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모간서울(모건스탠리 서울지점) 창구에서 SK하이닉스 주식 101만1719주의 매도 주문이 체결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창구에서 매수량을 뺀 순매도량은 78만8678주로 나타났다. 공교롭게도 이틀 뒤인 15일 모건스탠리는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축소’로 두 단계 내리는 보고서를 냈다. 이에 일각에서는 계획적인 선행매매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5일 ‘겨울이 온다-투자 등급 두 단계 하향 조정’이라는 제목의 투자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SK 하이닉스의 목표가를 기존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낮췄다. [자료 모건스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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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불공정거래 의혹과 관련해서는 한국거래소가 계좌 분석 작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분석 결과 이상 거래 혐의점이 있으면 금감원이 거래소의 자료를 넘겨받아 조사에 들어가게 된다.
금감원은 이와 별도로 모건스탠리가 조사분석자료와 관련한 자본시장법 내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살펴보기로 했다. 자본시장법은 투자 보고서(조사분석자료)를 투자자에게 공표할 때 자료의 내용이 사실상 확정된 때부터 공표 후 24시간이 지나기 전까지 보고서 대상이 된 금융투자상품을 자기의 계산으로 매매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선행매매와 관련해서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조사가 거래소에서 이뤄진다”며 “리서치 보고서 작성 배포와 관련한 규정을 준수했는지를 점검하는 것은 증권사 검사 차원에서 따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금까지 나온 정황만으로는 자본시장법 위반 사안으로 보긴 힘들기에 금감원은 조사에 신중한 입장이다. 창구에서 하루에 대규모 대량 매도가 이뤄진 것은 흔치 않은 일이지만, 단순히 모건스탠리 자사 창구에서 주문이 이뤄졌다는 것만으로 부정 매매를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매매 주체가 누구인지 등을 우선 파악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금융투자업계도 비슷한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모건스탠리 보고서 내용이 너무 과하다는 게 한국 리서치센터의 공통된 입장”이라면서도 “외국계 증권사들은 조사분석자료와 관련해 24시간 룰을 지키는 문제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위법 행위를 했을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계 증권사가 국내 증권사와 달리 ‘매도’ 보고서를 과감하게 쓰는 문화 차이에서 벌어진 일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16일부터 18일까지 추석 연휴로 국내 증시가 휴장한 가운데 1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 주가는 6.14% 급락했고 20일 2.81% 반등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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