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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글로벌 강력규제 움직임 동참 못하는 韓 … 빅테크 놀이터 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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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소불위 빅테크 ◆

매일경제

전 세계적으로 빅테크의 횡포를 차단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별다른 진척이 없다. 규제 당국의 제대로 된 관리·감독의 부재가 우선 꼽힌다.

특히 강력한 제재는 결국 입법 과정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현재 정치권은 정쟁의 늪에 빠져 실질적인 제재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러한 공백 속에 빅테크들의 한국 시장 지배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19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빅테크들이 과도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해 이를 악용했다고 지적하며 앞으로 더욱 강력한 제재를 예고했다. 한국도 제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빅테크들이 순순히 따르지 않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는 강력한 규제가 없는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22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구글과 메타가 사용자의 동의 없이 온라인 맞춤형 광고를 위해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는 이유로 각각 692억원, 308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맞춤형 광고와 관련한 첫 번째 규제였다. 하지만 구글과 메타는 직접 수집한 것이 아니라 제3자로부터 위탁받았다는 주장을 펼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최종 판결이 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 외에도 빅테크의 횡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독점 생태계 강화, 폭력·음란 콘텐츠 및 가짜뉴스 방치, 플랫폼에 중독되는 알고리즘, 세율이 낮은 국가로의 세금 회피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정부 대응은 보이지 않는다. 유관 부처들이 비효율적으로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어 정책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딥페이크 음란물 대응이 대표적이다. 삭제·차단 권한을 갖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시정 요구를 해도 해당 플랫폼이 응하지 않으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로 넘어간다.

방통위가 시정명령을 하고, 형사고발 조치를 취할 수 있어서다. 불법 영상을 모니터링하는 곳과 사후 규제를 하는 곳이 구분돼 있는 이중 구조로 운영되는 셈이다. 딥페이크 범죄를 막기 위해선 검찰, 경찰, 방심위, 방통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중요한데, 유관 부처들을 아우르며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도 아직 없다.

최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방심위, 경찰청, 디지털성범죄피해자 지원센터 등 모두가 각자도생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을 정도다.

익명을 요구한 유관 부처 공무원은 "딥페이크 성범죄와 같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선 우선 큰 정책 그림을 그린 뒤 부처끼리 긴밀히 협조하며 대응해야 하는데 어떤 부처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총대를 메려 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주요 빅테크를 미리 감시망에 올려놓는 '사전지정제'를 포함한 '플랫폼법' 도입을 추진했지만 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동인 기자 / 김대기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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