준으로 확대 편성한 상태다.

사업 참여를 원할 경우 행정복지센터에 서비스를 신청하면 된다. 이후 시·군·구에서 지원 대상자로 통지되면 거주지와 상관없이 원하는 서비스 제공기관을 선택하고 소득 수준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낸 뒤 심리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해당 서비스가가 1:1 대면 상담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대면 상담 서비스를 시행하면 서비스 제공기관은 정부에 비용 청구를 할 수 없다.

그런데 현재 자료에 따르면 전국 229 개 시군구 중 25.3%(58개)는 심리상담 서비스 제공기관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는 서울시 강남구가 37개로 가장 많았고 서울시 서초구(36개), 경기도 성남시 27개 순이었다. 반면 강원도 고성군 , 경상북도 고령군 , 전라남도 강진군 , 충청남도 보령시 등 58 개 시군구는 서비스 제공기관이 한 곳도 없었다. 강원도의 경우 서비스 제공기관이 없는 시군구의 비율이 55.6%나 됐으며 경상북도는 50%, 전라남도는 45.5%로 조사됐다. 비수도권 주민들이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

전 의원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마음투자 지원사업이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비수도권 주민들이 소외되고 있다. 대면 상담을 원칙으로 하는 사업에서 제공기관이 부족한 비수도권의 주민들은 마음 건강을 돌볼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제한되고 있는 셈"이라며 "보건복지부는 전 국민이 어디서나 충분한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제공기관 확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더불어 비대면 상담 도입 등 제도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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