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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검찰과 법무부

옛 상사들에 둘러싸인 검찰총장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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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검찰국 검찰과는 검찰 인사와 예산을 담당하는 부서다. 인사에 목숨 거는 검사들 입장에선 말 그대로 생사여탈권을 쥔 곳이다. 그래서인지 부장검사급 보직인 검찰과장은 예로부터 ‘검찰의 황태자’로 불렸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4년 1월 법무부 인사에서 검찰과장에 심우정 검사가 발탁됐다. 그가 사법연수원 26기 검사들 중 모름지기 선두 주자임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검찰국에는 검찰과 외에도 형사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형사기획과, 공안 사건 수사를 감독하는 공공형사과 등이 있다. 검찰의 인사와 수사를 총괄한다는 점에서 검찰국장이야말로 진정한 검찰의 실력자라고 하겠다. 심 과장의 직속 상관이기도 한 당시 검찰국장이 오늘날의 김주현(사법연수원 18기) 대통령실 민정수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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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 신임 검찰총장이 19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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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형사1부는 중앙지검의 모든 부 가운데 서열이 가장 높아 ‘수석부’로 통한다. 자연히 형사1부장은 수석부장에 해당한다. 오래 전부터 법무부·검찰은 법무부 검찰과장을 지낸 검사가 그 다음 인사에서 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옮겨 가는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심우정 검찰과장도 2015년 2월 인사 때 중앙지검 형사1부장 발령을 받았다. 중앙지검 검사장은 거느리는 검사 수도 많지만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심장부를 관할하며 거의 모든 중대 사건 수사를 지휘한다는 점에서 핵심 요직으로 꼽힌다. 중앙지검장이 ‘검사장의 꽃’으로 불리는 이유다. 심 부장이 중앙지검 형사1부를 이끌던 시절의 중앙지검장이 오늘날의 박성재(사법연수원 17기) 법무부 장관이다.

심우정 부장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을 꽤 오래했다. 2016년 1월 인사 때 유임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검사 인사가 사실상 ‘올스톱’이 된 탓이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뒤인 2017년 8월에야 검찰 중간 간부 인사가 실시돼 심 부장도 중앙지검을 떠나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중앙지검장을 교체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 박근혜정부 시절의 온갖 비리 의혹을 파헤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일한 윤석열(사법연수원 23기) 검사가 여러 선배들을 건너뛰고 파격적으로 중앙지검장에 기용됐다. 그래서 심 부장은 2017년 5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가량 윤 지검장을 직속 상관으로 모셨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22년 5월 윤 지검장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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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8일 대통령실에서 심우정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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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 들어 인천지검장, 대검찰청 차장, 법무부 차관 등을 지낸 심우정 검사가 19일 검찰총장에 취임했다. 윤 대통령이 과거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형사1부장으로 거느렸던 후배 검사를 검찰 수장으로 발탁한 셈이다. 그래서인지 야당은 심 총장을 대표적인 ‘친윤(친윤석열) 검사’로 지목하며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이를 의식한 듯 그는 취임사에서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지켜질 수 있도록 든든한 방벽이자 울타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에서 사정(司正)을 담당하는 세 기둥을 꼽으라면 검찰총장, 법무장관 그리고 민정수석이다. 그 위에는 물론 대통령이 있다. 심 총장 입장에선 법무장관, 민정수석, 심지어 대통령까지 모두 옛 상사들이다. 역대 어느 검찰총장도 겪어보지 않은 정말 독특한 여건이라고 하겠다. ‘심우정호(號)’ 검찰의 남은 2년이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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