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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농협은행'·'거지가 되'…Z세대의 말하기 문화?①[Z탐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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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상에서 궁금한 것들, 해보고 싶은데 귀찮은 것들, 그리고 '왜 저게 화제가 되는거지?'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Z세대 기자들이 직접 해보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혹시 Z세대 기자들이 해봤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면 언제든 이메일로 제보해 주세요. 늘 환영입니다.


인스타에 사진 올렸더니 친구들이 농협은행이래요

농협은행? 갑자기 웬 은행이야?

요새 예쁘다는 말을 이렇게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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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은 한 외국인이 은행으로 가는 길을 묻는 과정에서 그 발음이 ‘너무 예쁘다’로 들리는 헤프닝으로 생긴 유행어다. '비교적 짧은 시기에 걸쳐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단어나 구절'이라는 뜻의 유행어는 '새로 생긴 말 또는 새로 귀화한 외래어'라는 뜻의 신조어와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특정한 상황에서 쓰인 말은 사람들 사이에서 번져 일종의 ‘’(meme·인터넷 유행어)이 되기도 한다. 밈은 리처드 도킨스의 책 ‘이기적 유전자’에서 유래돼 ‘모방돼 전달되는 문화적 유전자’라는 뜻으로 처음 쓰였다.

장경현 조선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는 논문 ‘인터넷 밈의 형성과 특성 연구’(2023)에서 “유행어·신조어는 새로운 개념을 표현 수단으로 만들어지나, 밈은 그런 목적이 없고 특정한 상황이나 표현을 조롱·풍자하기 위해 만들어져 그 자체가 목적이고 대상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두 가지는 공통적으로 대부분 짧은 주기로 사용되다 서서히 잊힌다는 특징이 있다.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시작해 챌린지, 짧은 동영상 등을 통해 퍼지는 언어의 유행은 ‘요즘 것들’에 의해 언제나 있었다. ‘안습’, ‘킹왕짱’ ‘솔까말’ 등 이제는 ‘구식’이 돼버렸지만, 비슷한 의미, 혹은 상황에서 새로운 말이 생겨나며 이어져 오고 있다.

“헤어지자고? 너 누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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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팬이 그룹 라이즈(RIIZE) 소희의 공항 사진과 함께 “헤어지자고? 너 누군데?”라는 말을 함께 올린 데서 유래한 밈이다. 보통 어리둥절한 표정의 사진과 함께 사용한다.

밈은 엑스(X·구 트위터)나 틱톡(TikTok) 및 각종 커뮤니티에서 처음 사용된 말이 이용자를 중심으로 퍼지며 시작된다.

특히 라이즈는 ‘밈 생성기’, ‘MZ 아이돌’로 불리며 각종 유행의 시초로 떠오르고 있다.

팬 커뮤니티 위버스에 ‘주접 댓글’을 단 팬에게 멤버 쇼타로가 ‘이것 뭐예요?’라는 질문을 남겨 황당하거나 어이없는 상황에 쓰이는 말이 생겼고, 멤버 원빈의 직캠에 한 팬이 ‘편의점 봉투는 유료고 이 영상은 무료인 이유를 모르겠다’라는 댓글을 남겨 좋은 상황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 퍼지기도 했다. 멤버 성찬은 마라탕후루의 뒤를 잇는 먹거리 유행 요아정의 커스텀 조합을 추천하며 “이렇게 담으면 5억”이라는 말을 남겨 주문 시 여러 토핑을 담아 가격이 비싸게 책정되면 ‘5억 요아정’이라고 칭하는 유행을 만들기도 했다.

그룹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 역시 최근 유행하는 각종 밈을 모두 꿰고 맛깔스럽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 ‘MZ력 낀다’는 평을 듣는다. 2일 발표한 신곡 ‘부모님 관람불가’ 뮤직비디오에서 밈적인 구도와 이미지를 총집합한 ‘보넥도스러운’ 연출로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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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영향력 있는 누군가가 아닌 일부 네티즌이 사용한 말이 어떤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거나 적절히 설명될 때 재미를 느끼며 인기를 끌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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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에는 “○○ 감성 모르면 나가라”는 말이 자주 쓰였는데,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는 김선 크리에이터의 콘텐츠 댓글이 그 시작이다. 김선은 전복 껍데기를 선글라스로 만들어 사용하거나 과일을 머리에 올려 장식으로 사용하는 등 독특한 모습을 담은 영상을 올렸다. 이후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개인의 취향과 감성을 인정하는 ‘김선 감성 모르면 나가라’는 댓글이 줄을 이어 누군가를 존중하는 재밌는 표현의 방식으로 쓰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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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단어나 상황과 결합해 사용하는 ‘○○가 되’라는 밈은 애니메이션 귀멸의칼날 팬이 틱톡에 올린 관련 영상의 캡처본이 유명해지며 유행을 탔다. 맞춤법 실수가 있었지만, 해당 캡처로 시작해 ‘일부러’ 틀린 맞춤법을 사용하는 것이 일종의 재미요소가 됐다. 이후 네티즌들이 ‘고독방’ 등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프로필 사진을 만드는 기능으로 짤을 생성해 내며 퍼지게 됐다.

'중꺾그마'·'토스트 아웃'?


유행·신조어는 직접 사용하는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 모두에게 늘 관심의 대상이 된다. 최근에는 개인의 삶이 중시되는 세대가 그 모습을 설명하거나 동기부여를 하는 등 세태에 대해 다룬 신조어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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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의 줄임말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사용되며 유행을 탄 ‘중꺾마’. ‘리그 오브 레전드 2022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 참가한 프로게이머 김혁규 선수가 인터뷰에서 “지긴 했지만, 안 무너지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남겼고, 이 모습을 담은 기자가 “로그전 패배 괜찮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제목과 함께 올린 것에서 유래됐다. 월드컵 당시 포르투갈전에서 한국의 축구 대표팀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다시 한번 화제가 돼 전 세대에 강력한 힘을 주는 신조어로 유행했다.

이어 그보다 더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중꺾그마’ 역시 함께 유행에 탑승했는데, 유튜브 채널 ‘할명수’에서 개그맨 박명수가 촬영 중 어려움이 닥치자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거야”라고 말한 데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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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이 지치고 기력을 모두 잃어 더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인 ‘번아웃’까지는 아니나, 그 직전의 상태로 무기력감과 피로감을 느끼는 상태라는 ‘토스트 아웃’. 유라라 일러스트레이터가 인스타그램에 “왠지 의욕이 없지만 현생(현재의 삶과 인생)은 잘 살아간다”는 글과 함께 올린 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며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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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흔해진 그룹 아이브(IVE) 장원영의 ‘럭키비키’는 어떤 일이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장원영의 평소 말투를 한 팬이 패러디해 ‘원영적 사고’라고 칭하며 시작됐다. 당시 팬은 엑스에 “긍정적 사고: 물이 반이나 남았네? 부정적 사고: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 원영적 사고: 내가 연습 끝나고 물을 먹으려고 했는데 딱 반 정도 남은 거야. 다 먹기엔 너무 많고 덜 먹기엔 너무 적고 그래서 딱 반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완전 럭키비키잖아”라고 남겼고, 이 글이 수만 차례 리트윗(공유)되며 대유행의 물결을 탔다.

단순 줄임말도 많다. 약속을 정하고 ‘캘린더에 박제한다’는 뜻의 ‘캘박’, ‘느낌 좋은’을 줄여 ‘느좋’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투데이/김명진 기자 (audwlsk@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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